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월간조선> 대표 겸 편집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구하기에 나섰다. "보수당 사령탑을 위장 좌파나 오렌지족에게 넘겨줘서는 안된다"는 게 '최병렬 일병 구하기'에 나선 조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그동안 검찰의 대선자금에 대한 한나라당 대응, 행정수도 이전특별법 국회 통과, KBS 시청료 분리법안 등을 이유로 최 대표를 '기회주의자'라고 맹성토해왔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장파의 반란으로 총선을 앞둔 상황에 한나라당이 침몰 위기에 봉착하자 연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최 대표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며, 총력 지원사격을 펴고 있다.
작금의 한나라당 위기에 대한 보수진영내 위기감이 공황적 상황에 도달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보수당 위장좌파에게 넘어가겠구나 위기감"**
조대표는 1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민심의 변화-최병렬 보호론 급부상'이란 글을 통해 "최병렬 대표를 가장 직설적으로 비판했던 사람들이 최 대표 보호론으로 돌고 있다"며 "어제 오늘 중대한 민심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대표 비판론자들은 최 대표가 공세적으로 달라져 노무현 정권과 진검승부를 하라고 한 것이지 그를 퇴진시키려고 비판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 비판론자들이 '최 대표 보호론'으로 돌아선 이유는 최 대표의 당내개혁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였던 일부 소장파들이 崔대표 퇴진론에 앞장서는 것을 보고는 "이러다가는 보수당의 사령탑이 위장된 좌파나 오렌지족에게 넘어가겠구나"하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한 '위장좌파'란 원희룡 의원 등 소장파를 일컫는 것이며, '오렌지족'이란 퇴진 공세를 받은 정형근 의원이 남경필 의원을 겨냥해 사용했던 표현이다.
조 대표는 "이들(비판론자들)은 최 대표가 자신들의 노선으로 돌아와서 對정권, 對좌익 선명투쟁을 이끌어주기만 하면 옛날의 관계로 돌아가 최병렬을 중심으로 한 '반노 반김정일 애국전선'을 구축하겠다는 태도"라며 "한나라당이나 최 대표는 기로에 서 있다. 위기는 원래 위험 속에 내포되어 있는 기회인 것"이라고 최 대표를 적극 옹호했다.
***"한나라당 소장파,투지도 의리도 없어"**
조 대표는 앞서 18일에도 '투지도, 의리도 없는 한나라당 소장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 대표 퇴진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소장파를 맹성토했다.
조씨는 "우리보다 여러 모로 합리적인 미국인들도 싸움에서만은 철저하게 조직 의리로 뭉친다"며 "요사이 한나라당의 내분이 보여주는 것은 적전 분열 그 자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등장한 뒤 검찰의 2002년 대선자금 수사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일부 소장층 의원들이 이를 기회삼아 물갈이, 기득권 세력 몰아내기 등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서 "이들은 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우선 노무현 정권의 비슷한 부패를 공격하고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하는데 외부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여 내분을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소장파들이 정형근 의원을 공격한 것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진실의 폭로는 그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런 폭로를 할 정보력도 용기도 없는 야당의원이 정 의원을 공격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무엇으로 정치를 할 것인가. 싸워야 할 때 정책대결을 할 것인가. 민주화 투쟁 시절에 얌전한 야당을 만들기 위하여 여당이 항상 주문했던 것이 정책 대결을 하자는 것이었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이 요구에 순응하지 않고 시대가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기 때문에 사쿠라로 전락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비열한 인간들은 항상 자신보다 용기 있는 사람을 질투하는 법"이라며 정형근 의원을 적극 옹호했다.
