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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민주당은 DJ가 생각하는 민주당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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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지금 민주당은 DJ가 생각하는 민주당 아니다”

<장성민인터뷰>“盧, DJ를 잘못 대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경선에 뛰어든 장성민 전 의원은 2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어려워진 일차적 원인은 박상천 대표, 정균환 총무에게 있다"며 "전당대회 전에 하루라도 빨리 그만둬야한다"고 주장했다.

***"盧, DJ를 잘못 대하고 있다"**

장 전 의원은 "박상천 체제는 정상적인 당무를 할 만큼 정통성 있는 지도부가 아니다"며 "자기 보좌관들을 아파트 분양하듯이 공천하고 있는 행태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장 전 의원은 "개혁이 대세인 상황에서 지금 민주당은 DJ가 생각하는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현 지도부를 겨냥하는 한편, "창조적 개혁정당을 만들려는 오랜 노력을 해 온 DJ는 신당세력의 미숙함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잘못 대하고 있다"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만나고 화해한 것처럼 피상적인 제스처를 취한다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대통령은 호남 민심을 토사구팽한 것인데 그 심한 배신감을 느낀 호남사람들이 대통령이 몇 번 광주 방문해서 친한 몇 사람 만나고 갔다고 해서 위로를 느끼지 않는다"며 "부안문제만 해도 2만 명 사는 마을에 8천명이나 되는 공권력을 투입하고 소요를 일으키고 있으면서 악수하고 돌아다닌다고 국민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 그는 "김대중 정부였다면 파병을 결정하기 이전에 대북 정책의 자주성을 보장 받는다든지, 이라크 재건 사업에 많은 경제적 수주를 보장 받는다든지, 이라크나 중동으로부터 미국 보호 하에 수송되고 있는 원유를 싸게 공급 받는다든지 하는 사회, 경제적 공익을 협상과정에서 먼저 얻어냈을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는 파병할거냐 안할거냐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파병을 하겠다고 결정했으니 미국 쪽에 해주기는 해야 하는데 반대 여론이 비등해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파병에 반대한다"라면서도 "당 대표나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한미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파병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DJ 정부시절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했던 장 전 의원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낙마와 관련, "노 대통령이 그 사람을 최측근이라고 생각했으면 노출해서는 안됐다. 음지에서 일만 하는곳에 숨어 있었어야 했다"며 "한마디로 국정 경험의 미숙"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원칙주의자면서 변화를 바라는 사람"**

그는 이어 "조순형 의원이 개혁적이라기보다는 원칙주의자라고 봐야 한다"며 "원칙론자는 개혁적으로 투영되나 시대정신 앞에서 조순형 의원은 강한 변화를 시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추미애 의원에 대해선 "원칙주의자이면서 변화를 상당히 바라는 사람"이라며 "심리적 연대는 충분히 하고 있으며 당을 어떻게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은 일치한다"고 40대 연대론을 폈다.

한편 그는 한나라당과의 특검공조의 대가로 예결위원장 자리를 받았다는 자신의 의혹제기에 대한 증거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은 장성민 전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박상천-정균환, 하루빨리 그만둬라"**

프레시안: 당 대표 경선 출마가 정계복귀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신고식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장성민: 그런 시각이 있다면 부인하지는 않겠다. 보는 것은 보는 사람의 자유이기 때문에 막지는 않겠다.

하지만 출마를 결심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정치개혁에 대한 오랜 열망 때문이었다. 당무회의를 가거나 어디를 가도 중진들과 토론자체가 불가능 하다. 당이 쪼개진 원인을 봐도 노 대통령도 뒤에서 신당을 만들도록 조종을 했지만 이 당에서 그런 개혁논의가 불가능 하도록 당의 소통구조를 차단한 지도부에게도 책임이 있더라. 그 지도부가 중진이고 자기들의 자기보전을 위해 당의 언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 깨기 위해 나선 것이다.

프레시안: 박상천 대표, 정균환 총무 용퇴를 주장했다. 일단 추미애 의원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장성민: '당이 왜 이렇게까지 어려워졌나' 하는 문제에 대해 일차적 원인을 보는 시각이 같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두 사람을 겨냥한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 뒤의 호남 기득권 세력의 전면후퇴를 요구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장성민: 현 시점에서는 두 사람이다. 나머지 전략의 문제다. 모든 것을 얘기하면 적을 확산시켜 버리고 저항이 강해진다. 당 대표가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 달라.

프레시안: 지금 민주당 경선구도에는 박상천 대표와 한화갑 전 대표의 계파 갈등이 물밑에 흐르는 양상이다. 박상천, 정균환 이선후퇴 주장은 선명한데, 한화갑 전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장성민: 한화갑 전 대표는 지금 백의종군하고 있지 않나. 지분이나 영향력 있나. 전혀 없다고 본다. 지도부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뭐라고 그러겠나. 뭐라고 그런들 큰 영향력이 있겠나.

