메인화면으로
"조선.동아, 건수 잡은듯 선동말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조선.동아, 건수 잡은듯 선동말라"

<기자의 눈> '전투병 파병론' 부추키는 대신 반성부터 해야

"이제 남은 일은 범인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지른 비열한 자들은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23일자 동아일보 사설 중)

한국시간으로 23일 새벽, 이라크 무장단체에 납치됐던 가나무역 직원 김선일씨(34)가 끝내 피살됐다는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납치범들의 유일한 요구 '파병 철회'**

김씨의 피랍사실이 전해진 21일 이후 정부는 반기문 장관의 알자지라 방송 출현, 이라크에서 영향력이 큰 수니파 종교 조직인 이슬람 울라마기구의 석방 요구 성명, 코피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석방 협조 약속 등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으나 모두 소용 없었다. 특히 최근 있었던 18건의 외국인 납치 사건에서 미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인질이 참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김씨 피살이 주는 충격은 더욱 크다.

정부의 다각도 외교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것은 애당초 납치범들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데 있다. 이들은 2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요구한 "한국군의 철군 및 추가 파병 철회'가 유일한 요구 조건이었다. 김씨를 납치한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정치 조직으로 인질 석방에 대한 대가인 '돈'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그동안 이라크에 진출한 한국경호업체 NKTS쪽 협상 대표로 무장세력과 협상을 벌여온 모하메드 알오베이디도 김씨 참수 직전인 22일(현지시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23일 오전 방송)에서 '무장단체가 돈을 요구하느냐' 질문에 대해 "No, No, No"라고 단호히 거부하며 "그들은 단한번 돈을 요구한 적이 없다. 그들은 협상기간중이라도 한국정부가 파병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돈 거래설'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요컨대 납치범들은 22일 진행된 석방교섭에서도 '파병 철회'와 관련된 요구 조건을 내걸었으며, 이 조건이 수용되지 않자 김씨를 처형한 것이다. 요컨대 김씨를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카드는 추가 파병과 관련해 정부가 한발이라도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는 지적이다.

***조선 "베트남에서처럼 확실하게 보여주자"는 등 '응징' 목소리 강조**

우리 정부가 3천명 규모의 추가 파병을 실시할 경우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허 세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병하는 국가가 되며, 이런 사실이 김씨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파병을 둘러싼 논란에 큰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번 사건이 무고한 민간인을 처참히 살해했다는 점에서 공분해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곧 아랍권 전체에 대한 분노로 연결시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조선일보는 23일자 3면에 김씨 피살과 관련된 네티즌들 반응을 소개하면서 유독 "전군을 다 파병하라"는 응징의 목소리가 쇄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자사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오른 네티즌 의견을 소개하면서 "이라크 저항 단체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렀다. 대한민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다시 지원해서 이라크 파병 가겠습니다" "전투병 위주로만 파병해 베트남에서 우리 군인을 보고 덜덜 떨었던 것처럼 확실하게 보여주자. 우리 국민이 온순하지만 화나면 무섭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자"는 등 상당히 감정적이며 선동적 내용을 그대로 실었다.

또 네이버 게시판에 실린 의견이라며 "의료 부대 복귀시키고 전부 전투부대로 파병해야 한다" "처형..무슨 죄졌냐고!!아...쓸어버리고 싶다"며 반(反)아랍정서를 표출한 의견만 부각시켰다.

***동아 "반드시 응징받는다는 것 행동으로 보여줘야"**

동아일보도 이날 '김선일씨 살해 만행을 규탄한다'는 사설에서 "이제 남은 일은 범인을 색출해 처벌하는 것"이라며 무장세력에 대한 응징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야만적인 범죄를 저지른 비열한 자들은 반드시 응징을 받는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라크 과도정부와 현지 미군, 그리고 인근 중동국가와 공조해 범인 체포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도 '용서할 수 없는 김선일씨 살해 만행'이란 사설에서 "이제 '살려달라'고 절규하던 김씨의 처절한 호소는 그의 가족은 물론 한국민 모두에게 깊고 아픈 상처로 남게 됐다"면서 "이 상처가 잔인한 납치 살해 행위에 대한 분노라는 것을 테러리스트들은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고 비극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파병 결정과 원칙마저 흔들려서는 안된다"며 "이번 일로 파병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의 의도를 그대로 충족시켜주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두 신문의 주장대로 무장세력의 저지른 일은 반인륜적인 만행이 분명하지만, 전쟁 상태나 별반 다름 없는 이라크 치한 상황에서 '테러범 색출' 요구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

***교민 안전 등 고려할 때 '응징' 강조하는 건 도움 안 돼**

특히 이처럼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재 이라크에 머무르고 있는 교민 및 한국군들의 안전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태도로 보여진다. 김씨를 살해한 무장세력도 "우리는 한국군의 철군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한국인의 목을 당신들에게 보낼 것이며 당신네 다른 한국군의 목도 뒤따를 것"이라며 추가 범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라크에 있는 한 교민은 23일 "한국군의 추가 파병이 이뤄질때 까지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 같다"고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이 교민은 "이라크 현지인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 '저항세력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군이 파병되지 않는 거였는데, 한국 정부는 파병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해서 죽인 거다. 이라크인들은 외국군이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뿐만 아니라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아랍 및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한 추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응징'과 '복수'의 논리는 비극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결과만 가져온다는 건 미국과 아랍권과의 관계를 통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이라크 반전평화팀에서 활동을 했던 소설가 오수연씨는 추가 파병 결정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파병을 하고 또 그것을 막지 못한 이상 한국도 '전쟁국가'"라고 주장했었다. 김씨 피살 사건은 "한국이 '전쟁국가'"임을 직접 보여줬다.

'전쟁' 상태에서 힘의 논리는 끝없는 비극을 낳을 뿐이며 '전쟁국' 국민들에게 처참한 희생과 아픔, 가슴속 상처만 가져다줄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파병 원칙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의 파병요구가 있을 때부터 '무조건 파병론'을 주창함으로써 이번 김씨 피살사태의 근원을 제공했던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은 책임지지도 못할 선동을 하려는 의도를 거둬야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