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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당 되려면 국민마음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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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당 되려면 국민마음 잡아야”

<우리당 경선 연쇄 인터뷰: 정동영의원>

정식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흘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당권 경쟁이 본궤도에 올랐다. 8명의 후보 중 정동영 후보의 초반 독주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에 맞선 중진급 후보들의 합종연횡이 판세변화의 미묘한 관건으로 떠오르며 점차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프레시안은 정동영 의원을 시작으로 유력 당권주자들과의 인터뷰를 차례로 게재한다.<편집자>

***"사람, 정책, 정치행태 일신하겠다"**

정동영 의원은 지난달 3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은 정치개혁을 정체성으로 하는 정당답게 정치개혁의 명분을 선명하게 쥐고 왔어야 하는데 차별화에 실패했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사람, 정책, 정치행태를 일신하겠다"고 트레이드마크인 '정치개혁'을 앞세웠다.

그는 "우리당 당원들은 빠른 동작을 한번 보고 싶어 한다"며 "매사를 너무 신중하고 너무 완만하게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다"고 '개혁 속도론'을 강조, '정동영식 개혁'에 거부감을 갖는 중진들과 각을 세웠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그는 정치권의 선거법 협상 파행을 거론하며 "예산안도 처리된 마당에 의원직을 던질 각오로 나가야 한다"며 "국회 정개특위에서 여야의원들이 손을 떼고, 국민대표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의 당론인 중대선거구제와는 달리 "현재 선거구는 소선거구제 이외에 대안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제대로 전략적 사고를 못했다는 사실을 반성한다"며 비례대표 증원을 전제로 소선거구제 수용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에서 누가 한나라당 꺾느냐가 관건"**

정 의원은 4월 총선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을 확신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현상유지를 바라지 않는다. 다리가 세 개면 솥이 엎어질 수 없는데 솥은 엎어져야 한다"며 "양강 구도가 되면 대파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수도권에서 누가 한나라당을 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제1번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본인의 수도권 출마의향에 대해선 "(지역구인) 전주 선거도 이제 (민주당과) 진검승부가 되었다"며 "지역구를 옮길 생각은 없다"고 잘랐다.

정 의원은 또 "우리당은 현역의원의 수가 많지 않아 어떤 당보다 신인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으나, "신당에 참여한 현역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해 '현역 물갈이' 수위는 소폭에 그칠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과의 총선 전 재결합론에 대해선 "대한민국 선거 사상 선거를 앞두고 합쳐지는 것은 현실로도 불가능하고 우리당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잘랐다.

***"소수여당으론 정부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

정 의원은 한편 "지금 당에서 청와대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노빠당'이 아니냐는 세간의 힐난을 부정했다. 그는 "우리당은 국회에서 17%밖에 안돼 정부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여당을 하려면 총선에서 1당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10분의 1' 발언 등에 대해선 "여당이 제 몫을 못했다. 여당이 대척점을 이루면 대통령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는데, 우리당의 역량이 모자란 책임이다"고 옹호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는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본다"며 "용서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용서와 관용이 필요하다"고 감쌌다. 그는 그러나 "측근비리에 대한 수사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이 여기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얘기했으니까 기다려보라"고 말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간접 촉구했다.

다음은 50분가량 진행된 정동영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원내 1당에 걸림돌 되면 뭐든 맞서겠다"**

프레시안: 경선 임하는 각오와 전략을 밝히자면.
정동영: 열린우리당이 살아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이번 경선이다. 모두가 올인하는 각오로 온 몸을 던져서 국민들에게 열린우리당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도 뛰어들었다. 신당운동이 만 1년 됐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 1년을 거울삼아서 2004년 갑신정변의 해에, 갑신정치혁명을 반드시 이뤄내야겠다.

프레시안: 메인 슬로건이 열린우리당 지지율을 1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방법을 제시한다면.
정동영: 몽골기병 같은 현장정당, 민생회복 견인하는 경제정당, 참여정당 이 세 가지를 걸었다. 그리고 당내 화합의 중요성인 화합정당 이 네 가지 알맹이를 제시했다. 지지율이 올라가면 당내 화합은 자연스럽게 된다. 현재 신당이 몸집은 작지만 47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기동성이 좋다. 국민이 원하는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거기에 우리당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도동 철거 현장은 여의도에서 샛강 하나 건너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막힌 곳을 제때 뚫고 경제 중심정당으로 간다면 자연히 지지율 1위가 되지 않겠는가.

