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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돈이 쏟아져 들어왔다"

민경찬 진술 "'7인 위원회'서 모금 주도", 땅투기 시도 혐의

노무현 대통령 친형 건평씨 처남인 민경찬씨가 두달만에 6백53억원의 대형 사모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 측근 7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차관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도 연계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요구에 따라 지난달 31일 민씨를 출금금지 조치하고 2일부터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했다고 알려져, 수사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경찬 "투자자 47명, 10원도 안 돌려받아도 후회 않을 것"**

민주당 조재환 의원은 3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경찬 펀드'와 관련, 민씨가 "처음 1백억원을 모을 때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내가 대통령 친인척이란 얘기가 알려져서였는지 어느날 갑자기 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국회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 위원인 조 의원은 이같은 민씨 진술은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신해용 자산운용감독국장이 민씨를 면담한 자리에서 나왔고, 자신이 신국장을 만나 확인했다고 전했다.

조 의원에 따르면, 민씨는 금감원 조사과정에 "7인 대책회의가 상의해 모금이 이뤄졌으며 5억원, 10억원 단위로 끊어서 투자자를 유치했다"면서 "전혀 원금을 돌려받지 못해도, 10원짜리 하나도 건지지 못해도 후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사람 47명으로 투자자가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민씨는 또 "모금한 돈은 하나도 쓰지 않았고 전액이 은행에 예치돼 있다"면서, 투자처와 관련해선 "부동산이나 벤처기업 투자쪽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땅 투기 펀드 아니냐**

민씨의 이같은 주장과 관련, 투자업계에서는 요즘 벤처 투자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민씨가 땅 투기를 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세청 조사에서 한 주부가 2백50억대 사모펀드를 조성해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시가 조작을 한 사실이 드러난 데에서도 알 수 있듯 6백50억대 대형펀드를 조성했다면 투자할 곳은 땅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씨가 부동사 투자쪽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한 대목을 보면, 민씨가 대통령 친익척이라는 점을 앞세워 부동산 투기꾼들의 최대 관심사인 행정수도 이전지 등을 사전에 알아낼 수 있다는 식으로 시중의 돈을 끌어모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야당, 총선자금 의혹 제기**

민경찬 펀드와 관련한 야당의 공세도 계속됐다.

민주당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3일 민씨 의혹과 관련, "40대 중반의 사채업자인 김모씨가 민씨와 현 정부 고위인사간의 삼각커넥션을 통해 1백억원대의 자금을 모금하는 창구역을 했다"고 주장했다. 민씨에게 차관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를 연결시켜준 것으로 지목받는 광주출신 사채업자인 김모씨는 현재 기소중지 상태로, 민주당은 검찰에 대해 그의 긴급체포를 요구했다.

또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민경찬 펀드'가 총선 자금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투자자 중 단 한명도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청와대와 검찰은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총선자금으로 끌어들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도 "대통령 사돈이란 것외엔 유인력이 없는 민씨가 두달만에 거액을 모금한 것은 친인척 권력형 비리의 전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뒤늦은 대응에 대해 질타하는 등 이례적으로 청와대를 비난하며,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부영 상임위원은 민경찬 사태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대통령 민정수석실의 ‘직무유기’를 문제삼으면서 "민경찬씨가 계약도 하지 않고 엄청난 자금을 모아들인 것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다"며 "관계 당국이 하루빨리 이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민씨 출국금지ㆍ2일부터 내사 착수**

이처럼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민경찬 펀드'와 관련,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2일 이미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오후 브리핑에서 "지난달 31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요청으로 민씨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진 상태"라면서 "위법의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금감원이나 민정수석실의 조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앞으로 투자자의 신원, 투자 액수 등을 조사해 위법여부를 철저히 밝힐 계획"이라면서 관련 피해자들에게 수사 협조를 부탁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경찰청에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3쪽짜리 '자료통보'라는 공문을 보내 내사와 출금금지 조치를 요청했다.

경찰청은 민씨는 출국금지 조치한 데 이어 펀드 모금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측근 조모씨에 대해 4일 중 추가로 출국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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