프레시안: 박 대표, 정 총무의 백의종군도 며칠 있으면 자연스럽게된다. 시간이 얼마 안남았는데 조기 지도부 교체를 주장한 것을 절제된 개혁이라 할 수 있나.
장성민: 박상천 대표는 전당대회를 마치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그 전에 당을 사유화, 사당화하겠다는 것이다. 당무회의와 당의 논의를 집행하는 과정을 보면 공당 구조가 아니라 사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당 또는 파벌 조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28일까지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는 것이 공당인 민주당이 그만큼 사당화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프레시안: 조직책 선정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인가.
장성민: 이미 당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구조는 몇 사람밖에 모른다. 당무위원들이 공천 받는 과정을 국민 경선으로 투명한 공천을 하자고 조직책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민주당 같은 경우는 소위 조강특위에 몇 사람이 앉아서 어떤 기준으로 공천을 한다는 투명한 방법이 없이 밀실에서 흠이 많은 사람들을 공천하겠다고 내 놓는다. 그런가 하면 자기 보좌관들을 아파트 분양하듯이 여기 너 저기 너 이런 식으로 공천하고 있는 행태가 지금 드러나고 있다.

사실 박상천 체제는 임시체제지 정상적인 당무를 할 만큼 정통성이 있는 지도부가 아니다. 지금 오버액션을 하는 이유가 조직책 50명을 전당대회 앞서 심어놓고 한 지역구에서 1백명만 동원하면 2천명이 투표에 참여한다. 2천명은 당권을 창출할 수 있는 인원이다. 조직책 선정을 통해 수렴 청정하겠다는 의도를 읽은 것이다.

프레시안: 그렇더라도 본격적인 물갈이는 총선 공천이나 외부에서 어떤 인사를 영입하느냐로 가늠되기 마련이다.
장성민: 확 바꾸겠다. 지금 호남도 그렇고 수도권 많은 변화 원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원하고 있다. 새로운 인재들도 당만 괜찮아 진다면 적극적으로 뛰어 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도부가 된다면 국민적 요구뿐 아니라 당원 요구도 받아들여 호남은 70% 이상 물갈이를 할 것이다. 이번이 민주당이 거듭날 수 있는 확실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1백50여 개 사고지구당 물갈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기회다. 국민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고 그 여세로 총선 압도적 우위를 점해 민주당을 제 1당으로 만들 복안과 생각이 있다. 영국 노동당과 미국 민주당 이상으로 한국 정치권 일대 변신을 추구하겠다.

***"추미애 의원과 심리적 연대 하고있다"**

프레시안: 추미애 의원과의 연대론이 공공연하다.
장성민: 추미애 의원과는 보이는 연대는 안하고 있지만 심리적 연대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을 어떻게 일으켜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은 일치한다. 공개적인 연대나 연합이 아니더라도 유권자 당원들은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왜 가시적인 연대를 안 하느냐 하면 전당대회 날짜까지 시기와 전략의 문제 때문이다. 지금은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며 뛰어가는 것이 낫다. 연대를 하게 되면 의원 개개인의 능력과 생각을 다양하게 표출하는 것이 차단된다. 의원의 색이 획일화되면 당내 개혁의 바람을 광범위하게 일으키는데 한계가 온다. 연대의 문제는 마지막의 문제다.

프레시안: 함께 출마한 사람에게 아이러니한 질문이 되겠지만, 조순형 추미애 의원의 양강구도로 진행되는 게 사실인데, 두 의원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장성민: 나는 조순형 의원이 개혁적이라 보지는 않는다. 그 분은 엄격하게 원칙주의자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추미애 의원은 원칙주의자이면서 변화를 상당히 많이 바라는 사람이다. 기성인물, 기성제도, 기존질서에서 새로운 소리를 주장하고 제기한다. 그런데 조순형 선배님은 원칙적인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발언한다. 제도나 사람이 비원칙적 상황에 놓여있을 때는 원칙론자가 개혁적으로 투영되나 시대정신 앞에서 조순형 선배님이 강한 변화를 시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두 사람간의 차이가 있다.

