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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분당 1월말, 2월초 필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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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분당 1월말, 2월초 필연적”

<우리당 경선인터뷰 : 이부영>“盧 선거유세도 해야"

열린우리당 당권주자로 나선 이부영 후보는 3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당원으로써 기여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굉장히 의미있는 행동"이라며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총선지원을 요구했다.

'선관위에 선거운동 범위를 묻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에 노 대통령의 총선 개입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적 여당'의 유력 당권주자가 이 같이 말해 노 대통령의 '선거 중립'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盧 대통령에게 상임고문 같은 당직 부여도 고려"**

이 후보는 '선관위에 선거운동 범위를 묻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말 솔직담백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가장 영향력 있는 당원으로서 권력기관은 뒤로 물리고 당원으로 운동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이 제1당으로 발돋움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남은 국정운영에도 결정적"이라며 "그것을 위해 노 대통령도 '올인'해야 한다. 뒷감당은 뒤에 가서 생각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으로 (대통령의 선거지원) 유세도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에게 상임고문 같은 당직을 부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보겠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주겠다"고 당직임명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대통령 측근비리에 관한 수사가 총선과 비슷하게 마무리될 경우 총선 결과를 대통령 재신임과 결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재신임 기준으로 그는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구성될 열린우리당 지도부도 "제1당이 안되면 대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며 "지도부 전체가 사즉생의 각오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우호적으로 봐 줄 것"**

이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2표차로 나타난 예비경선 결과의 사실여부에 대해 "사실인 것 같다"며 "예비투표 결과를 당내에 비밀로 한다고 해도 공공연한 비밀로 다 알고 있었다"고 '양강구도'를 확신했다.

그는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컸지만, 그 흐름만 가지고 열린우리당이 총선 제1당이 되는일이 가능하냐에 대한 의문부호가 생긴 것"이라며 "(정 후보로는) 기존 민주당 지지세를 회복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따라 부동층, 무당파층, 한나라당 지지세력을 우리당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대의원들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플러스 알파'론을 폈다.

이 후보는 이어 "(후보들과) 명시적으로 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뒤, "김근태 대표가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해 온 나를 드러내 놓고 지지할 수는 없지만 우호적으로 봐 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1월말 2월초 다른길 가게 될 것"**

한나라당 탈당파인 이 후보는 최근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분당으로 이어질 것을 기정사실로 내다봤다.

그는 "지역구도와 냉전논리와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몸통(비주류)은 꼬리(주류)가 흔들겠다는 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최병렬 대표를 위시한 주류세력들이 비주류를 향해 떨어지라고 선언을 한 것인데 어떻게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1월말, 2월 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다선 중진 의원에 재력까지 갖춘 사람들, 특권과 냉전 의식에 가득 찬 사람들을 어떻게 소수의 개혁세력들이 잘라내겠나. 꼬리가 잘려 나오게 돼 있다. 잘려 나온 사람들은 개혁적 보수론을 내세우며 자기가 한나라당의 원류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완장 두르고 목소리만 높여선 개혁 안된다"**

프레시안: 예비경선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안됐는데.
이부영: 사실인 것 같다. 예비투표 결과를 당내 비밀로 한다고 해도 공공연한 비밀로 다 알고 있었다.

프레시안: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오가는데.
이부영: 우리진영에서 유출할 사람이 없다. 예비경선이 끝난 직후부터 기자들이 공공연히 하던 얘긴데 참고 있다가 누가 보도를 한 것이지.

