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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어처구니없는 '송영선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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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어처구니없는 '송영선 감싸기'

<기자의 눈> “송영선은 말할 자유없는 한국사회의 희생자”?

국방연구원 송영선 소장의 국방부 대변인 내정 철회 해프닝과 관련, 한나라당이 '해괴한' 논평을 발표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심양섭 부대변인 명의로 30일 발표한 논평은 한마디로 송 소장은 지식인으로서 소신발언을 했을 뿐이며, 일부 국민들과 몰지각한 네티즌들에 의해 몹쓸 꼴을 당한 희생양이라는 주장이다.

***"송 소장은 말할 자유 없는 한국 사회의 희생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심 부대변인은 이날 '국방부 대변인 내정 철회 소동을 보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송영선 국방연구원 소장은 '입은 있어도 말할 자유는 없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희생자"라고 송 소장을 옹호했다.

국방부가 지난 28일 송영선 국방연구원 소장을 국방부 대변인으로 내정했다가 네티즌과 국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다음 날인 29일 내정을 철회한 데 대한 불만 표출이다.

논평은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 단색 사회의 희생양은 송씨만이 아니다"면서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소신 있는 발언이 줄어드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며 송 소장의 발언을 '지식인의 소신발언'으로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그러나 논평은 송 소장이 대변인 내정에서 철회된 계기 중 결정적이라 할 수 있는 그의 '망언'을 교묘히 비껴가 설득력을 잃었다.

송 소장은 "위험수당만 준다면 이라크에 갈 사람들이 많다", "신용불량자들을 뽑아 이라크에 보내야 한다", "파병한다고 뭘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거지근성이다" 등 잇따른 '망언'의 장본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송 소장을 두고 "말할 자유 없는 한국 사회의 희생양"이라고 추켜세운 대목은 여러모로 적절치 않다.

우선 논평에는 '말할 자유'와 '망언' 사이의 구분이 전혀 없다.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한일합방을 합리화 하고 과거사를 왜곡한 일본 이시하라 지사의 '망언'을 규탄했던 29일 한나라당의 논평은 어떻게 설명이 되는건가. 이시하라는 '말할 자유'를 누린 것뿐인데 말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송 소장의 '망언'이 24일 한나라당의 정책간담회에서 나왔다는 걸 벌써 잊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정책간담회에서 송 소장과 '블랙 코메디'를 합작한 자당의 행위를 호도하기 위해 '송영선 감싸기'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네티즌과 일부 국민의 항의 때문에 내정이 철회되었다"?**

논평은 한발 나아가 "네티즌과 일부 국민들의 항의에 굴복해 내정했던 인사를 철회하는 국방부도 한심하다"며 "자기와 다른 사상과 이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고 말해 '여론'을 '적'으로 돌리는 우를 범했다.

내심 송 소장을 대변인으로 앉히고 싶어 했던 국방부마저도 내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도록 한 '국민의 힘'이 유독 한나라당에게만 '폭력'으로 비쳐졌던 모양이다.

거듭 지적하건대, 송 소장에 대한 대변인 내정 철회를 요구한 여론은 크게 다음과 같다.

▲물의를 일으킨 잇단 발언으로 인한 송 소장 개인의 자질 문제 ▲인사 절차가 주변의 합의 없이 극비리에 이뤄진 것에 대한 국방부 내부의 불만 ▲무조건 파병론을 주장한 것에 대한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 ▲국방부 비대화를 우려하는 가운데, 전문가 영입을 명분으로 새로운 직위를 늘리는 것은 군 개혁에 역행한다는 비판 여론.

한나라당이 이 같은 철회 배경을 알면서도 눈감았다면, 국민들과 네티즌을 공식적인 '적'으로 규정한 것이 되고, 몰랐다면 공당으로서 여론 수렴 능력 부재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결국 한나라당의 이날 논평은 차라리 '침묵'이 나았을 법한 졸작이다. "말할 자유"를 송 소장 스스로 '망언'으로 채워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여론의 준엄한 심판을 한나라당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듯 하다.

다음은 한나라당 심양섭 부대변인 논평 전문.

***국방부 대변인 내정 철회 소동을 보며**

국방부 대변인에 내정되었다가 철회된 송영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입은 있어도 말할 자유는 없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희생자이다.

네티즌과 일부 국민들의 항의에 굴복해 내정했던 인사를 철회한 국방부도 한심하지만, 더욱 슬픈 것은 한국이 이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반론이 허용되지 않는 단색 사회의 희생양은 송씨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국민투표 방침을 비판하는 신문 칼럼을 쓴 대학 교수의 홈페이지에도 노사모가 습격해 비난 글을 도배하는 등 지금 이 땅에는 보이지 않는 테러가 횡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 지식인들의 소신 있는 발언이 줄어드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자기와 다른 사상과 이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다.

진실은 잠시 가릴 수 있지만 영원히 덮어둘 수는 결코 없다.

2003년 10월 30일
한나라당 부대변인 심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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