그는 또 "이들은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법 문제, 대북 정책, KBS 시청료 분리법안, 천도 문제 등에서 애국적인 행동력을 보이지도 않았다"며 "이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지금은 열린당에 가 있는 옛 한나라당 의원들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소장파들의 최대표 퇴진 주장에 대해선, 그는 "이들은 한때 최 대표를 지원하는 듯하더니 그가 불리해지자 퇴진운동에 나섰다"면서 "보수정당의 이념과는 거리가 먼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한나라당의 주도권을 쥔다면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패배하기 전에 이미 이념적인 변질을 일으켜 열린당과 비슷해질지도 모르며,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을 포위하여 섬멸하려는 남북한 좌익들의 연합전선 음모를 저지시킬 정치세력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개혁은 남북한 무장대치상황에서 보수정당이 수행해야 할 역사적 의무를 재인식하고 그런 의무에 따른 투쟁을 줄기차게 밀고나갈 수 있는 용기와 전략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반공투사를 몰아내고 구성원의 나이를 젊게 하며 젊은 표를 얻는다면서 정체성과 가치관을 포기하고는 정권의 홍위병과 친하려 하고, 권력과 싸울 용기가 나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는다, 정책 대결하겠다고 멋을 부리는 그런 비열한 자세는 개혁이 아니라 소승적 이기주의요 의리도 모르고 이념도 모르고 용기도 없는 철부지들이나 할 일"이라고 거듭 소장파를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이념과 전략과 투지가 있고 의리를 아는 인물들을 찾아내어 앞장세워야 한다"며 "巨惡에 대해서는 침묵, 굴종하면서 눈앞의 소리(小利)를 탐하여 내부투쟁에 골몰하는 자들을 견제 교화하면서 국가와 역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나라당을 끌고 갈 수 있다면 그는 1백20세가 되어도 좋다"고 주장했다.
'야쿠자식 의리론'을 펼치면서까지 최병렬 대표를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최병렬 포기' 선언**
조갑제 대표의 이같은 '최병렬 일병 구하기' 노력과는 대조적으로 조 대표가 속한 조선일보는 21일 사설을 통해 사실상 '최병렬 포기' 입장을 밝혀 조 대표를 한층 안쓰럽게 만들고 있다.
자사 편집국장 출신인 까닭에 그동안 최병렬 대표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조선일보는 이날 '한나라당 이래도 어정쩡하게 갈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최근의 한나라당 위기에 대해 "국민이 국회 제1당으로 선택한 정당이 자해(自害)행위를 거듭하다 이제 드디어 숨을 거두려 하고 있는 순간"이라며 "한나라당의 비극은 국민 어느 누구도 이 마지막 모습에 동정의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국민은 한나라당의 침몰을 재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설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그래도 아직 목숨이 붙어있는 정당이라면 마지막 몸부림이 내부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으나 국민들은 이 마지막 몸부림조차 거들떠보려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적 냉소의 원인을 "이런 고비를 맞을 때마다 한나라당의 선택은 현상유지를 위한 미봉책으로 진실을 덮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또 "이렇게 된 데에는 죽어가는 당의 당권이라도 붙들고 있겠다는 측의 맹목적 집착에다 투쟁인지 투정인지 구분하기조차 힘든 시늉을 하다가 적당히 물러서곤 했던 도전세력의 안일한 기회주의가 얹혀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사실상 최병렬 대표에 대한 포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설이 말한 '죽어가는 당의 당권이라도 붙들고 있겠다는 측'이란 다름아닌 최 대표를 지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설은 "한나라당은 잠수함이 부서져 가라앉는 한이 있더라도 이번에 끝장을 봐야 한다"며 "침몰하는 잠수함과 함께 가라앉겠다는 각오을 가진 사람만이 이 나라에 대안 정당의 집을 다시 세울 자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끝맺음함으로써 한나라당측에 사즉생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선일보의 이같은 사설은 한나라당내 모든 정파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는 최대표를 갖고서는 작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으며, 그럴 경우 총선에서 대패하면서 조선일보를 포함한 보수진영 전체가 동반침몰할 것이라는 위기감의 결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 내부의 조갑제 대표는 여전히 '최병렬 일병 구하기'에 여념이 없어 보이니,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위기를 논하기에 앞서 조선일보 내부부터 교통정리를 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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