프레시안: 정 의원의 트레이드마크는 개혁인데, 막상 '정동영식 개혁'의 실체가 무엇이냐는 선뜻 와 닿지 않았다.
정동영: 신당은 제4세대 정당을 지향한다. 이승만, 박정희 군사권위주의, 양김 시대의 정당시절을 거쳐온 이번 제 4세대 정당의 핵심을 바로 정치행태, 정당의 시스템, 정당의 권력구조 이런 것이다. 겉은 비슷하지만, 속은 운영원리가 다르다. 3세대 정당까지는 오너십이 있었지만, 당원과 국민은 들러리이고 주인이 아니었다. 4세대는 국민, 당원에 의해 상향식으로 뽑혀 올라오는 사람들에 의해 차별화되는 거다. 작년 참여경선도 이회창씨도 따라했지만 뭐가 진짜인지는 국민이 판단해 줄 것이다.

프레시안: 당 내에선 정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의 개혁 속도에 거부감을 갖는 세력도 있는 것 같다.
정동영: 우리 당원들은 빠른 동작을 한 번 보고 싶어 한다. 매사를 너무 신중하고 너무 완만하게 온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이 있다. 물론 아무 거나 빨리빨리 해치운다는 말은 아니다. 그 속에 기동력이라 함은 그냥 막 달리는 것이 아니다. 필요할 때 달리고, 필요할 때 멈춘다.

프레시안: 창당 후에 지금까지 오면서 일부 중진들과 갈등설이 빈번하게 부각됐는데.
정동영: 갈등이 아니라 관점차이다. 그것도 속도의 문제다. 신당을 하는데, 빨리빨리 하자는 것이 나와 소장파들의 입장이었다. 최근에는 직선제 같은 문제들에서 입장이 달랐다. 평소 내가 앞에 나서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입장을 얘기하고 한 적은 없지만 처음으로 내가 강하게 나섰던 것이 직선제다. 그 판단이 옳았다고 보고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여전히 그럴 것이다. 그것 때문에 갈등설이 나왔는데, 당을 살리기 위해서 직선제 한 것에 대해서는 표창장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당신이 아니어도 그렇게 가게 돼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당을 주도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현상유지 차원에서 간선제를 통해 가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이제는 치유의 과정이다. 이견을 녹여내는 용광로적 과정이다.

프레시안: 대표가 되면 개별 의원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모아내어야 할 텐데, 정동영식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의 이견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정동영: 가는 방향에는 이견이 없다. 총선 1당이 가는 방향이고, 원내 1당에 플러스가 되는 것은 뭐든지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원내 1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면 무엇이든 강하게 맞설 것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하면 저절로 한 목소리가 될 것이다. 원내 1당을 바라지 않고 무엇이 원내 1당이 되는데 유리한가를 판단하지 못하는 의원이나 당원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제 우리당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지지율이 1등이 되고 전망이 밝아지면 더욱더 견고하게 단합할 수 있다. 문제는 지지율이 지지부진하고, 3등을 계속하고 이러니까 계파가 있느니, 갈등이 있느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프레시안: 정 의원이 당의 간판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대외적 이미지만큼 지금껏 정 의원이 정책이나 국가적 현안에 대해 제목소리를 낸 것 같지는 않다.
정동영: 인정한다. 그렇지만 놀았던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과학기술과 지식산업과 관련해서 세미나도 조직하고 전문가도 만나고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했다. 내가 정부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즉각 실현해서 가시적으로 보여주진 못했지만 의원수준에서는 나름대로 공부도 되고,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 격려도 됐고 나름대로 부지런하게 활동해 왔다. 예를 들면 요즘 법을 몇 십 개씩 통과시키고 하는데, 재정입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이 개정이다. 작년에 디지털컨텐츠 재정입법을 밀어붙이면서 공무원들의 부처이기주의를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국회가 제대로 서야 요즘 청년실업이라든지 국가경쟁력이라든지 이런 관점에서 정부 하나만으로 제대로 역할을 다하기는 어렵다. 국회가 이런 것들을 추동하기도 하고, 모아내기도 하고, 끌고 가기도하면서 정쟁의 정치로부터 정책경쟁의 정치로 가기 위해서 현재의 구조와 틀이 깨져야 한다.

프레시안: 경선에서 독주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7명의 후보 중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정동영: 한 분 한 분이 다 경쟁력이 있다. 한 분 한 분이 모두 나름대로 개혁적 노선을 걸어온 분들이다. 다 어려움을 자기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몸부림을 쳐가며 이겨낸 사람들이다. 지금 한나라당에서 8명을 뽑았을 때 그들을 공통된 무엇으로 묶을 수 있겠는가.

