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7일 "지난 1년 동안 대안 없는 비판에 많이 시달렸다"면서 "비판은 좋지만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새로 개원하는 17대 국회에 당부했다.
***"언론개혁 국회가 주도해야, 잘해줄 것으로 믿어"**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개원에 즈음해 여의도 국회에서 행한 축하연설에서 "정치가 권력을 둘러싼 게임인 이상 당리당략이 없을 수는 없지만 당리당략과 국민을 위한 정책은 분명하게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며 "정략적인 이유로 정책을 왜곡시켜서는 안된다"며 '대안 있는 비판'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은 저와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할 일"이라며 "이 두 가지는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부패는 차근차근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심각하고 구조적인 부패부터 청산해 나가겠다. 가지만 자르는 게 아니라 뿌리까지 뽑겠다"고 다짐한 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과 같이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혁신과 관련해선 노 대통령은 "공직자 자신이 혁신의 주체로 변화를 주도해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 언론개혁 등 많은 개혁과 제들은 대부분 국회가 주도해 해주셔야 할 일"이라며 "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17대 국회는 시민의 국회"**
노 대통령은 특히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17대 국회에 대해 "과거 우리가 치렀던 많은 총선에서 돈과 권력, 감성적 선동으로 민의가 왜곡돼 왔다"면서 "선거다운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제헌 국회 이후 우리 헌정사를 보면 4.19 혁명 이후의 5대 국회, 87년 6월 항쟁 뒤의 13대 국회를 국민의 국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국민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권력에 저항해 봉기했고 그때마다 헌정이 중단될 만큼 사회가 혼란스러웠지만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봉기나 헌정중단사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모범적인 선거와 시민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 민의에 의한 국회를 건설해냈다"며 "이것이야말로 시민혁명이라고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17대 국회를 '국민의 국회'이자 '시민의 국회'라고 부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발췌개헌, 4사5입개헌, 3선개헌과 유신, 3당합당 등 국민의 국회조차 권력자들은 공권력과 군대, 돈과 지역감정을 동원해 국민을 배반하고 국회를 권력의 들러리, 정치인만을 위한 국회로 전락시켰다"며 "다시는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이 국회를 들러리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17대 국회는 자기 이익에는 적극적이고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한 국회, 분열구도의 이익에 기대서 국민의 뜻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득권의 국회가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기동안 매년 6% 이상 지속 성장할 것"**
노 대통령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위기론과 관련해선 "어려움이 있지만 결코 위기는 아니다"며 "작년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훨씬 나아질 것이며 올해 5%대를 시작으로 제 임기 동안 매년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노 대통령은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2백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외환보유액도 1천6백억달러를 넘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기관은 물론 IMF, OECD와 같은 해외 전문기관들도 한결같이 한국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낙관적 전망의 근거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중국 쇼크, 유가 급등, 미국 금리인상 등 몇가지 불안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같은 성장을 위해 시장개혁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기술과 인재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 한다"며 "특혜와 독점, 불공정 경쟁의 시장구조로는 창의와 경쟁의 효율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창의와 경쟁의 효율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한 시장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 시기의 위기관리는 과장된 위기론 잠재우는 것"**
노 대통령은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뿐 아니라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 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복권 이후 줄곧 이같은 입장을 강조해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89년과 2000년 '위기설'이 경제 정책의 왜곡과 경기 침체를 불러왔음을 지적하면서 "경제 위기설이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도, 기업인도, 언론도 책임있게 말해야 한다"며 "불안해서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내겐 지난 1년 내내 경제였다"**
노 대통령은 또 "직무에 복귀하던 날, 언론에서 '이제는 경제다'라고 주문했다. 물론 경제지만 왜 이제부터 경제냐, 내겐 지난 1년 내내 경제였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경제 현장을 자주 찾지 않는다고, 경제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지만 공장과 시장을 찾아가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로해 드리고 관심을 보이는 건 중요하지만 그런다고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민생 경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중소기업, 영세상인, 재래시장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또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선 "실업률 감소와 청년 실업 해소를 통해 완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처우를 향상시켜 정규직과 격차를 줄여나감으로써 해결해가도록 하겠다"며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부동산 투기는 어떤 이유로도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부가 토대를 닦은 사회 안전망을 더 내실있게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칭찬받는 정치 하자. 칭찬이 가장 따끔한 채찍"**
노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국민에게 칭찬받는 정치 한번 해보자"며 "국회다운 국회, 정부다운 정부를 우리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저부터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새 국회를 믿고 격려해 달라. 칭찬이 가장 따끔한 채찍"이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노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지난해 4월과 10월 제16대 국회에서 행한 국정연설과 시정연설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다음은 노 대통령 개원 연설 전문이다.
“국민의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장과 의원 여러분,
제17대 국회의 개원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저는 17대 국회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국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거로 선출된 국회라고 다 국민의 국회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과거 우리가 치렀던 많은 총선에서 돈과 권력, 감성적 선동으로 민의가 왜곡되어 왔습니다. 왜곡된 민의로 선출된 국회는 국민의 참된 대의기관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선거다운 선거를 통해서,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국회라야 국민의 국회인 것입니다.