프레시안: 그러면 경선이 정동영-이부영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고 보나.
이부영: 꼭 그렇게 보지는 않지만, 민주화 운동과 개혁의 원류가 누구냐, 혹은 의장이 됐을 때 과연 몸을 던져서 일을 할 품성은 누가 더 낫냐는 고민 끝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분명히 컸다. 그러나 그 흐름만 가지고 열린우리당이 총선 제 1당 되는 일이 가능하냐에 대한 의문부호가 새긴 것이다. 기존의 민주당 지지세를 회복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판단과 플러스 알파의 필요성이 생겨났다. 굉장히 늘어나 있는 부동층, 무당파층, 한나라당 지지세력을 우리당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더 적합한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을 대의원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민주당, 개혁당, 시민운동 세력 등에서 모여 된 당이다. 물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나처럼 한나라당에서 나온 사람들도 있다. 다만 노 대통령 지지한 사람이 다수였기 때문에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부영에 대해 조금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핸디캡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작년의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작년에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만 가지고서는 총선 제 1당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에서 등을 돌린 사람들, 부동층, 무당파 등 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세력들도 끌어안아야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나의 슬로건이 총선 승리의 플러스 알파, 꿩 잡는 게 매라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이부영이 할 수 밖에 없다. 총선 승리의 유일한 무기가 이부영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당원들이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안정을 희구하는 중산층, 합리적인 보수층까지 끌어 들여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다.

프레시안: 예비경선의 표심을 보면 일정부분 안정희구 성향으로 회귀한 모습을 보인다. 김두관, 김원웅 후보가 탈락한 것을 보면 소장파 중심의 급격한 개혁에 대한 반감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이부영: 열린우리당의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는 확실하다. 다만 우리당이 집권 여당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않아야 한다. 집권 여당은 변화와 개혁을 계속해 나가면서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야 할 무한책임이 있다. 그것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킬 때 분위기와 지금이 다른 이유다. 노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개혁을 해 나가되 경제를 회복하고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도 그 큰 테두리의 기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기조가 대의원 선거경향에도 나타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노선과 궤를 같이하되 안정감을 보완할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는 얘긴가.
이부영: 그렇다. 그러면서도 정치에 대한 불신, 정치부패에 대한 혐오 때문에 50%가까이로 늘어난 무당파를 끌어들일 수 있는 인물이 누구냐를 생각할 것이다.

프레시안: 슬로건이 넉넉한 리더십이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선도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는데, 다소 대치되는 것 아닌가.
이부영: 그렇지 않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은 집권당으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개혁은 메시지 일변도가 아니라 명확한 목표와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 목표와 로드맵이 개혁인데 지금까지는 그런 것이 없었다. 완장만 두르고 목소리만 높여가지고는 개혁이 안 된다고 본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일정표를 제시하자는 것이 안정적 개혁론이다.

프레시안: '플러스 알파론'을 강조하는데, 단순히 한나라당 출신이라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흡수될 것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부영: 대의원들이 내 정치 행보를 꽤 많이 알고 있다. DJ 의 국민 분열, 통일민주당과 평민당의 분열 중에서 내가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알고 있다. 나는 끊임없이 지역주의와 싸우고 개혁, 평화세력의 통합을 위해 힘써왔다. 그리고 이제 3김시대가 끝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할 시대가 왔다고 생각해서 당선이 보장된 한나라당을 나온 것이다. 분열의 정치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역사의 시점으로 봐서 국민 통합의 정당, 지역주의 극복의 정당이 나올 때가 됐다고 본다. 분열됐던 민주화 세력이 모일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한 때 인기가 있었다고 쫒아가는 사람이 아니다. 일관되게 통합과 개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움직였다. 당에 기반이 없는데 의장 경선에 나와 힘들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는 피상적 생각이다. 나는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에서 3위를 했고 통일민주당에서도 부총재, 최고의원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에서 한나라당 쪽이건, 민주당 쪽이건 당당하게 국민통합의 논리와 정치개혁의 논리, 지역주의 극복의 논리를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나다. 한나라당 쪽에서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흔들 가장 두려운 사람으로 나를 꼽고 있다.

프레시안: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철새라는 비난을 하지 않겠나.
이부영: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가는 철새가 어디에 있나. 먹을 게 많은 데서 적을 데로 가는 철새는 없다. 영남 지역주의자, 냉전주의자들은 그렇게 말하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지역주의자들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플러스 알파론을 내세우는데 부동층은 젊은 층이 많다. 이 의원의 이미지는 젊은층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이부영: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사람들은 무관심층이지 부동층이 아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나 염증을 느낀 사람들은 4,50대다. 그 사람들이 주 타겟이 돼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이번에 나선 후보들 중 노선이 겹치는 분들이 몇 분 있다. 연대 가능성이 있나.
이부영: 그만큼 열린우리당에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본다. 그러나 명시적으로 연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 경선은 당당하게 해야 한다.

