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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들, JP '10선 도전'에 "노욕이야 노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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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들, JP '10선 도전'에 "노욕이야 노욕"

[4.15총선-충청은 지금] 무응답층 전국서 가장 많아

"전에는 하루에도 10여명의 손님들이 선거 얘기 꺼냈었는데, 이번엔 2-3명도 안 된다. 나조차도 먹고 살기 힘드니까 선거엔 별 관심이 쏠리지 않는다."

6일 대전 중구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탄 택시 운전사 김승조씨(43세)의 말이다. 그는 이전 선거에선 한나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엔 "국회의원 뽑아봤자 민생엔 신경도 안 쓰고 맨 쌈질만 한다"며 투표를 할지조차 고민이라고 말했다.

충북 음성 시내에서 만난 박옥순씨(47세.여)도 선거 얘기를 꺼내는 기자에게 손사래를 치며 "먹고 살기 힘든데..."라고 냉냉한 반응을 보였다. 박씨는 "정치인 욕해서 뭐하냐. 바뀌지도 않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남들에게 자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아 정치적 선택도 가장 나중에 한다는 게 충청도 사람들의 특성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번엔 극심한 경제 불황에 따른 선거 무관심까지 맞물려 충청 지역에서 만난 열에 일곱은 "좀더 지켜봐야쥬"라며 투표 의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무응답층, 타지역에 비해 많아**

현재 충청지역은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한 예로 공식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날인 지난 1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충청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은 44.7%로 14.6%인 한나라당, 9.5%인 자민련에 비해 크게 앞섰다. 특히 대전 지역의 경우 6개 선거구 전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우세인 것으로 조사돼, 우리당 측에선 싹쓸이를 내심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한겨레 조사 결과 이 지역 무응답층은 25.9%로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높았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에서 지난달 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 정당을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이 대전.충청권에선 39.5%로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다. "바꾸지 않을 것"이란 응답은 52.5%로 광주.전라(76.9%), 대구.경북(74.6%)에 비해 상당히 낮았다. 따라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역 분위기에 대해 천안신문 박종갑 차장은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부동층이 60% 가까이 되는 것 같다. 기존에 선거와 관련해 적극적 의사 표명을 하던 사람들도 이번엔 입을 다물고 있다"고 전했다.

박 차장은 "현재로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지난 15대 총선때 자민련 바람이 선거 사흘 전에 불었던 것을 보면 아직까지 속단하기 힘들다. 이번 주말은 지나봐야 대강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대, 50대 이상 지지 성향 뚜렷, 40대는 "글쎄"**

이같은 신중함 가운데에서도 20-30대 젊은층과 50대 이상의 노년층에선 비교적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

특히 노년층은 정동영 의장의 '노년층 폄하' 발언을 계기로 적극적 의사 표명층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논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영철 할아버지(65) 등 4명의 60대 할아버지는 앞다퉈 정 의장 발언에 대해 맹성토했다. 김 할아버지는 "대통령 쫓아낸 국회의원 놈들이 괘씸해 열린우리당 찍어주려고 해도 그 얘기(정 의장 발언)만 생각하면 분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0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전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이모씨도 "내 나이가 70인데도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이렇게 일을 하는데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는 게 말이 되냐"며 한나라당과 자민련 후보 중 한 사람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 시내에서 만난 서현정양(22)과 김정래군(24)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만 지역구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아 후보는 열린우리당, 정당투표는 민노당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 시내에서 만난 유소영(32)씨 부부도 정치개혁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씨는 정 의장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탄핵과 동일한 무게로 치부되는 것은 문제"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40대 유권자들의 대다수 반응은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행정수도 이전 효과 기대감 커**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 대다수가 지적하는 문제는 역시 극심한 경제 불황이다. 특히 별다른 활로를 찾지 못한 채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충청권 유권자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숨 짓는다.

이런 가운데 경제 회생의 한 가닥 기대를 거는 게 '행정수도 이전 효과'다.

논산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행정수도 이전 계룡시가 언급되면서 아파트 값이 평균 20%가량 오르는 등 땅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충남 지역에서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값이 평당 5백만원이 넘는다"며 "주위 사람들도 행정수도가 굳이 계룡으로 오지 않더라도 충청권으로만 온다면 부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번 선거 막판에 큰 변수로 작용했던 지역 정서가 이번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한가닥 변수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그러나 자민련 자체에 대해선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전에서 구두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41)는 "JP가 10선 하겠다고 나왔는데 완전히 노욕(老慾)이다. 10년간 자민련이 충청권을 대표한다면서 제대로한 게 뭐가 있냐"고 비난했다. 이씨는 "TV 보면 지지율도 꼴찌던데 또 밀어주면 충청도 사람만 바보되는 것"이라며 절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에 거주하는 김모씨(36.여)도 "자민련 때문에 타 지역 사람들이 충청도 사람들을 더 '충청도 핫바지'로 보는 것 같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이번 선거에 따라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의 존폐가 달려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충청 유권자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민련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 못하면 정계 은퇴를 하겠다"가 최근 슬그러미 전국구 1번자리에 걸터앉은 JP에 대한 반감이 대단하다. 과연 JP가 특유의 낯 두꺼움으로 총선후에도 정계에 얼굴을 내밀지 지켜보겠다는 게 충청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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