프레시안: 민주당의 가장 큰 화두는 분당 전부터 개혁과 통합이라는 것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개혁과 함께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한데.
장성민: 개혁과 통합이 함께 가고 같이 가는 것은 같이 가야만 하는 당위의 문제지만 존재의 문제는 아니다. 개혁을 추구하자면 통합을 잃게 되고 통합만 추구하자면 개혁의 이미지는 좌초되게 된다. 그래서 내가 주장하는 것이 절제된 개혁과 절제된 통합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개혁을 지향하되 가능하면 통합을 동시에 지향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 민주당은 DJ가 생각하는 민주당이 아니다"**

프레시안: 김대중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모신 입장에서 김 전 대통령이 현재의 민주당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장성민: 그런 질문을 많이 받고 실제 15년 이상 가까이 지내와 그분의 생각을 알지만 외람되게도 절대 그 말을 할 수 없다. 금도라는 게 있다. 그 분은 대한민국의 거목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분인데 주변에서 측근이라고 해서 직접 나누지 않은 생각을 안다고 하더라도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아랫사람으로서 윗사람 모시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개혁이 대세인 상황에서 지금 민주당은 DJ가 생각하는 민주당이 아니다. 당이 항상 새로운 인적자원을 수혈 받고 시대변화에 뒤지지 않았던 모습과 다르기 때문이다. 김 전 대통령은 창조적 개혁정당을 만들려는 오랜 노력을 했다. 그런면에서는 신당세력의 미숙함에 대해서도 안타까워 할 것이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과 김 전대통령과의 사이에 관계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회복 여지가 있다고 보나.
장성민: 두 분의 마음에 달렸다고 본다.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잘못 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대통령이 나라의 지도자로서 국정운영에 대한 많은 경험을 갖고 계시는데 실제적 국익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많은 조언을 받아야 시행착오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으면 자신을 위해서 뿐 아니라 시행착오를 막아 국력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입안자의 생각과 조언을 들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만나고 화해한 것처럼 피상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것은 김 대통령을 대하는 도리가 아니다. 그렇게 해서 관계가 소원해지거나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프레시안: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많아 보인다.
장성민: 당을 깨는데는 노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호남 민심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지원해 줬었던 절대적 지지자들을 내팽겨치고 부산당을 만들고 있다. 호남 민심을 토사구팽한 것인데 그 심한 배신감을 느낀 호남사람들이 대통령이 몇 번 광주 방문해서 친한 몇 사람 만나고 갔다고 해서 위로를 느끼지 않는다. 부안문제만 해도 그렇다. 2만 명 사는 마을에 8천명이나 되는 공권력을 투입하고 소요를 일으키고 있으면서 악수하고 돌아다닌다고 국민의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 자질이 없는 것이다.

단적이 예로 10일 노대통령은 열린우리당 창당식과 관련해 청와대로 측근들을 불러서 만찬회동을 하고 17대 총선 전략 수리했다고 하는데 이게 대통령이 할 짓인가. 공명선거를 말하는 대통령이 나라가 혼란 국정이 도탄에 빠졌는데 앉아서 두 시간 동안 선거대책이나 논의하고 있는 것은 불법선거를 스스로 조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국정농락이다. 대통령이 금권 관권 할 수 없이 직접적으로 관여할 의지가 없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후안무치, 파렴치한 행위다.

프레시안: 열린우리당과의 선거공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장성민: 불가능하다고 본다. 양당의 신뢰도 면에서 민주당이 도덕적 우위를 갖고 있다. 당대표가 된다면 두 가지 17대 총선 전략을 갖고 있다. 우선은 더 이상 탈당, 복당 정치 철새들이 정치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탈당 정치인들의 종착지인 우리당이 자리를 잡으면 안 된다. 탈당 정치인들을 종식시키자고 주장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당과 공조를 하면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배신감이 더 커질 것이다. 총선 후에는 우리당과의 연합에 대한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면 유권자들에게 묻고 반대하면 안되고 찬성하면 그때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지금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프레시안: 총선후에는 합당도 가능하다는 얘긴가.
장성민: 합당은 안되지만 정책 연합이나 공조는 가능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어떠한 상황에 놓여 있느냐를 봐서 국익을 위해서는 정책 협력, 연합을 해야 할 판단이 서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때 국정운영을 위한 공조는 가능하다.

***"盧, 파병할거냐 안 할거냐에만 집착하고 있다"**

프레시안: 국정상황실장을 지내 본 사람으로서 이광재 실장이 낙마하게된 이유는 어디 있다고 보나.
장성민: 한마디로 국정 경험의 미숙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경험이 일체 없었다. 국정상황실은 내가 만들었다. 그저 상황실에 불과했던 것을 국가위기관리본부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백악관 상황실을 연구해 만들었다. 국가의 과거의 위기 다시 보면서 현재의 위협들을 예측하자는 의도에서 만들어 놓은 조직인데, 시스템을 만든 사람과 그것을 단순히 물려받은 사람을 같을 수 없고 그 차이는 김 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차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장성민: 노 대통령이 그 사람을 최측근이라고 생각하면 노출을 해서는 안 된다. 더 음지에서 일만 하는 곳에 숨었어야 한다. 종적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사회에 나이 어린 사람이 요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사회가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이광재 실장은 일만 열심히 했을 텐데 자기관리를 못해 언론에 노출돼 회오리에 말린 것이다.

