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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 수뇌부, '탄핵 올인’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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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민 수뇌부, '탄핵 올인’ 무리수

소장파, “무슨 소리, 여론이 탄핵 지지하겠냐”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본격적인 당내 의견수렴 단계에 돌입해, 파문이 크게 일고 있다. 탄핵 추진 불가피론으로 기운 양당 지도부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물밑 교류를 통해 탄핵 발의 시점만을 재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양당 소장파들 사이에선 "탄핵 추진은 결국 여권의 선거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어, 탄핵 발의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민주 '탄핵 올인', 한나라 '적극 공조'**

탄핵 추진을 주도하는 쪽은 조순형 대표를 필두로 한 민주당 지도부와 김경재 의원등 강경파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도 치르기 전에 당이 고사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탄핵정국 올인'이라는 극약처방까지 쓰게 된 배경이다. 당 내부에선 노 대통령 탄핵과 책임총리제 도입을 통한 야권의 권력 장악이라는 시나리오도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대위 출범시기까지 연기하며 탄핵정국 조성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은 어떤 식으로건 총선 전 탄핵 발의에 나설 분위기다. 더욱이 청와대가 야당이 촉구한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기왕에 뺀 칼을 이대로 다시 집어넣을 수 없지 않느냐"는 강경파들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내심 민주당이 탄핵정국을 주도하기를 바라고는 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도 탄핵 강경론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 운영위원회의에서 탄핵 추진에 동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당내 탄핵논의를 주도한 홍사덕 총무에게 위임키로 결정했다. 배용수 부대변인은 "회의에선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탄핵 추진에 찬성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홍사덕 총무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 대통령의 위법, 탈법, 편법에 대해 그동안 법률지원단은 자료를 수집했고 탄핵에 필요한 법률적 요건은 충족됐다"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일의 성사를 위해 다른 야당과의 협력 등을 타진,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지난 1년처럼 앞으로 4년을 통치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 지금 자라나는 세대들의 장래가 너무도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중앙선관위가 온갖 눈치나 보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공손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그것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오만함을 어떻게 그냥 묵과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4일 밤과 5일 긴급의총을 열어 탄핵여부를 논의키로 해 양당이 실제 탄핵 발의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된다.

***민주 소장파,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있어야 탄핵 가능"**

그러나 야당 내에서도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탄핵 발의는 곧 여권의 총선전략에 휘말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지도부의 강경방침에 제동을 걸고 있어 실제 탄핵 발의가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민주당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4일 "대통령의 관권선거개입과 열린우리당의 지원에 대한 발언들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러한 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킬 만큼의 충분한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국민정서를 더욱 신중하게 파악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탄핵 강경파의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노 대통령의 선거개입발언이 야당으로 하여금 자꾸 탄핵의 카드를 꺼내어 정국을 보다 감정적으로 접근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만일 야당이 탄핵의 카드를 꺼낼 경우에 여권은 국민들에게 직접 심판을 받는 재심카드를 꺼내어 일거에 야당의 탄핵카드를 무력화시킴은 물론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를 얻어내는 총선분위기로 정국을 몰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야당의 탄핵카드를 정략적 발상으로 격하시키면서 한민공조의 결정체인 탄핵동맹을 구태정치인들로 몰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될 경우 다가올 총선이슈는 정국불안세력과 정국안정세력간의 대결이란 전혀 민주당이 의도하지 않은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은 결국 이를 주도하는 쪽이 힘을 받으려면 노무현 관권선거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형성되어야 하고, 이에 기반을 둔 밑으로부터의 국민적 지지가 있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며 "그런데 과연 국민들 사이에 이러한 정서적 공감이 형성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당 지도부에 묻고 싶다"고 냉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다른 소장파 의원도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탄핵논의를 할 수 있다"며 "불안해 하는 국민들이 탄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확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구당모임', 신중론으로 입장정리**

한나라당 소장파와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구당모임'도 이날 회의를 갖고 탄핵 추진은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경필 의원은 회의 후 "현재까지 드러난 탄핵사유라는 것은 당선이후 축하금, 선거법 위반, 측근비리 은폐인데, 사례를 더 쌓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전했다. 남 의원은 "이에 따라 당장 탄핵에 돌입하자는 데에는 신중하자는 의견이 많았고,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은 마당에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권오을, 권철현 의원 등도 운영위원회의에서 "국민들에게 비치는 시각과 총선을 앞둔 시점에 있어서 탄핵 추진을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여준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탄핵에 대한 법률적 요건이 중요하긴 하지만, 국민의 의사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국민이 탄핵을 원하느냐, 당 내부가 탄핵이라는 목표로 일사분란하게 단합할 수 있느냐는 두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가능하다"고 탄핵추진에 반대했다.

윤 의원은 "만약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여당의 선거전략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예컨대 열린우리당이 국민을 향해 '야당이 수를 가지고 헌정을 중단시키려한다'고 극단적으로 규정하면서 대통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것이 더욱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야당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與, "정치권 움직임에 일일이 대응 않겠다"**

여권은 야당의 탄핵추진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총선전략상의 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다만 여론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야당의 탄핵 추진은 역풍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면돌파로 방침을 굳힌 분위기다.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해도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이건 정치공세를 넘어선 다수당 횡포"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윤 대변인은 "이성을 잃은 무분별한 정치공세에는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탄핵을 발의하면 그 순간 민주당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 탄핵 발의와 동시에 정국불안세력으로 야권을 몰아붙이겠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했다.

여권의 이같은 정면대응 방침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뚜렷한 위법사실이 없는 한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 분명하다는 자신감도 깔려있다.

한-민 수뇌부의 '총선 올인' 도박은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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