프레시안: 같은 개혁적 색채로 '천신정 트리오'라고 이야기됐던 분들 중 신기남 의원과 정 의원 두 명이 이번 경선의 '개혁벨트'를 형성하고 있는데, 신기남 의원과의 차이점은 어디에 두겠는가.
정동영: 원래 천정배 의원도 출마의지가 있었으나 양보했다. 신 의원은 아주 용감하게 신당운동 초기 단계에서부터 흔들림 없이 결연한 의지로 신당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그랬던 자세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신 의원이 잘 될 것으로 본다. 정치적 동지이고 친구이기도 하다. 자란 환경도 다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다른 면도 있고 그럴 것이다. 하지만 같은 점이 더 많다.

***"의원직 던질 각오로 정치개혁 추진"**

프레시안: 당 밖에선 '신당이 신당답지 못하다'고 하고, 당 내에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부쩍 많다. 이유가 어디 있다고 보나.
정동영: 신당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당의 정체성은 '정치개혁'이다. 현상유지를 원했다면 민주당, 한나라당에 그대로 있었으면 됐다. 현상타파를 위해 자기를 던진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다. 정치개혁을 정체성으로 하는 정당답게 정치개혁의 명분을 선명하게 쥐고 왔어야 하는데, 차별화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당과 저당이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오게 된 거다. 그래서 올라갈 수가 없는 거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결국 다른 당과 달라지려면 사람, 정책, 정치행태 이 세 가지를 일신해서 새롭게 국민에게 다가가고, 그럼으로써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잡으면 이긴다.

프레시안: 출마의 변에서 정치신인에게 문호를 넓히기 위해 기성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타파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말은 당내의 기득권의 실체를 인정한 것인가.
정동영: 야3당이 정치개혁법을 개악하려하는 것이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당의 현역의원들에게도 입에 쓴 약이다. 하지만 우리당 의원들은 이를 삼켰다. 개혁정치의 실천을 위해서 이는 불가피하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정치개혁안에 나와 있는 것들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역의원의 경우 선거일 코앞에까지 의정활동보고를 할 수 있다. 신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꽁꽁 묶어놓고 현역의원은 의정보고를 통해 합법적으로 자기 PR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을 정개협은 묶었다. 90일전부터는 하지 말라는 것이 정개협의 안인데 신3당 야합구조에서 30일로 당겼다. 작은 차이 같지만 정치신인에게는 진입장벽을 둘러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현재질서를 어떻게든지 더 지속시키겠다는 의도임이 분명한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끊어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확실히 차별화가 되는 것임에도 현재는 선거구제만으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국민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다. 선거구 문제는 작은 사안이다. 그 밑에 있는 내용이 더욱 큰 것이다. 돈 선거를 막아내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쓰지만 삼키겠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정개협 안에는 조직동원 선거, 돈 선거를 막는 내용이 다 있다. 버스 동원, 음식물 제공 다 막았다. 상당히 개혁적이다. 하지만 신 3당 야합 입장에서 보면 이런 제안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몸으로 자기 기득권을 내던지려는 세력은 열린우리당 말고는 없다. 이런 중대한 사안은 티끌만큼도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예산안도 처리된 마당에 의원직을 던질 각오로 나가야한다. 이것이 드러나면 열린우리당의 개혁성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이번 협상에서 빙산의 일각이라 했지만, 선거구협상을 둘러싸고 상당히 진통이 많았고, 열린우리당도 그 중 한 몫을 했다. 이로 인해 중대한 현안들이 뒤로 밀려난 것이 사실인데.
정동영: 그것은 저 사람들의 협상 전략이다. 그것이 드러나면 상당히 아프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위헌이라는 등의 교묘한 형식논리를 들고 와서 그것을 덮으려 한 것이다.

프레시안: 선거구 문제는 소선거구제가 되어도 상관이 없다는 뜻인가.
정동영: 현재 선거구는 소선거구제 이외에 대안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가 제대로 전략적 사고를 못했다는 사실을 반성한다. 소선거구제가 반드시 비개혁은 아니다. 소선거구제가 기정사실화 되었다면 비례대표는 늘리는 것이 맞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야3당의 벽이 높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낮다. 선거구문제는 본질이 아니다.

