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낙담한 민주후보들, "선거후 '추미애당'으로 가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낙담한 민주후보들, "선거후 '추미애당'으로 가야"

[4.15총선-전북은 지금] 17대 총선보다는 재보선에 기대

"쇼랑께 쇼. 당장 눈으로 보면 마음이야 짠혀도 지들 치고 박고 싸운 걸 생각하면 표가 갈리가 없제."(박기선. 46. 택시기사)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호남 휠체어 투어에도 불구하고 전북 민심은 냉랭했다. 민주당 캠프에선 대체로 "동정여론이 형성된 것만으로도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는 마련되지 않았느냐"고 애써 자위했다.

그러나 2~3개 격전지를 제외한 전북 11개 지역에서 민주당은 사실상 이번 총선 자체보다 그 후의 정치환경 변화에 더욱 민감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포자기의 허탈함과 와신상담의 결의가 뒤엉켜 "남은건 악뿐이다"는 관계자의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민공조-공천개혁 좌절-탄핵, 민주당은 한방에 날아갔다"**

전주덕진 민주당 이상휘 캠프의 김용식 사무장은 7일 "열린우리당의 민주당 죽이기가 성공해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싸움 구도로 됐다"며 "민주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어려움을 인정했다.

민주당이 그나마 전북지역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는 전주완산갑의 이무영 캠프에서조차 "당선되면 좋겠지만 정치에 입문한 이상 낙선 후의 프로그램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캠프의 신영배 언론특보는 "추 위원장의 간곡한 설득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당적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조순형-추미애 갈등이 한창일 때 참모들은 후보에게 탈당을 권유했었다"고 털어놨다.

김제완주 오홍근 캠프의 고일룡씨도 "그동안 민주당이 어떻게 50년을 이어왔느냐. 지역에서 선거준비하는 사람들은 피를 토하고 있다"며 "발표는 안했지만 옥쇄파동이 났을 때 '조순형-추미애 둘 다 떠나라'는 성명을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전주완산을 김완자 캠프의 한길승씨 역시 "지방에서 열심히 뛰어서 표 모아놓으면 중앙에서 뭉텅뭉텅 갉아먹기만 했지 전혀 도움받은 게 없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후보들이 적어도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 간판이 부담스러운 것은 이같은 중앙당의 지리멸렬과 관계가 깊다. 그러기에 이들은 한결같이 '인물론'이 부각되기를 갈망한다. 모든 캠프가 "인물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이번 총선은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청원 석방결의안부터 시작한 한민공조, 공천개혁 좌절, 여기에 탄핵 후폭풍까지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민주당은 한방에 날아갔다"는 한 관계자의 객관적 상황판단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못했다.

총선 전망에 대해서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나 될지 모르겠다"는 비관이 다수였다. "수도권 20석, 전국적으로는 30석가량도 가능하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은 관계자도 있었지만, 그 방안으로 강조한 "경륜과 전통"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전북 유권자들을 설득하기엔 부족함이 많아 보였다.

궁여지책 격으로 민주당 캠프는 1인2표제에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 당은 열린우리당을 찍더라도 지역의원은 민주당 후보를 찍어달라는 호소다.

***"조순형 지도부, 정국돌파능력에 문제점 노출"**

민주당을 곤경으로 몰아넣은 중앙당의 이전투구에 대해선 이구동성으로 원망하면서도 누구의 책임이냐를 보는 눈은 크게 엇갈렸다.

이상휘 캠프 김용식 사무장은 "조순형 대표 체제가 처음 출범했을 때 변화된 모습, 정통 민주세력의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런 부분이 미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파에 대한 일정한 청산작업이 있었어야 했다"며 "추미애 위원장이 공천개혁을 위해 전권을 요구한 게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 후 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숫자가 된다면 캐스팅보트 역할은 하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사실상 파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해결방법을 내부에서 찾지 못하면 기우는 집은 계속 기울 수밖에 없다"고 조 대표 및 당권파의 퇴진을 희망했다.

이무영 캠프의 신 특보도 "한나라당은 '차떼기'를 일시에 감춰버릴 수 있는 효과를 정확하게 계산하고 탄핵을 추진한 것인데, 그런 면에서 정치 10단이자 프로급인 한나라당에게 원칙밖에 모르는 조순형 대표가 당한 것"이라며 "지도부가 총선에 대한 최소한의 생각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미애 위원장의 전권 요구에 조 대표가 그렇게 반발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당권파가 막판에 대표직인 도난신고를 했을 때는 정말 처량하고 측은함이 느껴지더라"며 "호남에서도 분당을 초래한 박상천 정균환씨에 대한 민심이 떠난지는 오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배신당한 사람들이 마지막 발악이자 기본적인 저항권 차원에서 탄핵을 추진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면서도 "추 위원장의 지적처럼 조순형 지도부는 민심을 읽는데 실패했고, 정국돌파능력에 문제를 노출했다"고 주장했다.