프레시안: 명시적으로 하지 않겠지만 경선이 1인 2표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도부 구성 비율 측면에서 나머지 한 표가 어디로 가나가 중요하다. 굳이 나누자면 '안정과 통합', '변화와 개혁'으로 대별되는데, 무엇이 더 우위에 있다고 보나.
이부영: 무엇이 무엇의 우위에 있다고 하기 보다는 보완되는 관계에 있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바퀴와 안정과 통합이라는 바퀴를 함께 굴려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당이기 때문에 메뚜기처럼 마냥 뛸 수만은 없다.

프레시안: 같은 민주화운동 세대로서 김근태 대표의 암시적인 지원 의사가 있었나.
이부영: 김근태 대표가 경선에 나와주기를 바랐는데 끝까지 고사했다. 고사 후에도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선거법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고, 경선에 나오면 원내대표에서 당 의장으로 모든 것을 다 하려 한다는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그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 김 대표가 민주화운동을 함께해 온 나를 드러내 놓고 지지할 수는 없지만 우호적으로 봐 주리라 기대한다.

프레시안: 이 의원은 이번에 백봉신사상을 받았다. 상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건 아니지만 어찌보면 여야 대립구도가 치열한 상황에서 '전투적 리더십'이 부족한 측면일수도 있다. 김근태 대표의 원내 전략도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는데, 이 의원이 의장이 되면 투톱이 모두 너무 유연해 지는 모습일 수도 있는데.
이부영: 내가 한나라당에서는 지도부 자리에 있을 때에도 그렇게 만만하게 일을 해 내는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의장이 된 후에 지켜봐 달라. 이제 열린우리당에는 총선 전략이 중요한데 그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역주의 벽을 헐어내는 과정을 봐 달라.

프레시안: 열린우리당을 '무지개 군단'이라고 표현했는데, 민주당 출신들의 기득권이 너무 강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부영: 민주당에서 나오신 분들이 많으니 기득권이 그쪽에 많다. 그러나 그분들과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와서 마음이 편하고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당을 함께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하다.

프레시안: 바람직한 청와대와 당의 관계를 어떻게 구상하나.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청와대의 혼선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도해 나가는 모습은 없었다.
이부영: 총선 국면에 들어가면 열린우리당이 주도를 하게 된다. 적극성을 띄게 될 것으로 본다.

***"총선과 재신임 연계해야"**

프레시안: 총선까지 대선자금 문제 등 현안이 몇 가지 있다. 어떻게 풀어갈텐가.
이부영: 가장 시급한 것은 선거법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한나라당 쪼개지느냐 아니냐도 선거법 협상에 달려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이 계속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러울 경우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가 이루어 질 수 있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행 선거법대로 가면 지역구를 정리를 할 길이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영, 호남 선거구 중 인구 11만 2천명 아래가 모두 정리돼야 한다. 33만 6천 이상 되는 선거구도 분구가 돼야하는데 그러면 서울, 수도권에서는 여러 개 지역구가 새로 생기나 영, 호남에서는 여러 개 선거구가 통폐합된다. 그러면 현역 의원들을 수용할 길이 없는데 중대선거구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 오히려 양당의 내부 사정 때문에 중대선거구를 원할 수 있다.