프레시안: 청와대 시스템 쇄신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어떤 부분을 먼저 지적하겠나.
장성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중복된 시스템도 있을 수 있고 다른 차원의 시스템도 있을 수 있다. 문제의 발생 원인을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활용할 능력이 없는 사람 앉혀놓으면 그 시스템의 장점이 살아나지를 않는다. 인적구조의 문제다. 전문적인 참모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프레시안: 만약 DJ라면 이라크 파병에 어떻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보나.
장성민: 일어나지 않은 일을 가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 문제는 김대중 정부였다면 파병을 결정하기 이전에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북 정책의 자주성을 보장 받는다든지, 이라크 재건 사업에 많은 경제적 수주를 보장 받는다든지, 이라크나 중동으로부터 미국 보호 하에 수송되고 있는 원유를 싸게 공급 받는다든지 하는 사회, 경제적 공익을 협상과정에서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외교문제에 있어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김 전대통령이었다면 관세장벽, 수입압력, 통상마찰 등에 관해 경제관료들을 불러 치밀하게 연구했을 것이다. 국익을 지키는 최대 이익이 뭐냐, 어떤 수혜를 받아야 파병문제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직접 챙겼을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고 국가 이익에 관한 관념이 없어 보인다. 국정운영을 해 본 경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순수학자들을 요직에 앉혀서 거래가 가능하겠나 . 피상적으로 드러난 바에 의하면 파병할거냐 안 할거냐에만 집착하고 있다.

프레시안: 파병을 약속한 이상 그런 협상은 이미 어려워진 듯 하다.
장성민: 불만스럽게 보는 분야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국정운영에 관한 최고 정책결정자는 마지막까지 사고하고 고민하고 마지막에 결정해야 하는 자리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정이 내려졌다 하더라도 들여다보고 고심 끝에 입을 열어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입부터 열어버린다. 파병을 하겠다고 결정해 놓고 반대 여론이 들끓으면 주워담기도 뭐하고 미국 쪽에 해주기는 해야 하는데 반대 여론은 비등하고. 이러다가 국제정치와 국내정치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돼 버렸다.

파병을 결단할 만한 힘은 없고 선거 전에 자신의 운신의 폭과 함께 생각 말을 잘못한 것도 같으니 지금까지 질질끌기하는 것밖에 더 되냐.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냐. 우선 국내에 갈등과 불만이 당장에 터지지는 않지만 갈등과 불만이 잠재되고 있다. 어떻게 하나 두고보겠다고 다들 기다리고 있다. 다음으로 파병을 한다고 발언을 믿고 기다리고 있는 미국은 뭐가 되냐. 한국이 쉽게 파병을 안 해주면 한미관계 속으로는 살얼음이 얼고 있다.

프레시안: 이라크 추가 파병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무엇인가.
장성민: 개인적으로는 파병에 반대한다. 미국이 잘못된 전쟁을 했고, 전쟁에 대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당 대표의 입장이나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국익차원이나 한미 안보 현실을 고려할 때 파병은 피할 수 없다. 잘못된 전쟁이라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파병을 요청하는 것은 전쟁에 참여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뒤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후세인이라고 하는 절대 군주체제에서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파괴의 문제가 아니라 재건의 문제, 회복의 문제, 평화의 문제다.

문제는 파병의 시기다. 외교 전문가나 외교에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방국가라 하더라도 파병의 명분과 실리를 얻으려 할 것이다. 시기상으로는 지금과 같이 보복공격이 격렬하고 파병을 결정한 나라마다 알카에다가의 공격이 가해지는 시점은 피해야 한다. 터키와 일본이 좋은 예가 된다. 고이즈미는 알카에다로 부터 동경폭파 위협을 받자 파병 시간을 늦추고 있다. 우리도 우리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시기를 골라야 한다. 과격한 시점을 피하다 보면 많은 국제적 변화가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처럼 파병 한다고 미래의 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먼저 하면 안된다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특검 공조는 예결위원장 자리를 받는 대가였다는 주장을 했다. 증거를 공개할 수 있나. 재의가 넘어올 지도 모르는데 이제 증거를 공개해야 하지 않나.
장성민: 당에서 더 이상 얘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어서 언급을 안 하기로 했다. 당무회의에 참여했던 많은 의원들이 내가 자꾸 그러면 당의 이미지도 떨어지고 당이 곤혹스러워 지니까 넘어가자고 부탁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프레시안: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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