프레시안: 당초 열린우리당은 정개협이 제시한 안을 전면 수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선거구문제에서 틀어지면서 정치개혁의 명분마저 희석화시키는 전략적 실수를 범한 것 같다.
정동영: 정개혁안이 100이 있으면 10에 해당하는 것이 선거구문제다. 우리당의 당론이 중대선거구제라 여기에 이의가 있었다. 그런데 중대선거구가 개혁적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소수론이지만 중앙선관위가 권고한 대선거구 정당명부식 투표제를 차떼기가 나왔을 때 전후배치를 잘 해서 밀어붙였으면 가능성이 있었다고 본다. 아쉽다.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프레시안: 지금은 정개협안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의지가 있는지.
정동영: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그것을 부인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바보처럼 플레이 한 것이다.

프레시안: 국회 정개특위가 다시 구성되면 정치권에서 손을 떼고 이해관계가 없는 인사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정동영: 좋다고 본다.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기로 간다. 지금 정개특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가 있는 사람은 자기 선거구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꽤 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히 내 선거구를 어떻게 지키느냐를 제외하곤 관심이 없다. 이런 관점에서 여야의원들 손떼고 국민대표들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프레시안: 기득권 문제에서 야 3당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당내에서는 기득권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는가. 여러 세력이 모인 탓에 그동안 우리당 내에서도 이 문제가 심심찮게 불거졌었는데.
정동영: 사람 사는 세상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완전히 합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정당과 비교하면 공평성과 객관성이라는 면에서 훨씬 낫다. 더 보완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당 의장이 되면 김근태 원내대표와 투톱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소장파 의장에 중진 원내대표 체제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김 대표와의 관계에 대한 밑그림이 있나.
정동영: 원내대표 제도도 처음이고, 당의장이라는 시스템도 처음으로 전부다 실험적 제도이다. 상식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한다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우리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가 국민을 앞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민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보지않는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하고 다가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김근태 대표와는 정치를 하면서 줄곧 개혁 노선에 서왔고, 신뢰와 존경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김 대표의 원내 전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에 김원기 의장의 경우 너무 유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
정동영: 앞으로 2004년 신년 초에 김 대표도 각오를 갖고 있다. 강하고 치열한 원내 투쟁을 할 것이다. 어쨌든 정치개혁법 끝나면 16대 국회는 수명을 다하는 것이니까 놓칠 수 없다.

프레시안: 김 대표가 이번 경선에는 출마를 하지 않았지만 장기적으론 김 대표와 정 의원사이에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이번에 김 대표가 당 의장 경선에 나섰다면 정 의원은 김 대표에 대한 비교우위를 어디에 두었겠나.
정동영: 가정법에서 시작되는 질문이라 답하기가 곤란하다. 아무튼 모든 목표는 4월 총선에서 한국 정치를 44년간 주물러 왔던 5.16 세력, 5, 6공 세력을 주도세력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구체적인 열매는 열린 우리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정동영과 우리당의 정치인들에게 장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상 목표이다. 우리당이 승리하지 못하면 적어도 4년, 10년 이상 한국 정치는 정체되고 지체된다.

***"양강구도 되면 대파란 일어날 것"**

프레시안: 총선 승리가 가장 큰 과제다. 상향식공천은 제도적 측면에서 평가돼야 할 부분이지만, 그 결과 새로운 얼굴이 얼마나 발탁되느냐가 더욱 중요해 보인다. 지금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물갈이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당은 정치권 물갈이에서 예외인가.
정동영: 기본적으로는 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처럼 제왕적 권한을 휘두를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특례규정으로 17대 총선에 한해서 30% 지역에 대해서는 중앙의 위원회를 구성해서 경쟁력을 평가하고 판단해서 거기서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당에 참여한 현역 의원들은 거의 대부분 지역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현역의원의 수가 많지 않아 어떤 당보다 신인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1백80명의 새로운 후보가 나온다.

프레시안: '민주당과 우리당은 형제당'이라는 발언에 대해 총선 전 연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격전지에서는 민주당과 3당 체제로 나가는 것이 공멸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재통합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조율이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동영: 대한민국 선거 사상 선거를 앞두고 총선에서 합쳐질 수도 없고, 현실로도 불가능하고, 우리당에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지금은 3강 구도이다. 지지율이 비슷비슷하니까 다리 세 개가 솥을 지고 있는 판국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현상 유지를 바라지 않는다. 다리가 세 개면 솥이 엎어질 수 없는데 솥은 엎어져야 한다. 한 발이 물러나야 한다. 양강 구도가 되면 대 파란이 일어날 것이다.

