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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사모님'의 사위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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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사모님'의 사위가 아닙니다!

[기고] 영남제분 사건을 통해 본 형집행정지 제도의 문제와 대안

지난 5월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여대생 청부살해 사건 그 후"는 한동안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다. '여대생 청부살해사건'의 교사범이었던 영남제분의 사모님(윤길자 씨)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형집행정지로 고급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시로 외출도 자유롭게 한다고 했다. 윤 씨는 사위의 이종사촌인 여대생 하지혜 양이 사위와 불륜관계라고 착각해 미행하고 살인을 교사했다.

윤 씨는 물론이고, 하 양과의 관계에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은 윤 씨의 사위 또한 네티즌의 입방아에 올랐다. 그런데 공교롭게 윤 씨의 사위와 필자의 이름이 같다. 얼마 전까지 판사였던 그는 최근 변호사로 개업했다.

현재 우리나라에 김현철 변호사는 모두 4명이다. 고시 16회(법무법인 을지)의 대선배, 사법연수원 29기(법무법인 윈앤윈, 윤 씨의 사위), 31기(법무법인 광장), 33기(법무법인 세민, 필자)가 있다. 그런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김현철 변호사'를 검색하면, 필자의 사진과 이력만 소개된다. 네이버에는 등록된 사람만 검색된다.

결국 '사모님 사건'으로 분노한 네티즌의 상당수는 필자를 윤 씨의 사위로 오해해 사무실로 전화해 욕을 해댔다. 아니라고 해도 '거짓말하지 마라'며 막무가내였고, 필자가 운영하는 '무료법률사이트 프리로펌'에 비난·비방 댓글을 무더기로 달았다. 심지어는 필자의 사진에 아이디를 '김현철 변호사'로 수정해 '네이버 지식인'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올려놓았다. 대부분의 답변이 맞춤법도 틀리고 정신병자처럼 횡설수설하는 내용이다. '이 답변을 내가 쓴 것으로 알겠구나!'라고 생각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아마도 망신을 주려는 것이었나 보다.

▲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편 ⓒSBS

합법적 탈옥 - 형집행정지

이 사건은 필자에게 있어 신문 한 구석의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내 사건'인 것 마냥 예민한 문제가 되었다. 당시 허위 진단서 작성 혐의로 지목된 박 모 의사는 '결정은 검사가 한 것 아니냐'라고 했고, 검찰은 '의사가 그렇게 진단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결국 의사만 처벌받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박 씨에 대한 자격정지를 내리기로 지난달 30일 합의했으며, 앞서 연세대는 인사위원회에서 박 씨의 교수 직위를 해제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으로 끝일까. 여러 번의 형집행정지 중 정지결정을 내린 관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신청 변호인과 같은 기수에 고등학교 동창으로 소개되면서 모종의 커넥션도 제기됐다. 설령 그 검사장이 매수당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심의위원회도 열지 않고 허위진단서를 그대로 믿었다는 점은 중대한 오류이다. 지금도 윤 씨에 대해 최종적으로 형집행정지를 허가한 검찰의 책임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특정 개인의 부패나 오류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는 구조의 문제이므로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사모님뿐 아니라 쟁쟁한 재벌회장님들도 바로 이 제도(형집행정지)로 사실상 '탈옥(脫獄)'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목희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법률안(일명 '사모님 방지법')은 고무적이지만, 내용은 다소 실망스럽다.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법무부 소속으로 승격한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라는 '하나의 기관'이 형집행정지를 심사하고 결정한다는 데에 있다. 심의위원회는 필수적 기관도 아니고 그 의견 또한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 요컨대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관할 검사장의 결정이 어느 누구에게도 감시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할 검사장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며, 결정은 재심사되지 않는다. 법원의 재판이 변호인과 검사의 공방 속에서 1심, 2심 그리고 3심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형집행정지 결정은 한 번 내려지면 그걸로 끝이다.

'진승현 게이트'(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1999년부터 2000년 당시 김대중 정부 인사들에 대한 로비의혹이 제기됐다. 관련자들은 구속 기소됐으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100억 원대의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설 등은 확실하게 입증하지 못했다. 이후 진승현은 3년의 수감생활 중 5개월을 제외한 대부분을 교도소 밖에서 자유롭게 생활했다)의 경우 10번이나 형집행정지결정을 받았으며, 이번 사모님 사건처럼 언론으로부터 수많은 질타를 받았다. 그럼에도 뚜렷한 결론 없이 끝이 났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로 흐지부지 끝날 뻔했으나, 네티즌의 성화로 검찰이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를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다. 허위진단서라는 사실을 해당 변호인은 알고 있었을 것이며,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검사장은 이 같은 정황을 묵인했을 것이다. 변호인은 '허위진단서라는 것을 몰랐다'라고 변명할 테지만, 적어도 검사장은 허위진단서를 검증하지 않은 자신의 중대한 과실을 시인해야만 한다.

공무원과 정치인과 같은 지배 엘리트에 대해 그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이든, 시민사회는 언제나 그들의 '부패 가능성'과 '오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에야 비로소 제도의 효율성이 논해질 수 있다. 이것은 좌우 또는 진보/보수를 떠나서 우리가 모두 공유해야 할 '확정적 정의'이다.

형집행정지 제도는 '재판절차'로 진행되어야…

결국 형집행정지 결정은 재판절차로 수용되어야 한다. 변호인 또는 수형자가 신청하고, 검사가 방어하며, 판사가 심리해야 한다. 여기에 증상에 대해 2명의 다른 감정인의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형집행정지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인용 결정에 대해 검사가 항고를 하고, 항고심에서 다시 심사되어야 한다. 프랑스가 바로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

어떤 권력적 행위가 좀 더 정의롭게 이루어지려면, 결정권자로 하여금 자신의 결정이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결정이 재심사될 것이라는 사실도 주지시켜야만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부패 유혹과 오류의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처럼 누구의 감시도 없이 결정되고, 나아가 결정이 내려진 후 그대로 덮어진다면, 형집행정지 제도는 부패와 오류의 온상(溫床)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집행정지 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법률개정의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힘없는 자들에게는 충분히 어려운 절차였다. 핵심은 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를 공정하게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는 형 집행을 정지할 것이 아니라, 수용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수용자에 대한 치료시설을 개선해야 한다.

당신의 정치적 영웅이 진보이든 보수이든지 간에, 감시받지 않은 권력기관의 결정은 부패할 가능성과 오류를 저지를 가능성을 언제나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노한 네티즌에게 외친다. "저는 그 사모님의 사위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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