프레시안: 중대선거구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봐도 되겠나.
이부영: 지역주의 벽을 허물어뜨리기 위해서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도동복합선거구제를 할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론은 중대 선거구제이지만 협상안으로는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대선자금문제에 관해서도 한나라당은 차떼기니 뭐니 하며 돈을 넘겨받은 행태에 대해 참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어쩔꺼냐, 할테면 해봐라' 하는 막가파 같은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노 대통령이 난처해하는 것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은 으레 그런 당이니 하며 넘어가고 노 대통령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한나라당보다는 훨씬 더 적어도 불법대선자금의 존재가 드러나니 실망을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비교 우위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노 대통령 쪽은 내란과 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는 한 어떤 혐의에 대해서도 형사소추할 수 없다는 법령에 따라 소추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 자신이 한나라당의 부정한 자금의 10분의 1만 넘어도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한나라당은 17대 총선까지 그 문제를 삼을 모양인데 대통령 측근비리에 관한 수사가 총선과 비슷하게 마무리 될 경우 총선 결과를 대통령 재신임과 결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그야말로 열린우리당이 제 1당이 못 된 것을 자기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할지 안할지는 대통령 자신이 선택할 문제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고 열린우리당과 함께 국가의 운명을 책임진다고 천명했을 때 국민들이 총선 결과와 재신임을 연계할 것 같다.

프레시안: 총선에서 어느 정도를 얻어야 재신임과 불신임의 기준이 되나.
이부영: 우선 기준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열린우리당이 제 1당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총선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말도 그런 기준에 따른 것인가.
이부영: 제 1당이 안되면 대의원들에게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 지도부 전체가 사즉생의 각오로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

프레시안: 당내에서는 총선구도에 대해 '노무현대통령 대 한나라당' 구도냐, '우리당 대 한나라당 구도'냐를 두고 미묘한 시각차 존재하는 것 같다.
이부영: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 국회의원 나오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후보는 열린우리당 사람들이다. 장관들이나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도 열린 우리당에 입당을 해서 후보로 나가는 것이다. 총선을 치를 주체는 누가 뭐래도 열린우리당이고, 노 대통령은 가장 영향력 있는 당원일 따름이다. 대통령이 총재도 아니고 총선 자금을 대 주는 것도 아니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여당 총재에 당직까지 좌지우지했지만 노 대통령은 영향력 있는 당원으로 총선에 기여하라고 열린우리당이 요구해야 한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이 최근 선관위에 선거운동 범위를 묻겠다는 발언을 했다. 총선에 영향력 있는 당원으로 범위를 묻겠다는 말인데 어떻게 보나.
이부영: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솔직담백한 태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옛날 대통령은 중립 지키는 척하면서 국정원, 보안사,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권력기관 이용해서 여당에 유리한 선거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겠다는 것이다. 권력기관에게는 중립을 지키며 총선이 공정하게 하는지 안하는지를 지켜보라는 것이다. 부정선거 사범을 적발하면 특진을 시키고 상금을 주는 등 포상제도까지 마련했다. 대신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가장 영향력 있는 당원으로서 권력기관은 뒤로 물리고 당원으로 운동하겠다는 것이다. 위선적인 행동을 하지 않고 당원으로써 기여를 하겠다는 것은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굉장히 의미있는 행동이다.

프레시안: 여태까지 한번도 대통령이 총선에서 발벗고 뛴 적이 없어 낯설다. 법이 허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컨대 대통령이 거리 유세도 할 수 있다고 보나.
이부영: 법적으로 유세도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임고문 같은 당직을 부여할 수 있는 지 고려해 볼 것이다.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대통령에게 주겠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선거운동 하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총선 전략 차원에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부영: 이번 전당대회를 끝내고 청와대를 개편하고, 개각해서 여권이 전열 정비를 끝내고 노 대통령이 입당을 하면 지지도가 동반상승하리라고 본다. 청와대 개편을 통해 국정경험이 있는 안정적인 인사들, 각료로 존경받았던 분들이 충원이 되고 입후보해야 할 장관과 비서진들이 나오면서 달라질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얘기한 변화, 개혁과 안정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여권 전체를 움직여 가는 양상이다. 청와대도 불안하고 열린우리당도 불안하면 국민들이 지지하겠나. 둘 다 변화와 개혁 그리고 안정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프레시안: 대통령이 뒤에서도 안하고 앞에도 안 나서고 완전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선거문화의 바람직한 측면 아니겠나.
이부영: 어차피 올해 들어서는 대통령이 지난 한 해 동안 시행착오 속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이도저도 아닌 엉거주춤한 자세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이 제 1당으로 발돋음 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남은 국정운영에도 결정적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 노 대통령도 올인해야 한다. 뒷감당은 뒤에 가서 생각할 일이다.

