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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잦은 '사적 발언'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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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잦은 '사적 발언'에 대한 유감

<기자의 눈> 대통령 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사적인 만남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 확인해드리지 않겠다."

7일 저녁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찾은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에게 일부 기자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이강철 열린우리당 중앙상임위원과의 사적인 만남에서 나온 발언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이강철 위원을 만나 "최근 개각에서 '대구 출신인 윤덕홍 교육부총리의 사퇴로 대구.경북(TK) 정서가 나빠지고 있다'는 지역 여론을 전해듣고 당초 다른 후보들을 염두에 뒀다가 TK출신인 김병일 금통위원과 이희범 서울산업대 총장을 각각 기획예산처 장관과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개각을 하면서 총선을 감안해 '지역정서'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했다는 것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이처럼 요즘 노 대통령 관련 기사의 상당 부분은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아니라 '비공식 일정'이다.

***연말부터 부쩍 비공식 오.만찬 늘어**

노 대통령은 요즘 부쩍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측근들을 만나는 횟수가 늘었다.

구랍 20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 부부와 만찬회동을 가졌다. 같은달 24일에는 4월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직 비서관, 행정관 9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또 같은달 29일에는 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 정대철 이상수 의원과 만찬회동, 이튿날인 30일에는 부산상고 선배인 신상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31일에는 김부겸.임종석.안영근.송영길.정장선.김성호.이종걸 등 우리당 초선 의원 7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 2일에는 최측근인 이강철 위원을 만난 데 이어 4일에는 개혁당 대표를 지낸 우리당 김원웅 의원과 부부동반으로 오찬 모임을 가졌다. 하루 건너로 우리당 관계자들과 만나고 있는 꼴이다.

노 대통령이 누차 강조했듯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그에 앞서 한 개인으로서 얼마든지 '사적 모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비공식 모임'에서 대통령은 어김없이 총선과 연관된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며 이같은 발언이 모임 참석자의 입을 통해 언론에 보도돼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4월 총선은) 한나라당을 하나의 세력으로 하고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축으로 하는 구도로 가게 될 것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는 것은 한나라당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12월24일 전 청와대 비서관들과 회동)

"열린우리당이 지금은 다소 소극적인데 앞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주변 인재들과 특히 대통령과 가까운 당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열심히 뛰면 이길 것이다."(12월30일 신상우 부의장과 회동)

"선관위에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12월31일 우리당 초선 의원과 회동)

"TK 정서를 감안해 인사를 단행했다."(1월2일 이강철 위원과 회동)

"총선을 앞두고 개혁당이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것은 잘한 일이다. 대통령도 정치인으로 우리당 입당 의사는 확고하다."(1월4일 김원웅 의원과 회동)

공식 부인했지만 신상우 부의장과의 회동에선 "재신임을 총선에서 묻고 싶은 마음도 있다"며 '재신임-총선 연계구상'이 보도돼, 야당이 "대통령 탄핵 검토"라는 경고를 보내는 등 커다란 정치적 파문이 일기도 했다.

***참석자 입 통한 '중개정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식탁정치'라고 부르고 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총선에 관심이 많다"(신상우 부의장)지만 법적으로 개입할 통로가 막혀 있으니, 비공식 오찬이나 만찬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총선에서 민주당 찍는 일은 한나라당을 돕는 일"이라는 발언이 참석자의 입을 통해 알려져 크게 파문이 일고 이에 선관위가 협조서한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대통령의 '사적 발언'이 계속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과 나눈 얘기는 외부에 나가 하지 않는다"는 관례를 깨고 청와대가 참석자들의 입단속을 하지 않는 것도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공식 발언'의 정치적 효용은 크다. 우선 언론보도를 통해 '총선은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 전선구도' '재신임과 총선 연계 구상' 등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여론의 추이를 떠보는 게 가능하다. 또 문제가 커질 경우 "사석 발언"으로 피해갈 수 있다. 실제 청와대는 "민주당 찍는 것은 한나라당 돕는 꼴"이란 발언에 대해 "사석에서 나온 발언을 정쟁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비공식 발언'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무게와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이 "올해는 경제와 민생을 챙기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발언이 많을수록 "대통령이 경제는 등한시하고 총선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안타까워 하는 여론이 많다. 또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 "4월 총선에 장관들을 차출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다"고도 했지만, "TK정서를 고려해 당초 뽑으려던 장관 후보를 바꿨다"는 말은 이와 상치된다.

좀더 당당한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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