김완자 캠프의 한길승씨도 "조 대표가 마지막까지 구시대 표상처럼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 타격이었다"며 "당권파에 편승해 여러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조순형-추미애 둘 다 떠나라"고 다소 관조적인 입장을 보였던 오홍근 캠프에서도 "호남 민심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내린 한-민 공조에 대한 배신감이 있고 그 주역이 조순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미애 선대위원장의 공천취소 결정으로 감정의 골이 쌓인 익산갑 최재승 캠프는 "조순형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구출마를 하는 등 양초같은 역할을 해오지 않았느냐"며 조 대표 체제에 긍정적 평가를 했다. 캠프의 배승철 사무국장은 "개혁소장파들의 요구조건은 너무 심한 무리수였다"며 "개혁도 좋지만 찬물도 빨리 먹으면 체하는 것 아니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야 선거운동 들어간다"**

조 대표 체제에 대한 다수의 원망은 총선 뒤 개혁지도부 탄생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여기엔 총선 뒤 재보궐선거구가 속출할 것이라는 판단 속에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응집할 경우, 호남에선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섞여 있다.

오홍근 캠프 관계자는 "조순형 추미애가 싸우고 있을 때에도 오 후보는 추미애 위원장이 당을 끌어가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김완자 캠프는 "박상천씨 등 당권파도 민주당 지지세력에게서 표를 얻어야되는데 그분들에게 표를 줄 사람들은 없으니 물갈이는 자연스럽게 될 것"이라며 "만약 그 분들이 원내에 다시 들어온다고 해도 총선 민의에 따라 자연스럽게 발언권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무영 캠프는 "민주당은 4.15 총선이 끝나야 비로소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총선 뒤 전당대회를 하면 민주당은 추미애가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무영 후보는 '추미애 당'과 정치 운명을 함께 한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총선 후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자구도로 간다면 전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될 것이고 여당 내에서도 각기 다른 성격이 합심하지 못해 제2의 국가붕괴사태에 직면할 지도 모르는 것"이라며 "그 때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을 것이다"고 '틈새전략'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벌써부터 재보궐선거가 다수 나올 조짐이 보이지 않느냐"며 "그때 대구경북 외에는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상휘 캠프도 "현재의 양강구도가 끝까지 안정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선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지와 쇼로 세운 열린우리당의 허상이 벗겨질 때 민주당의 정체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그때 민주당이 어떻게 전열을 정비해 나가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구도는 확연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당도 총선 후 당내 역관계에 초점**

한편 민주당의 지리멸렬로 인해 상대적으로 싱거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전북의 열린우리당 캠프 역시 총선 자체 보다는 이후의 당내 역학관계에 관심도가 높았다. 문성근, 명계남씨의 '분당론'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잘못됐다"면서도 "그렇더라도 말은 맞는 말 아니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는 점이 단적인 사례다.

김제완주 최규성 캠프의 관계자는 "문성근 명계남씨는 '노빠'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사람들이고, 당내에서도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시의적절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문성근 명계남씨가 자연인으로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고 틀린 말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내에는 민주노동당에 가까운 진보세력부터 한나라당에 가까운 보수세력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거기에서 어느정도 분화와 구분이 될 필요는 있다"며 덧붙였다. 그는 "분당은 있어서는 안된다"면서도 "총선 후엔 자연스럽게 개혁세력과 원내 386세력 등이 우리당을 이끌기를 당원의 한사람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전주완산을 이광철 캠프의 정훈씨도 "정치신인들이 40~50명 정도 원내에 들어가면 일정한 '정치블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개혁세력화'의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1백80석, 3분의2 이상 석권을 아무 고민 없이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서 "호남에서도 민주당 몰락의 반사이익일 뿐, 그걸 실질적 이익으로 만드는 데 우리당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과거 개혁신당연대 내부의 노선갈등을 거론하며 "일부에서는 '대선용'으로 생각한 경향이 있었던 반면 이광철 후보의 경우는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정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개혁블럭 내에서의 차별화를 거론했다.

그는 한편 "과거 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역 다선의원들이 지역에선 힘을 발휘한게 사실이었다"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앙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공천과정에서 30%에 해당하는 전략지역 공천에 4~5명의 지도부가 어떻게 했느냐"며 내리꽂기식 비민주성을 질타했다.

그는 우리당의 총선 후 진로와 관련, "누구를 새 원내대표로 선출하느냐가 우리당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북 맹주를 꿈꾸는 전주완산갑 장영달 후보는 "진보정치는 민주노동당이 앞으로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당은 중도의 입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기남 선대본부장의 "호남 몰표 경계" 발언에 대해선 "경솔하고 사려깊지 못한 표현"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장 후보는 "우리당을 만들 때 호남은 전국정당화와 정치개혁을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합류한 사람들"이라며 "호남의 지지도는 그냥 앉아서 온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전북 대부분의 우리당 캠프 관계자들이 "하지 말았어야 되는 말", "부적절한 말" 등으로 일축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