프레시안: 올인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각료나 장관을 어느 수준까지 징발해야 한다고 보나.
이부영: 가용한 인적 자원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프레시안: 강금실 장관이나 문재인 수석까지 포함하나.
이부영: 대통령이 판단해야 한다. 우선 전당대회 후에 생각할 문제지만 잘 될 것으로 본다.

***"재통합론은 방정맞은 발언"**

프레시안: 앞서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기존 민주당 지지층에 안주했다는 평가를 했는데, 노 대통령 또한 기존 지지세력에게만 집착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부영: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오르지 않으니까 민주당에서 온 사람들이 열린우리당 안의 민주당 지지층과 열린우리당 지지층을 합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는 것 같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우선 연합공천이나 재결합을 한다면 아마 수도권과 호남에서의 승리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 얘기는 다시 영남, 강원 등 다른 지역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열린우리당이 서쪽 지방 정당이 된다. 열린우리당의 창당 목적이나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작심을 하고 한나라당, 개혁당에서 나왔던 사람들의 본래의 뜻 자체가 훼손된다. 그렇게 퇴행하면 열린우리당이 또 쪼개진다. 이번에 또 후퇴를 하면 어쩌면 우리 정치를 바꾸려고 했던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국민통합의 명제가 훼손된다. 그런데 나는 노 대통령이 그런 길을 갈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경에 보면 소돔과 고모라 얘기가 나온다. 롯이라는 여자가 돌아보지 말라는 뜻을 어기고 그 쪽을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됐다. 후회하지 마라, 돌아보지 마라는 노래 가사도 있지만 잘 못된 길은 돌아보지 말고, 후회하지 말고 그대로 가야 한다. 그 길이 옳은 길인데 옳지 않은 미련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보면 소금기둥이 돼 버린다.

프레시안: 재통합을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어부지리가 한나라당으로 돌아간다는 우려가 있다.
이부영: 전당대회 치루고 정부 개편이 이뤄지고 대통령 입당하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 지금부터 방정맞게 떠들 일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심한 표현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방정맞은 일이다. 지지도 차이를 두 배정도 만들어 놓고 해도 늦지 않는데 왜 경망스럽게 생각한 말을 참지 못하나.

프레시안: 총선 후 통합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부영: 총선 후 차츰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할 얘기는 아니다. 지금하면 자칫하면 분당 왜 했냐는 말만 듣게 된다. 우리당 명분만 훼손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명분에만 집중하면 된다. 정치개혁 관심을 곁가지도 돌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 1월말 2월초 분당 불가피"**

프레시안: 한나라당 매커니즘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묻겠다. 현재 상황이 분당으로 갈 것이라고 보나.
이부영: 한나라당 내부에는 개혁을 하고 공천을 올바로 하겠다는 쪽보다는 개혁을 당해야 할 사람들의 수나 세력이 더 크다. 어떻게 꼬리가 몸통을 흔들겠나. 몸통은 따로 간다. 지역구도와 냉전논리와 특권의식으로 가득 찬 몸통이 꼬리가 흔들겠다는 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선 중진 의원에 재력까지 갖춘 사람들, 특권과 냉전 의식에 가득 찬 사람들을 어떻게 소수의 개혁세력들이 잘라내겠나. 꼬리가 잘려 나오게 돼 있다. 잘려 나온 사람들은 개혁적 보수론을 내세우며 자기가 한나라당의 원류라고 주장할 것이다.

프레시안: 그 시기를 언제쯤이라고 보나.
이부영: 1월 말, 2월 초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이제 한 달여 남았는데 도저히 같이 할 수 없게 됐다. 최병렬 대표를 위시한 주류세력들이 비주류를 향해 떨어지라고 선언을 한 것인데 어떻게 그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겠나.

