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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vs '아니다.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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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vs '아니다. 이번엔…'

[4.15총선-부산경남은 지금]탄핵논란, 세대간 대결양상

"정치야 누가 되건 다 똑같다 아입니꺼. 그래도 여태까지 한나라당 지지했는데 이번에도 한 길을 갈랍니더."(권명주. 42세. 택시기사)

"이번엔 한번 바꿔봐야지 않겠어예. 머 해놓은 게 있다꼬 또 찾아와서 찍어달라 합니꺼. 옛날 부산이 아니라예."(이영숙. 39세. 옷가게 점원)

***"부산에선 백퍼센트 1번 찍는다"**

수도권과 더불어 부산경남이 왜 이번 총선 최대의 격전지로 꼽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통령 탄핵 등 격랑이 휘몰아친 뒤라서인지 공식 선거전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만나본 유권자들 중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사람이 많았다. 소신은 뚜렷했고 논쟁적이었다. 자신의 지역구에 누가 출마했는지에 대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에서 인물이 아닌 당을 보고 선택한 결과로 보였다.

자갈치 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61세 남성 유권자에게 말을 붙여봤다. 대뜸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자기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니까 탄핵한 것 아니냐"고 시큰둥하게 쏘아붙였다. "젊은 사람들이 철이 없어서 열린우리당이 좋다 하는데, 아직까지 부산에선 우리 나이 사람들은 1백% 1번 찍는다"고 장담했다.

51세 김정호씨가 "내가 못 배웠지만 한마디 해야겠다"며 끼어들어 대번에 반박했다. "내가 뽑은 대통령인데 누구 맘대로 끌어내리나. 야당이 대가리가(의석수가) 많으니까 대통령이 힘들다. 개혁 좀 하게 정리한번 해야된다"고 했다.

거센 억양의 부산 사투리로 마치 싸우듯이 공격과 반박, 재반박이 이어질 즈음 53세 서종환씨가 논쟁에 가세했다. "노무현(대통령)이 잘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얼마나 했나. 3~4년은 지켜봐야지 지금은 통치를 잘했다 못했다 얘기할 때가 아니다. 투표를 하고싶진 않지만 한다면 열린우리당을 찍을 것이다"고 말했다.

앞치마에 고무장갑을 낀 아주머니가 더 큰 목소리로 가세했다. "아버지 배신하고 잘되는 아들 있느냐. 대통령 됐다고 바로 당을 만들어 나온게 열린우리당이다. 그게 배신자 아니냐"고 적개감을 드러냈다.

뚜렷하게 양 편으로 갈라선 이들의 논쟁은 기자가 인사를 하고 돌아선 뒤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야당이 국민들을 너무 무시했다"**

길 건너 남포동에선 젊은 유권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극장 밑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2명의 대학생들은 '탄핵반대' 의견 통일이었다. 총선 지지후보의 결정에 있어서도 탄핵이 절대적 기준이 되는 듯한 인상이었다.

촛불집회에도 참석했었다는 정명호(23세)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수를 조금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라를 이렇게 뒤흔들 정도로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며 "아무리 총선에서 이기고 싶다고는 하지만 (야당이) 너무 국민들을 무시한 짓을 했다"고 말했다.

조재현(23)씨는 "탄핵이 아니었더라도 무언가 정치가 개혁돼야 한다는 분위기가 젊은층 사이에서는 대부분이다"고 말을 받아 이었다. 그는 다만 "한나라당에서 홍사덕씨가 대표가 된 것 보다 박근혜씨가 대표가 된 것이 다행이다"며 "(부산 지역의 현역 의원 몇몇을 거론 한 뒤) 한나라당도 잘 되려면 이제 그런 사람들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옥태(30세. 직장인)씨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많은데, 지나치게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이질감이 느껴진다"며 "젊은층 사이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 때문에 열린우리당의 지지가 올라가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당에 따른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중에도 젊은층 여성 유권자들은 내심을 밝히기를 무척 꺼려했다.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기 보다 "이번에는 한번 다른 사람들이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이유경. 26세. 사무직), "그 사람이 그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새로 만든 당이니까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이정현. 24세. 취업준비생) 등의 이유로 열린우리당 지지의사를 내비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개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표한 젊은층 사이에서도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성 발언에 대해선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덕천로터리 부근에서 만난 김현경(29세. 주부)씨는 "(정 의장 발언이) 진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로는 투표참여하자고 소리치면서 속으로 그런 계산을 하고 있는걸 보면 정말 나도 투표하기 싫어진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세대간 대결양상 뚜렷**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도 세대간 대결 양상은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남해상설시장에서 방아간을 운영하는 60대 유권자는 "지금은 젊은애들이 설쳐서 그렇지만, 촌에선 막상 투표장엘 가면 2번으로 갔다가도 손이 저절로 1번으로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60대 이상은 투표하지 말라고 하던데 참 기가막힌 말이다. 자유당, 공화당 시절에는 신발한짝 돌리면서도 투표 하라고 했지,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남해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정덕균씨(34세)는 "이번에도 안 바뀌면 평생 투표 안할 것이다. 노인네들이야 옛날부터 그 사람들 찍어왔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트럭으로 돈 받아 먹는 당이 뭐가 좋다고 찍어주느냐. 차라리 투표 안하고 노는게 낫지"라고 말했다.

***40대, "더 무얼 기대하겠나"**

40~50대 연령층에선 뚜렷한 기류를 감지하기 힘들었다. 이들은 짐짓 정치에 대한 무관심 내지는 환멸감을 표하면서도 일단 대화가 이어지면 여야의 잘잘못을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부산 영도대교 부근에서 가구점을 경영하는 김현철씨(43세)는 여야의 당사이전과 관련, "신문을 보면 박근혜씨와 정동영씨가 서로 불쌍하게 보이기 경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요즘은 하루가 멀게 번갈아 부산을 찾아오는데 그게 '쇼' 아니면 무엇이냐"고 싸잡아 비판했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총선 공약에 대해선 냉소적인 반응이 더욱 강했다. 그는 "어떤 후보는 부산을 특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하던데, 특별시고 직할시고 부산에 돈이 돌지 않는 동안 무슨 노력을 했는지 가서 직접 물어보라"고 말했다.

영도의 열린우리당 김정길 후보가 "노무현 대통령을 조르고, 정부를 설득해서라도 5천억원에서 1조원의 지역발전 예산을 따 오겠다"는 유세를 하며 지나간 남항시장의 상인 정문규(52세)씨는 "말은 좋은데 부산에서 대통령을 만든 건 돈 몇푼, 떡고물 얻자고 한게 아니었다"고 일갈했다.

북강서갑 구포시장 앞에서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가 도로 확장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경제살리기'를 강조한 대목에 대해 정장 차림의 윤호영(47세)씨는 "선거철만 되면 후보들은 우리동네가 얼마나 낙후한가를 얘기한다. 그렇게 4년, 8년이 지났다. 더 무얼 기대해야하느냐"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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