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3천만달러 및 현금 2백억원 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속행공판에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권 전 고문, 김영완씨와 함께 만났다고 하는 신라호텔 커피숍에 대한 현장검증이 실시되는 등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사진> 현장검증
***권노갑-정몽헌, 신라호텔에서 만났나 안 만났나**
이날 공판은 정 회장과 권 전 고문이 신라호텔에서 만났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다. 이 전 회장 등은 권 전 고문이 1999년 말부터 2000년 총선 직전까지 신라호텔에서 5차례 만나 권 전 고문이 미화 3천만달러 및 현금 2백억원 등의 정치자금을 요구했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판에 참석한 신라호텔 중식당 유모(29. 여)씨는 증인으로 출석, “당시 권 전 고문이 정몽헌 회장과 동석한 기억은 없으며, 김영완씨와 이익치씨의 경우 얼굴을 잘 몰라 동석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특히 “식당 안내 직원들은 대기업 회장단과 가족 등 유명인사 위주의 고객 사진을 수첩에 스크랩하며 얼굴을 익혔다”며 “정 회장의 얼굴 사진이 수첩에 스크랩 돼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뉴스 등을 통해 정 회장의 얼굴을 잘 알고 있었으나 정 회장을 식당에서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호텔 중식당 4명 식대 1백만원 넘어, 변호인측 “현금계산 주장 신빙성 없다”**
유씨는 이 밖에 권 전 고문이 “평소에 상어 지느러미찜과 그 달의 이벤트 음식을 시키고 포도주를 주문하곤 해 4명이 식사를 하면 부가세 포함 한 끼에 1백20만원~1백30만원 정도 식대가 나온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진술은 정 회장이 식대를 모두 현금으로 계산했다는 이 전 회장의 진술에 따른 변호인측의 반박 근거가 돼, 변호인 측은 “1백만원이 넘는 식대를 정 회장이 직접 현금으로 계산했다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라고 주장했다.
***권노갑 전 고문이 김영완씨가 살던 집에 살게 된 사연은**
김영완씨가 살던 평창동 80평대의 자택에 권 전 고문이 입주한 것과 관련 공인중개사 송(49)모씨도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송씨는 “98년 11월경 김영완씨가 S빌라를 매물로 내놨는데 거래가 되지 않다가 12월경 입주자가 생겨 전화를 했는데, 이미 팔렸다고 했었다”라고 말했다.
이 집은 당시 재일교포 하모씨가 국내 지인을 통해 구입했으며 권 전 고문측에게 3억3천만원 가량에 전세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권 전 고문과 김영완씨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권 전 고문은 “집에 관한 것은 아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했다”라며 김씨의 집인줄도 몰랐고, 자기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김영완씨가 권 전 고문 입주 전에 1억원대의 인테리어 공사를 해 주는 등 각별한 사이가 아니냐”고 추궁했으나 변호인측은 “인테리어 공사는 당시 집주인 하씨가 한 것이며 집 거래와 관련 있는 하씨의 국내 지인은 계약당사자가 권 전 고문의 부인인 줄도 몰랐다”며 “인테리어는 집이 잘 안나가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 신라호텔에서 현장검증, ‘현금수송’ 현장검증도 실시 예정**
한편 재판부는 권 전 고문과 이익치 전 회장을 대상으로 신라호텔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으며 변호인측의 요구에 따라 오는 1일 2백억원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상황을 검증하기 위해 압구정동 등에서 상황 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당시 2백억원의 현금을 사과상자에 담아 5차례에 걸쳐 승용차에 싣고 운반했다는 전동수 사장의 진술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변호인측은 “헌 돈 1억원의 무게는 12kg으로 상자 하나에 2억~3억원이 들어가면 상자 20개는 6백kg이 넘고, 승용차 한 대에 상자 18~19개를 실어야 한다”며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측에 현금 수송 검증을 위한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한국은행에 협조를 얻어 압구정동 현대백화점과 현대 아파트 뒷골목 등지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한편 평소 인적의 붐빔 정도에 대해서도 검증할 예정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민주당 김옥두 의원은 후원회 등의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한다며 출석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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