제헌국회 이후 우리 헌정사를 보면 4.19혁명 이후의 제5대 국회, ’87년 6월항쟁 뒤의 제13대 국회를 국민의 국회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국민의 국회를 만들기 위해 권력에 저항해서 봉기했습니다. 그때마다 헌정이 중단될 만큼 사회는 혼란스러웠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따랐습니다. 참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국민들은 자랑스런 역사를 이뤄냈습니다.
물론 그 당시의 선거에도 공작과 관권 개입, 돈에 의한 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혁명적 열기가 이를 훌륭히 극복해냈기 때문입니다.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봉기나 헌정중단사태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모범적인 선거와 시민의 활발한 참여를 통해서 민의에 의한 국회를 건설해냈습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떳떳하게 자랑할 만한 역사적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이야말로 시민혁명이라고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17대 국회를 ‘국민의 국회’이자 ‘시민의 국회’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적극 나서서 국민주권을 행사하신 위대한 시민 여러분께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
의원 여러분,
이렇게 세워진 국민의 국회조차 권력자들은 공권력과 군대, 돈과 지역감정을 동원해서 국민을 배반하고, 국회를 권력의 들러리, 정치인만을 위한 국회로 전락시켰습니다. 발췌개헌, 4사5입개헌, 3선개헌과 유신, 3당합당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때마다 우리 국민은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다시 일어났습니다. 목숨까지 바쳐가며 국회를 바로 세웠습니다.
17대 국회는 이러한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 위에 출범한 것입니다. 이제는 억압과 저항으로 얼룩진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는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지 못할 뿐 아니라 권력이 국회를 들러리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이익에는 적극적이고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한 국회, 분열구도의 이익에 기대서 국민의 뜻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득권의 국회가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17대 국회는 명실상부한 ‘국민의 국회’, ‘국민을 위한 국회’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의원 여러분,
지난 1년여는 우리 모두에게 정말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전쟁위기설까지 나돌던 북핵문제에다 이라크전쟁과 사스공포까지 겹쳤습니다. SK글로벌 사태, 카드채 문제로 제2의 경제위기가 온다고 많은 국민들이 가슴을 졸였습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결과 갈등으로 국민들에게 걱정만 끼쳤습니다. 신문을 보면 나라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저 시끄럽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큰 성취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불안과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토대를 쌓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선거문화가 혁명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환경이 힘들고 낯설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 당선자와 유권자 모두 당당한 승리자가 됐습니다.
밀실공천도 사라졌습니다. 보스의 낙점 대신 당원과 국민이 직접 후보를 뽑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계보와 보스의 눈치를 보며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국회의원이 되셨습니다. 거듭 축하드립니다.
권력기관도 제 자리에 바로 섰습니다. 국정원은 조용합니다. 자신이 할 일만을 묵묵히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검찰도 이미 어제의 검찰이 아닙니다. 정말 큰 일을 해냈습니다. 경찰과 국세청도 더 이상 권력의 도구가 아닙니다.
인사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항상 문제가 되어왔던 공정성 시비도, 청탁과 정실인사 얘기도 이젠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간혹 지역편중 시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걱정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이제 정부는 공정한 인사에 만족하지 않고 가장 필요한 자리에 가장 합당한 인물을 배치하는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이 없어진 지도 오래 전의 일입니다. 대통령이 당과 국회를 지배하지 않습니다. 국회와 대통령이 대등한 관계에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옛날처럼 강력한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대통령이 헌법의 틀 속에서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정경유착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치인과 기업인간의 부정한 거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수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졌고, 앞으로 더 높아질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이처럼 빠르고 역동적인 변화를 이뤄낼 수 있겠습니까? 이 모두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낸 성과입니다.
이 과정에서 저 자신,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신뢰를 보내주시고 고비마다 힘을 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가 어렵습니다. 내수부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특히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합니다. 저도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 경제, 결코 위기는 아닙니다. 어려움이 있지만 위기라고 할 수준은 아닙니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외환보유액도 1,6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장기업들의 이익률이 '97년 이래 최대치를 나타내고 부채비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국내기관은 물론 IMF, OECD와 같은 해외 전문기관들도 한결같이 한국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섰고, 올해 5% 이상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희망의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함께 나서고 있습니다. 재계도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노사간 무분규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았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몇가지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잘 관리해 왔고, 앞으로도 잘 관리해 갈 것입니다.
지난 1년 내내 금융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모두가 합심해서 잘 대처해 왔고, 지금은 작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제는 금융위기나 금융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 쇼크, 유가 급등,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같은 문제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정부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난 날, 자본과 노동의 집중적인 투입에 의한 요소투입형 경제는 IMF 외환위기로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이제는 기술과 인재가 성장의 동력이 되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가야 합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혁신주도형 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신성장동력의 확충, 그리고 지역균형발전의 토대를 쌓아나가고 있습니다.
