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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새 파병지 '나자프'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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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새 파병지 '나자프'에 가보니

침공 1년, 이라크를 가다 <2> 반미기류 흉흉

이라크 한국군 파병예정지가 바뀌었다. 키르쿠크의 치안상황을 이유로 한국군 파병 예정지가 돌연 수정, 자이툰 부대 파병이 연기될 전망이다. 18일 오후부터, 이라크 현지에서는 한국군 대표단과 미군측의 협상 결렬소식이 전해졌다. 또 한국측이 유력하게 검토중인 파병지는 나자프로 알려졌다.

<사진 1>

19일 오전, 키르쿠크보다는 치안상황이 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있는 나자프로 긴급히 떠났다. 나자프는 바그다드에서 서쪽으로 1백60km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나자프는 현재 주둔 중인 1천3백여명의 스페인군이 6월 말 철군할 예정인 지역이며, 시아파의 가장 큰 성지 중 하나이다. 이라크의 거의 모든 고속도로가 한국 기업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통역원의 설명을 들으며 2시간여동안 질주해 나자프에 도착했다.

***"임시헌법 서명한 자들은 모두 미국 하수인"**

나자프에 도착한 시각은 19일 오후 12시경. 차에서 내리자, 모스크에서 내보내는 확성기를 통해 나오는 선동연설이 시내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내용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비난, 반대하는 것이었다.

또한 나자프 시내의 중심부에 세워진 기념비 밑에는 "임시헌법에 서명한 이라크 지도자들은 모두 미국의 하수인이다"라고 쓰여져 있었는데, 나자프 시민들의 반미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나자프가 시아파의 성지인 점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분위기다.

<사진3>

지난 3월 8일(월), 임시헌법이 통과되었을 때, 시아파의 가장 영향력있는 종교지도자인 알라 알리 알 시스타니(Allah Ali Al-Sistani)는 이 법을 비난했다. 그는 "과도기를 포함한 어떤 법도 합법성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의 점령과 임시헌법의 내용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나자프가 종교적 성지인 점을 감안해 나자프의 중심에 위치한 모스크로 향했다. 이 모스크는 시아파의 정신적, 종교적 지도자인 이맘 알리의 시체가 안치된 무덤이기도 하며 모스크이기도 하다. 모스크의 이름도'이맘 알리 무덤과 모스크(Imam Alis Tomb&Mosque)'이다.

기도 시간이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모스크 주변으로 모여들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몇달 전 사망한 시아파 종교지도자 알 하킴의 사진이 걸려있는 피켓을 들고 모스크를 한바퀴 돌았다. 이라크가 이슬람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이라크인들에게 종교지도자들이 가지는 종교적, 정치적 권위가 얼마나 큰지 이해할 수 있다.

<사진4>

***"후세인 물러났는데 미군은 왜 안 물러나나"**

주변 상점을 중심으로 나자프가 한국군 추가파병 예정지 중 하나임을 설명하고, 반응을 살펴보았다. 표면적 대답은 한결 같았다. 대체로 "환영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모스크 주변에 있던 성직자와 인터뷰를 시도해 보았다. "우리는 다른 나라와 평화로운 관계를 원한다"며 성직자 알리가 인터뷰를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20여명 가량의 군중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에게 묻고 싶다. 사담은 물러났다. 그런데 왜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는지 묻고싶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라크인들은 외국인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미군의 행동은 나쁘다"라며 말을 그쳤다.

<사진 2>

나자프는 키르쿠크에 비해서는 치안면에서 보다 안전하다는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강력한 종교 지도자들의 권위와 종교의 역할로 인해 종교 질서에 의해 움직이고 유지되는 지역이다. 키르쿠크에 비해 치안면에서는 보다 안정되어 있지만, 이 지역이 가지는 종교적 단일성과 문화적 보수성으로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어느 지역보다 강하다.

또한 이라크는 어느 때보다도 반미 감정이 악화되어 있다. 심지어 요즘은 미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미군이 알라바바이다"라는 대답이 서슴없이 나오는 형편이다. 또 1천3백여명의 스페인군이 철수 준비중인 이 때에, 3천7백여명의 한국군이 그 지역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가지는 이라크인들의 정확한 심정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나자프를 둘러보고 바그다드로 향해 돌아오던 고속도로에서 1백미터 앞서 가던 자동차가 갑자기 폭파되어 전소됐다. 앞자리에 앉아서 모든 상황을 자세히 지켜봤던 통역원 모하멧(25세)은 "차에는 미국인처럼 보이는 외국인이 타고 있었으며, 무장세력에 의해 격추되었다"라고 추측했다.

현재 이라크는 외국인에 대해 극도로 악화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에 안전지대는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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