프레시안: 양강구도의 진원지는 어디가 되나. 동남풍인가 서남풍인가.
정동영: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 누가 한나라당을 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 제 1번 기준이다.

프레시안: 수도권의 중요성은 재론이 새삼스럽다. 그런 측면에서 정 의원은 당의 간판급 스타로서 서울에서 출마해 총선 승리의 선봉장이 될 생각이 없나.
정동영: 총선 승리를 위해 내 몸을 던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주 지역구도 옛날하고 상황이 다르다. 전주선거도 이제 진검승부가 되었다. 지역구를 옮기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

프레시안: 외부영입인사추진위원장으로 활동을 해왔는데, 청와대 출신 인사나 각료들에 대한 영입은 어느정도 진척됐는지 밝힐 수 있나.
정동영: 전당대회전 한번 더 외부인사 영입 발표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후보로 나오다보니 물리적으로 거기에 전념하지 못했다. 전당대회 전후로 새로운 인물들 선보일 것이다. 각료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당에 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 강금실 장관은 여전히 입당해야 한다고 보는가.
정동영: 자꾸 영입설이 돌다보니 장관직 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하더라. 지장을 주는 것은 본 뜻이 아니다.

***"盧 입당, 검찰 수사 끝난 뒤가 적기"**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 1년의 공과 과를 평가한다면.
정동영: 너무 방대한 얘기다. 이 자리에선 경선에 관련된 것만 하자.

프레시안: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와의 관계, 즉 당청관계에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노빠당'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정동영: 내가 총재나 대표가 아닌 상황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을 때의 정당의 모습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다. 인사, 돈, 조직, 공천은 물론이고 지금 당에서 청와대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우리당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성공시키고자 노력하는 당이다.

프레시안: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당이 정신적 여당으로서 청와대의 여러 가지 실수, 정책적 혼선 등을 교정하거나 이끌어 주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다.
정동영: 당은 당의 역할이 있다. 하지만 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이 1당이어야 되는데, 우리당은 국회에서 17% 밖에 안된다. 정부를 제대로 도울 수 없다. 정부를 제대로 도울 수 있어야 정부에 대해서도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는 있으나 마나 하다. 여기에 당청 협력의 한계가 있다. 결국 제대로 된 여당을 하려면 총선에서 1당을 하는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노무현대통령의 입당시점 문제가 계속 나온다.
정동영: 대선자금 문제를 털어버리고, 대선자금 문제가 정리가 되고 난 후라야 부담이 없다. 대통령이나 우리당 전체적으로 부담이 덜 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된 시점이 부담 없을 것이다.

프레시안: 검찰의 측근 비리 수사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나.
정동영: 진실과 전진이 중요하다고 본다.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대로 드러내야 한다. 진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심지어 대통령에게까지 사실관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과거로 가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께서는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본다. 용서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용서와 관용이 필요하다. 야당은 어떠한가. 반성과 용서를 구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정말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면 '혁명적으로 정치를 바꾸겠다'는 최병렬 대표의 말을 실천해야한다. 이런 양두구육의 현실을 분노한다. 혁명적으로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말에 국민들이 솔깃했었는데, 국민들을 속인 허언, 죄에 대해서 왜 그렇게 말했고, 약속을 못 지켰는가. 왜 그렇게 반개혁적인 정치개악에 앞장서고 있는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프레시안: 노무현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 자진공개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겠나.
정동영: 큰 틀에서는 대통령직을 걸고 결연한 각오를 밝혔다. 대통령 심정도 한마디로 표현하면 '진실'과 '전진'이다. 지금 드러나는 것은 거의 대부분 대선 전의 일이다. 대선 전의 일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재발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언급 속에 포함되어 있고, 앞으로도 측근비리에 관한 수사가 나오면 여기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얘기했으니까 기다려 보라.

프레시안: 청와대와 당에서는 한나라당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검찰이 역으로 짜맞춘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동영: 지금까지 대한민국 검찰이 이렇게 까지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검찰을 보고 불공정하다, 야당탄압이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이 안 된다. 이회창씨가 대통령이었으면 5백2억 검찰보고 조사하라 했겠는가. 검찰, 대검이 어떻게 하고 있겠는가.

프레시안: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최근의 대선자금 10분의 1발언 등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사 기질이 나타난 것 같다. 정치적인 대치국면에서 대통령이 최전선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논란이 있다.
정동영: 여당이 제 몫을 못했다. 여당이 대척점을 이루면 대통령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 우리당의 역량이 모자란 책임이다.

프레시안: 장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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