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6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의 측근 서정우 변호사가 검찰에 체포되기 전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정우 변호사, 긴급체포 전 검찰 수사 대책회의**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는 26일 서 변호사를 기소하며 “11월 중 하순경 서 변호사가 검찰 수사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여의도 연구소 유모 전 소장과 부국팀 이모 회장 등과 수차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어떻게 진술할지 등에 대해 상의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일단 이 세 사람이 불법 대선자금을 공모했다는 정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수사 경과에 따라 관련자를 소환해 대책회의를 가진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 변호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삼성, LG, 현대차로부터 받은 3백6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이다. 이중 삼성, LG 2백62억원은 최돈웅 의원이 요구했고, 현대차 1백억원은 서 변호사 자신이 고교 후배인 최모 부사장에게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LG, 현대차 등으로부터 현금을 차 째 전달 받아 자신이 직접 한나라당 지하주차장까지 몰고 가 이재현 전 재정국장(구속)에게 전달했고, 이 전 재정국장은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김영일 의원에게 보고한 뒤 재정국장실과 위원장실에 보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서 변호사가 ‘만남의 광장’에서 한나라당사까지 직접 차를 몰았다는 진술이 다른 당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허위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한편, 자금 전달 경위를 더욱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29일 김영일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 변호사, 현대차 1백억원중 1억원 개인이 유용하고 99억원만 전달**
서 변호사는 또 현대차로부터 받은 1백억원 중 당 업무로 자신이 쓴 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손실보전 차원에서 1억원을 챙기고 99억원만 당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서 변호사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채권 1백12억원 관련, 처음에는 당 관계자가 아닌 제 3자로부터 자신이 직접 할인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자신이 직접 할인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하고 관련 사실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 관계자가 채권을 받아 할인한 것으로 파악하고 채권 전달 및 할인 과정, 사용처, 잔여 채권이 남아 있는지 등에 대해 수사중이다.
검찰은 서 변호사가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지도 않고, 묵비권을 행사하지도 않고 있으나, 이미 드러난 사실 외에는 거의 진술이 이뤄지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서 변호사가 이미 체포 전에 관련자들과의 대책회의를 통해 관련 정황을 짜맞췄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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