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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 붉은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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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그 붉은 신화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신간> 기자가 쓴 <광화문에서 만납시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주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한국의 기적 같은 4강신화가 서서히 추억으로 잊혀져갈 때 월드컵 취재를 일선에서 지휘했던 한 언론인이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만들어낸 ‘월드컵 축제’의 의미와 뒷 얘기를 책으로 펴냈다.

***스포츠를 ‘우리의 것’으로 돌려준 월드컵의 ‘붉은 충격’**

월드컵 당시 한겨례신문 스포츠레져 부장이었던 저자 김영철은 “월드컵 , 그 붉은 신화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여중생 추모 촛불집회와 대통령 선거 등 까지 월드컵을 기점으로 확연히 달라진 시민들의 새로운 행동양식에 주목했다.

저자는 “과거 밀실세대에게 스포츠는 프로야구의 탄생, 88 올림픽 등을 봤을 때 권력자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스포츠는 진정한 ‘우리의 것’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저자는 “솔직히 나는 아이티세대가 가상 세계에서만 설칠 줄 아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현실세계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가볍고 천박하게 생각했던 젊은 세대는 한국 사회의 희망이다”라는 유홍준 교수의 ‘붉은 충격’의 경험을 인용했다.

***파리의 택시운전사, 프랑스對세네갈 개막전에 가다**

저자는 홍세화, 김훈 등 한겨례신문에 월드컵 관전기를 썼던 사람들의 표현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홍세화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 거의 모든 경기를 다 봤으며 <르몽드>를 읽으면서 본선에 진출한 각 팀의 전력을 분석할 정도로 축구광이었다”며 “그는 지금도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 한명 한명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식견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세네갈과의 개막전 관전기를 쓴 홍세화는 “올해 아프리카컵을 거머쥔 카메룬의 뒤를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세네갈. 이 나라가 2002 월드컵 첫 승의 기쁨을 누림으로써 프랑스는 다시 지단이 빠진 공백을 실감해야 했다. 4년 전 아직 앳된 모습을 벗지 못했던 앙리, 트레제게 등 공격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전성기에 이르렀다면, 4년 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드사이와 튀랑 등 수비수들과 지단 대신 등장할 조르카에프 등 허리수(미드필더)는 약해졌다. 경기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는 표현으로 프랑스 대표팀에 대한 식견을 보여줬다.

홍세화는 관전기를 통해 “세네갈 대 프랑스. 식민지-종주국이었던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주최하는 월드컵은 식민지-종주국이었던 이 두나라의 대결로 시작됐다”며 “과거 식민지는 예상을 깨고 이번 잔치의 서곡을 썼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세네갈은 온 세계를 향해 고개를 높이 쳐들었고 지난 대회 우승자인 종주국은 고개를 떨군 채 발길로 전쟁터를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홍세화는 "이 경기는 프랑스와 세네갈의 대결이 아니다. 프랑스와 프랑스의 경기다"라는 한 세네갈 기자의 말을 인용했다. 세네갈 선수 23명 가운데 21명이 프랑스리그에서 뛰고 있는 프랑스파인 반면, 정작 프랑스 선수들은 23명 가운데 5명만이 국내에서 뛰고 있다는 것을 꼬집은 셈이다.

***작가 기자의 눈에 비친 '문지기의 외로움'**

저자는 한겨례에 들어와 ‘50대 중반의 사건 기자’가 된 김훈의 관전기도 소개했다. 오랫동안 문학전문기자로 활동했고 2001년 소설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 기자의 축구관전기는 인간의 냄새와 인문주의 정신이 풀풀 묻어 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김훈은 월드컵 개막을 5일 앞둔 시점에서 펼쳐진 전 대회 우승국이자 FIFA랭킹 1위인 프랑스와의 경기 관전기를 통해 ‘문지기(골키퍼)의 외로움’을 부각시켰다.

김훈은 “모든 경기는 조국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경기 시작 직전에 출전팀의 국기는 정중한 예우 속에 입장한다. 경기가 숨막히는 절정의 순간으로 치달을 때, 경기장의 잔디 위에는 조국이나 인종보다는 개별적인 인간과 공이 먼저 보인다. 그 순간엔 인간 너머의 집단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썼다.

김훈은 “축구 경기장에서 가장 외롭고 참혹해 보이는 개별적인 인간은 문지기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골문 앞에 선 한국의 김병지나 프랑스의 바르테즈의 모습도 그렇게 외로워 보였다. 중원에서부터 아군 진영이 뚫려서 수많은 적들이 골문으로 몰려올 때, 김병지는 골문 앞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에 갈팡질팡했다. 바르테즈는 전반 26분 자유차기로 벌어진 문전 혼란에 무너지고 골을 허용했다. 골은 그의 몸을 넘어 골 그물을 흔들었다. 그가 실패했을 때도 관중의 함성이 일었다”고 밝혔다.

김훈은 월드컵 전야제에서 낭송된 귄터 그라스의 네줄짜리 축시 <오프사이드>를 보고 '오프사이드 뒤의 적막'이라는 짧은 칼럼을 썼다.

"'고독하게 시인은 골대 앞에 서 있었고 그러나 심판은 호각을 불었다. 오프사이드'로 끝나는 그의 시는 아우성을 단칼로 끊어내는 오프사이드의 적막을 확산시킨다. 그 적막은 싸움의 의미를 돌이켜보게하는 사유의 자리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적막의 힘에 의해 경기장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른다.... 관중들은 열광의 순간에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는 심판을 저주한다. 그러나 폭발하던 열기가 일시에 빠져나가는 오프사이드의 적막은 축구의 아름다움이다. 이 세계의 수많은 공격수들이 또다시 오프사이드 앞에서 무너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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