***"노 대통령 적극적으로 돕겠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 1년 공과를 평가해 달라.
이부영: 노 대통령은 지난 1년을 자신이 후보였을 때 생각했던 철학을 실현하려고 진용도 그렇게 짜 봤고 문제 제기도 자기 철학에 따라 많이 해 봤다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우리 정치, 우리 사회의 비주류 입장에 있었다. 경계인이라고도 볼 수 있고 변방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다가 우리 국민의 의식의 엄청난 변화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그 변방인 내지 경계인의 인식을 가지고 변화를 시도했다고 본다. 이른바 주류에 대한 변방의 도전이라고 할까. 그러나 아무리 작은 나라지만 지난 50여년의 분단 시대, 50여년의 특권 관료체제에서 생성된 우리 사회 구조가 주관적 의지만으로 그렇게 쉽게 변화되기는 어렵다. 혁명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1년 지난 뒤에 총선을 치르고 정부 개편을 해 내는 모습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 안정을 수반한 변화와 개혁 쪽으로 변용을 해 나가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는 그 선택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 있다.

우리 사회 중심부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은 불만이 많았겠지만, 양식을 가진 사람들과 중산층은 불편이 있더라도 방향은 올바르다고 볼 것이다. 다만 IMF 이후 불황 속에서 진행된 변화라서 저항이 컸던 것이다. 호황속에서 이루어 졌으면 효과를 많이 봤을 텐데. 경제 불황과 국제사회의 불안 속에서 이루어졌으니 변화를 하기에 주변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대통령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옳았음에도 지지율이 좋지 않은 것은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이부영: 익숙하지 않았던 사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당혹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를테면 왜 대통령이 저렇게 말이 자유스럽나 하는 것 같은 것인데,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은 언제나 근엄하고 권위주의적이고 국부적으로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대통령이 별안간 옆집 아저씨처럼 말하고 권위적이지 않게 행동하니 낯설었다. 대통령은 항상 힘이 있고 부정부패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 대통령은 국민들이 범접할 수 없는 강도 같은 존재로 알고 있다가 그렇지 않은 대통령을 만나니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우리도 50여년만에 그런 대통령을 만난 것을 깨닫지 못했을 따름이다.

프레시안: 대통령의 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주로 했는데, 정책적인 실수나 혼선도 많았다.
이부영: 의욕이나 주관적 철학이 앞서다 보니 정책적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여건을 다 감안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려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것이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 같다.

프레시안: 소위 비판적 지지층은 정책적 실수 때문에 등을 돌리는 모습도 있다.
이부영: 그걸 다시 끌어 모아야 한다. 요새는 초기보다는 굉장히 언행을 조심하고 큰 틀에서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언행을 삼가고 인사도 그렇게 하는 모습을 보며 조만간 지지도 회복을 해 나갈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이부영: 이번 4.15총선이 우리 역사에 단락을 넘어 가느냐 마느냐의 고비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지금과 같은 의회 구도가 됐을 때, 지역주의 극복, 정치개혁, 깨끗한 정치 등의 과제가 단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겠나 하는 점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 열린우리당이 다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깨끗한 정치를 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탄생한 정당이다.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만을 위해서 생긴 정당은 아니다. 이 사회에 당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생긴 정당이다. 연초에 여론조사를 보면 열린우리당이야말로 영, 호남 어디를 불문하고 고른 지지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이처럼 고른 지지를 보인 정당이 있었나. 이 현상만 보더라도 열린우리당이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주도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지도의 높고 낮음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만간 역사적 소임을 맡도록 돼 있다. 국민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 균형잡힌 사고를 하고 있는 프레시안 독자층이야 말로 열린우리당의 열렬한 지지층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야 역사를 거스르고 퇴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고, 깨끗한 정치를 해 대의적으로는 한반도 평화를 지켜내는 국민의 세력이 생겨야 하고 그 중심에 열린우리당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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