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대선자금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9일 오후 56년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자회견의 주제는 불법 대선 자금에 관한 것이나, 탄핵안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게 분명하고 노대통령의 입장표명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盧, 11일 오전 대선자금 관련 긴급 기자회견**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은 내일(11일) 오전 10시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은 검찰 수사 결과 발표에 관한 것인만큼, 모두발언에서 탄핵안에 내용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탄핵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이에 대한 말씀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떤 식으로든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재신임,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국민 사과, 열린우리당 입당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한 노 대통령 입장도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적절한 시기에 있을 것이라고 밝혀왔지만, 노 대통령 기자 회견이 이처럼 앞당겨진 것은 9일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변인은 "오늘 오전 참모진과 상의를 통해 내일 기자회견을 갖기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노 대통령 기자회견은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등 1시간 가량으로 예정돼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노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중시, 선관위가 지적한 위법사항에 대해선 간접적 사과 입장을 피력하되 야당의 탄핵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靑 "누가 탄핵 받아 마땅한지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
한편 청와대는 탄핵안이 발의된 직후인 9일 오후 5시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보좌관 회의를 소집,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엔 김 실장외에 박봉흠 정책실장, 권오규 정책수석, 박정규 민정수석, 정찬용 인사수석, 이병완 홍보수석, 조윤제 경제보좌관,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회의에선 "지난 1년 끈질기게 계속된 대통령 흔들기, 국정 발목 잡기에 야당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숫자를 앞세운 야권의 정략적 횡포가 국민여망과 시대적 요구를 일시적으로 가로막을 수는 있어도 결코 역류시킬 수는 없을 것" "오늘 이후 국정혼란의 모든 책임은 야권에 있음을 국민과 함께 확인한다" "야권의 대통령을 탄핵할 도덕적.정치적 자격이 있는가. 누가 탄핵을 받아 마땅한가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 등 야당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오고 갔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1시간45분간 장시간 회의를 벌였으나 이날 청와대가 내놓은 입장은 "부당하고 비이성적인 야당의 탄핵발의과정과 결과를 의연하게 지켜보겠다. 청와대와 내각은 폭설피해지역에 대한 긴급 지원, 일자리 창출 등 민생현안을 챙기는 한편, 이라크 파병, 6자회담 대책 등 주요 국정을 차질없이 챙기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차분한 것이었다.
탄핵안의 국회 표결을 앞둔 상황에서 야당을 필요 이상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야권 내부의 복잡한 사정과 열린우리당의 반발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탄핵 가결까지는 난관이 많아 사태를 좀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연함을 강조하면서도 청와대는 야당의 탄핵안 발의에 긴장하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또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의원 1백59명이 탄핵안에 서명함에 따라 한나라당, 자민련, 무소속 등 22명만 규합하면 재적 의원 2/3로 실제 탄핵안 통과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실제 탄핵안 통과를 가정, 향후 대책에 대한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가게 됐을 경우에 대한 내부검토 작업은 지난 7일 끝났다"고 밝혔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관광산업 인력 채용박람회'에 들른 뒤 오후 4시께 청와대로 돌아오는 길에 참모진으로부터 탄핵발의 보고를 받았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고개만 끄덕였을 뿐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우회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만찬을 함께 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차질없이 수행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 파병과 관련, "이라크 현지 재건을 위해 올해 파병 지역에만 4천5백만 달러 정도의 재건지원 예산을 책정하여 지원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파병부대의 활동에 조그마한 지장도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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