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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구설수' 진화하려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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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동영, '구설수' 진화하려 진땀

노풍(老風) 불까 긴장, 야당 "현대판 고려장" 총공세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60~70대 이상은 투표 안해도 괜찮다"는 노인 폄훼성 발언으로 예기치 못한 역풍이 우려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지방투어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1일 저녁 급상경한 정 의장은 2일 오전 대한노인회 등 노인관련 단체들을 잇따라 긴급 방문, 거듭 사죄의 뜻을 표했다. 이어 중앙당사에서 해명성 기자회견을 갖고 진화에 나서는 등 진땀을 뺐다.

***정동영,"저도 83세 노모 모시고 있는데..."**

정 의장은 이날 아침 대한노인회 안필준 회장,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겸 고령화대책위원장인 차흥범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로 함께 만나 사죄의 뜻을 밝혔다. 곧 이어 한국노년유권자연맹 전수철 회장을 찾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이 황급히 이들 단체를 찾은 것은 노인관련 단체가 이날 12시 세실레스토랑에서 항의기자회견을 열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도 직접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정 의장은 노인관련단체 방문 후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잘못했습니다. 용서를 구합니다"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리 배포된 성명에서 정 의장은 "백배 사죄한다고 해서 어찌 그 노여움을 풀 수 있겠습니까. 저의 실언이 어르신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속죄한다"고 사죄했다. 그는 "저도 올해 83세 되신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 어찌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겠느냐"며 "매일아침 집을 나서면 노모께서 늘 '조심하라'고 당부하지만 그 말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에 오늘의 이 부덕한 행위가 있었음을 통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제가 된 자신의 발언을 "20~30대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참여하고 뛰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와 땀과 눈물로 오늘의 이 나라를 있게 한 어르신들의 인생과 노후를 의미있고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들도 함께 뛰어주셔야 합니다. 우리사회의 여러 문제해결을 위해 어르신들의 지혜를 활용해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위해 젊은 사람들의 에너지와 어르신들의 지혜를 하나로 모아 노소통합을 먼저 이룩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나라의 과거 역사뿐 아니라 미래 역사도 더욱 의미있고 충실하게 열어갈 수 있습니다"라는 의미에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26일 정 의장의 발언은 "최근에 변화가 왔죠? 촛불집회의 중심에 젊은이들이 있단 말이죠. 미래는 20대,30대들의 무대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 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예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다시 하면 20대, 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 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잖아요"였다.

***보수 재결집의 명분 될까 우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문제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1일 오후부터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발언 당시의 동영상이 급속하게 유포되는 등 비판여론이 확산되자, 이날 전남 방문중에 예정된 농업지도자들과의 간담회를 취소하고 부랴부랴 일정을 변경해 장흥의 노인정 2곳을 잇따라 찾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노인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저도 83세의 노모를 모시고 사는데 어찌 어르신들을 공경하지 않겠느냐"며 "20~30대가 너무 투표에 무관심해서 투표하라고 강조하다보니 말실수를 했다"고 용서를 구했다. 비슷한 시간, 중앙당에선 해명성 논평이 쏟아졌다.

가뜩이나 열린우리당에 대한 노년층의 지지가 시원치 않은 판에 야당에게 공세의 빌미를 제공, 보수 재결집의 악재로까지 번질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민, '현대판 고려장' 공세**

정 의장의 긴급 진화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 의장 발언은 60~70대를 반대세력으로 선전하며 20~30대 결집을 유도한 의도적 발언으로 의심된다"며 "정 의장은 진정한 뉘우침을 진실고백으로 가름하라"고 촉구했다.

배용수 수석부대변인은 오전 선대위회의 브리핑에서 "정 의장의 60~70대 폄하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단순히 사과를 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촛불집회 얘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라고 정치쟁점화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정 의장 발언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며 한나라당의 노인복지정책을 적극 부각, 우리당과의 차별화를 시도키로 했다.

민주당 이승희 대변인은 정 의장 발언을 고려시대 늙은 부모를 산에 버리던 '현대판 고려장'에 비유하며 "21세기 선진사회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공당의 대표가 그 고려장을 명확하게 부활시키는 의식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맹공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80대를 넘어서고 있는데 정 의장 말처럼 선거는 미래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60~70대 노인들은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식물인간이란 말이냐"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정 의장의 발언은 노인에 대한 멸시와 무시, 젊음에 대한 무조건적 찬양이라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이분법에 편승하여 이익을 보려는 얄팍한 계산을 드러낸 것"이라며 노-장년층을 대상으로 우리당에 대한 반감을 자극했다.

김영창 부대변인도 "정 의장의 변명은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참회하는 척하는 '악어의 눈물'일 뿐"이라며 "어버이 세대의 준엄한 심판이 정 의장과 '불효막심당'인 열린우리당에 내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년권익보호당 서상록 명예총재 등도 영등포 우리당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갖고 "과연 60대 이상 노년층 정치인들을 전원 퇴진시키고 20~30대로 당 지도부를 재구성하라"며 "공당의 공인인 정 의장은 즉각 정계에서 물러나서 집에서 쉬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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