특혜와 독점, 불공정 경쟁의 시장구조로는 창의와 경쟁의 효율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창의와 경쟁의 효율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시장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경제는 좋아질 것입니다. 작년보다는 올해가, 올해보다는 내년이 훨씬 더 나아질 것입니다. 올해 5%대를 시작으로 제 임기 동안 매년 6%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이처럼 경제 전체로 보면 분명 희망적이지만, 서민들의 삶은 당장 하루하루가 고달픕니다. 중소기업과 영세상인, 재래시장 모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지원하고 시장개척과 금융상의 애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조만간 내놓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중소기업 대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의 구조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래시장도 새로운 활로를 찾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빈부격차 문제는 실업률 감소와 청년실업 해소를 통해 완화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경제계와 협력해서 일자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이 육성되도록 대학교육을 혁신하고, 직업교육 투자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나아가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고급인력이 많은 우리의 현실에 맞춰 금융산업을 적극 육성해나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금관리기본법의 개정도 필요합니다.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드립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한편으로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의 처우를 향상시켜 정규직과의 격차를 줄여나감으로써 해결해가도록 하겠습니다.
부동산 투기는 어떤 이유로도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교육비 문제도 현재 시행 중인 경감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서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가 토대를 닦은 사회안전망을 더 내실 있게 보강해 나가겠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교육훈련과 취업기회를 넓혀 생활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해서는 국가복지시스템을 통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국회의원 여러분,
직무에 복귀하던 날, 언론에서는 ‘이제는 경제다’라고 주문했습니다. 물론 경제입니다. 그러나 왜 이제부터 경제입니까? 저에게는 지난 1년 내내 경제였습니다.
대통령이 되고서 단 한 순간도 경제와 민생이 제 머릿속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제가 주재한 회의의 대부분이 경제회의였습니다. 나머지도 경제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대통령이 경제현장을 자주 찾지 않는다고, 경제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공장과 시장을 찾아가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위로해 드리고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입니다. 경제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토론해서 정책을 세우고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입니다.
경제정책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또박또박 해나가면 머지 않아 우리 경제는 활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위기일 때 위기가 아니라는 것도 위험하지만, 위기가 아닐 때 위기라고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키고 왜곡시킬 뿐 아니라 진짜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는 과장된 위기론을 잠재우는 것입니다.
지난 ’89년, 재계와 언론은 ‘총체적 위기론’을 들고 나왔고 집권여당도 여기에 한 몫을 거들고 나섰습니다. 빗발치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는 증시 부양과 건설투자 확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 땅값은 폭등했고, 물가는 치솟았습니다.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서 경제는 심각한 위기로 빠지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위기는 아니었습니다. 투신사의 부실이 있고 증권시장이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경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던 시기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그 당시 추진되던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총체적 위기론이 제기됐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2000년에도 우리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제2의 IMF 위기설’이 대두되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었고, 그것이 실제로 경기하강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견디다 못한 정부는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주택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책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시장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부동산 폭등과 신용불량자 양산을 가져왔습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결코 과거를 탓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경제 위기설이 무리한 대책을 낳고, 그것이 진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반복해선 안 됩니다.
정치인도, 기업인도, 언론도 책임있게 말해야 합니다. 불안해서 위기를 얘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서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부추겨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해서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정치가 권력을 둘러싼 게임인 이상, 당리당략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당리당략과 국민을 위한 정책은 분명하게 구분해서 다뤄야 합니다. 정략적인 이유로 정책을 왜곡시키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비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문제에 다 대안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당장 대안이 없는 것은 대안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정책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은 정책 자체로 경쟁하고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저는 대안 없는 비판에 많이 시달렸습니다.
400조 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을 증시를 통해 생산자금화 해야 한다는 많은 조언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무슨 방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정부의 중장기 대책 이외에 어떤 방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또 위축된 소비를 살리려면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으나, 당장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이 정쟁과 여론몰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거 정부가 왜 시간에 쫓겨 단기 부양책을 써야 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는 경제이론에 따라 원칙대로 해나갑시다.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으로 풀어갑시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정치개혁, 언론개혁을 비롯해서 우리 앞에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국회가 주도해서 해주셔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저와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부패청산과 정부혁신입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책임지고 하겠습니다.
부패는 차근차근 실태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심각하고 구조적인 부패부터 청산해 나가겠습니다. 가지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뿌리까지 뽑겠습니다.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제도를 고치고, 문화와 관행이 문제이면 그것을 바꿔나가겠습니다. 일시적인 몰아치기 방식으로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원칙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해나겠습니다.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과 같이, 입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우수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과 일의 생산성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아직 ‘일류정부’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만족하고, 공무원 스스로도 일류라고 자부할 수 있을 때까지 정부를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공직자 자신이 혁신의 주체로서 변화를 주도해가도록 할 것입니다. 일 잘하는 정부, 신뢰받는 정부, 세계 일류정부를 반드시 만들어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국민에게 칭찬받는 정치 한번 해봅시다. 국회다운 국회, 정부다운 정부를 우리 함께 만들어 갑시다. 저부터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새 국회를 믿고 격려해 주십시오. 칭찬이 가장 따끔한 채찍입니다.
다시 한번 17대 국회의 개원을 축하드리며, 의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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