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동영 한마디에 10석이상은 날아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동영 한마디에 10석이상은 날아가"

[부산경남 현지 총선르포]'노풍(老風)' 차단에 우리당 부심

"말도 마이소. 정동영 의장 말 한마디에 PK(부산경남)는 게임 끝났습니더. 10석 이상은 날라갔습니더."

경남 남해하동 지역구 열린우리당 김두관 캠프의 박동완 상황실장은 4일 기자와의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대뜸 볼멘소리를 던졌다. 가뜩이나 노인층 인구비율이 높은 농촌 지역에서 정 의장의 "60~70대 이상은 투표 안해도 괜찮다"는 발언이 미친 파장은 상상 이상이었다.

***"PK서 10석이상은 날아갔다"**

어쩔 수 없이 선거운동 방식을 대폭 수정했다. 지역구에 있는 경로당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머리를 조아리는 데 상당 시간이 할애됐다. 옆방에선 60~70대 노인들만을 뽑은 리스트를 놓고 전화홍보전이 한창이었다. "무조건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한다.

대도시인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 부산 영도의 김정길 후보는 거리 유세 도중 "정동영 의장의 말이 어르신들 심기를 언짢게 한 점, 고개숙여 사죄드린다. 용서해달라. 죄송하다"며 연신 머리를 숙였다. 캠프의 황보성 보좌관은 "노인 발언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럽다. 논리적인 설득이 안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후보 인지도가 받쳐주는 두 지역은 그럭저럭 버틸만하다. 정치신인이 현역의원에 맞서 출마한 지역에선 '노풍(老風)'의 된서리가 한층 심하다.

부산 중동구 이해성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가뜩이나 상대방(한나라당 정의화 후보)에 대한 각인이 높은 중장년층에겐 우리가 다가갈 여지가 심하게 줄어들었다"며 "전화홍보하면 '투표도 하지 말라면서 전화는 왜 했느냐'는 면박이 돌아온다"고 하소연했다. 사상구의 정윤재 캠프 관계자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 양상이 분명한데 정 의장 발언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장의 부산경남 방문에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경남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 의장의 PK방문을 쌍수들고 말렸는데 왜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중앙당이 상황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PK 내려와서 경로당 찾아다니고 있는데, 의장이 어르신들한테 꾸지람 듣는 장면이 계속 방송되면 좋을 게 뭐가 있겠느냐"며 "선거 끝날때까지 의장은 PK에 발도 들여놓아선 안된다"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한나라당, 때아닌 '노풍'에 반전 호기**

반대로 탄핵 역풍으로 고전하던 한나라당 후보들은 예기치 못한 호재를 만난 셈이다.

캠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부산경남 지역에선 정 의장의 발언이 한나라당에게 적어도 3가지의 반전의 기회를 가져다줬다. 탄핵역풍의 진정화 속도에 가속력을 붙인 점, 20~30대가 60대를 설득하던 구조가 반전돼 60대가 할 말이 생겼다는 점, 그로 인해 한나라당 후보들이 유권자들의 감성에 직접 호소할 수 있는 공세적 이슈를 찾았다는 점이다.

부산 북강서갑의 정형근 후보는 3일 덕천 로터리 유세 도중 "60~70대가 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는데 명색이 여당의 의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며 "촛불집회하는 20~30대만이 나라의 중심이라고 말하는 세력에게 어떻게 국정을 맡기겠느냐"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부산 연제구의 김희정 후보는 "여성이고 어리다는 이미지 때문에 곤혹스러웠는데, 정 의장 발언 때문인지 요즘은 어르신들을 접촉해보면 격려의 말씀을 많이 하더라"며 "이제 탄핵 얘기는 사실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의 김형오 후보는 "탄핵정국에서 잠잠했던 지지층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야당의 기반인 부산이 궤멸될 수도 있다는 정서가 서서히 형성되어가고 있던 차에 (정 의장의 노인 폄훼성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반색했다.

그러나 후보들은 내심과는 달리 대체로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정면 공격은 삼가는 분위기다. 남해하동의 박희태 후보 캠프 관계자는 "농촌지역의 특성상 이런 문제는 서서히 장기적으로 확산돼 간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떠들고 다닐 경우 되레 재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탄핵심판론' vs '거여견제론' 호각지세**

이처럼 '노풍(老風)'이라는 예기치 못한 돌출변수가 선거전 초반을 강타하면서 열린우리당은 '탄핵 심판론'의 재점화를 통한 조기진화를, 한나라당은 '거여 견제론'으로까지 이슈를 발전시키기 위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한나라당 정형근 후보는 "지금 여론조사대로라면 열린우리당이 전국적으로 2백석 이상을 싹쓸이한다"며 "과거 뭇솔리니와 나찌당, 중국 공산당, 소련의 스탈린 정권을 볼 때 일당 독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희정 후보는 "탄핵 얘기를 먼저 꺼내지는 않지만 유권자들이 그 말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선 사과를 한다"며 "그래도 한나라당이 부산에서 몰락한다는 것은 야당의 존재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선거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 유권자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중동구 정의화 캠프의 김성관씨는 "탄핵에 대한 흥분 때문에 여태까지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한 것이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나긴 했지만,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동하면서 급속도로 거품이 빠져나가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고 낙관했다.

반면 부산 연제구 열린우리당 노혜경 캠프의 조명재 상황실장은 "탄핵은 거야 구조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마치 우리가 2백50석 이상을 얻을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데, 우리가 아무리 선전한다고 해도 지금의 한나라당만큼 커지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거여 견제론의 논리는 '지역주의 극복의 코아(핵심)는 부산'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넘어설 수 없다"고 부연했다.

부산 북강서갑 이철 캠프의 김은순씨는 "탄핵 정국을 계기로 형성된 '이철 대세론'은 박근혜 대표가 부산에 와서 '거여 견제론'을 던져놓고 간 부수적인 변수에 흔들림 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성 캠프측은 "탄핵이 워낙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에 있어 기본적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며 "거여 견제론의 핵심은 지역주의의 재부활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경북을 진원으로 한 '박근혜 효과'는 아직 감염도가 심해보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측은 "박근혜 효과는 부산경남에선 큰 변수는 못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고, 한나라당측에서도 "단순히 박근혜라는 인물이 아니라 한나라당의 환골탈태의 결과가 박 대표의 선출로 드러났다는 것을 연결시킬 계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