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자신의 '혼외아들' 보도를 처음 접한 채동욱 총장 역시 '청와대 개입'을 의식했다고 한다. "결국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조선일보>가 던진 '연막탄-검찰총장 혼외아들'의 연기가 걷히자, 작전의 실체와 의도가 밝혀진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발탁을 시작으로, 검찰 수장을 쥐락펴락함으로써 "보수 세력의 아성(牙城)을, 진정한 아성을 만들기 위해 권력 전체를 확실하게 재편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화와 영광의 시대를 복원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국정원도 정보부 시절의 무소불위의 권력, 청와대도 모든 것을 통제하고 들여다보던 시절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 의원도 몸을 사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검사들도 스스로 움츠러들 것이다. 어떤 수사를 해야 할지 눈치를 볼 것이다. 모든 것은 '윗분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김기춘 실장이 "윗분의 뜻에 따라 전달합니다"라고 자주 말하듯…."
민병두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권력재편이 "교감과 연대가 약"한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지배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상명하복에 능한 군과 관료 출신을 대거 기용하고 "이들을 하나의 유기적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무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괴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명박 시대가 만든 '녹조'라고 하는 공간에서 박근혜 체제가 출범했고, 그 토양에 이런 '괴물'들이 생성되고 발전된 것 아닌가. 그러나 그런 '괴물'을 너무 크게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국민이 '괴물'의 출연이 정말 의미 있는 것인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회의적일 것이다. 결국 '괴물'은 소멸한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13일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 출연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과 김윤철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함께 '채동욱 사태'를 비롯한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다음은 세 사람의 대화 중 주요 부분을 정리한 것이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민주당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의원은 <문화일보> 정치부 부장 및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장을 역임, 의회 권력 교체에 큰 역할을 했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서울 동대문구 을)에서 홍준표 도지사에게 패배한 뒤, 19대 선거에서 설욕했다. 민 의원은 현재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
"채동욱 사태, 처음부터 음모의 냄새가 났다"
이철희 : 채동욱 검찰총장이 오늘(13일) 사퇴했다. 왜 이런 것인가.
민병두 : 처음 6일 자 <조선일보> 1보를 보고, 이상한 기사라고 생각했다.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정도의 기사라면 당사자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확인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가, 감찰했는가 묻고 싶다. 물론 인사청문회 위원들은 확인 안 했을 수 있다. 그 위원들이 모든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일인데,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참, 이상하다'라고 생각했다. '오보다, 음모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철희 : 기자 경력의 감(感)인가?
민병두 : '특종과 오보 사이'라는 경계를 항상 넘나들었기 때문에 느낌이 있다. 그리고 7일 자 2보를 보고 '아, 주민등록등본에도 없는 아버지 이름을 학적부에 기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하다'라는 생각에 어딘가 음모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민정·사정 기관의 음모 합작품 아닌가' 또는 '공작의 냄새가 짙게 난다'라는 의심이 들었다. 음모의 냄새가 났다.
이철희 : (<조선> 보도를 보고)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쉬운 게 채 총장이 왜 이렇게 쉽게 사퇴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좀 더 버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취임한 지 5개월밖에 안 됐다.
▲ 9월 6일 자 <조선일보> 1면에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기사가 실렸다. |
민병두 : 민주당이 '음모의 냄새가 난다'고 얘기하지 않은 것은 '이것을 정치화하면 채 총장이 결국 낙인효과 때문에 물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정치 쟁점화하지 않았다. '버텨 달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결국 전두환 추징금 사건이 종료된 후, 여야 3자회담을 앞둔 시점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 총장 감찰을 지시한다고 발표했다. 발표 시점도 굉장히 정치화되어 있는 것 같다. 감찰 실시 발표 시점 자체가 정치적 계산을 상당히 하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정말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조선> 1보가 났을 때 바로 감찰에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국민 앞에 (관련 의혹을) 소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철희 : 검찰 출입 기자에게 "(이 사건) 도대체 뭐냐?"라고 물었더니, <조선>이 처음 보도를 하고 나서 채 총장이 "아는 바 없다. 모르는 일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말을 본인이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
그때 채 총장이 확인하려 했던 것이 "대통령의 뜻이냐? '나가라'는 얘기냐?"였다고 한다. 검찰 출입 기자가 "(혼외아들 건은) 청와대가 움직인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이 사정기관에서 자료를 얻어서 넘겨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채 총장이 이번 사건을 '검찰 흔들기'로 규정하고, '직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라는 말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 표명을 한 것이다. 기자에 따르면, '(채 총장이 판단하기에) 청와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했다.
이후 유심히 새누리당·청와대·법무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는지,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했는데 조용했다. 그래서 '아, 이것은 <조선>이 한번 시도했다가 꼬리 내리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귀국하자마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하겠다"라고 얘기했다. '나가라'라는 말이다.
결국 채 총장이 청와대나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이라고 생각해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사권을 법무부 장관이 갖고 있기 때문에 채 총장 인맥은 초토화되고 검찰이 흔들릴 것은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사퇴'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민병두 : 채 총장이 지난 6일 오전 7시에 <조선> 보도를 보고 '했다, 아니다,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나는 모르는 얘기다'라고 결정했다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나는 모르는 일이다'라고 하면 많은 국민들이 볼 때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더니, 채 총장이 '그래야 상대방이 가진 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채 총장은 상대방이 가진 패를 봤다고 본다. 그 당시만 해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갖고 검찰 흔들기를 하는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박근혜 대통령 귀국한 후에 법무부에서 감찰한다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
역으로, 6년 전 2007년에 구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위원회가 있었다. 처음으로 사전 검증이란 것을 했다. 그때 박근혜 후보에게 "혼외자식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더니, "만약에 아이가 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면 누가 그 애를 데리고 와도 좋다. 제가 유전자(DNA) 검사도 다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문제가 뭐냐하면, 멀쩡하게 사는 애를 어디에 있다고 해서 만약에 그 애를 지목해서 누구 자손이니 어쩌니 하면 그 아이와 부모한테는 얼마나 날벼락 같은 얘기인가. 그것이야말로 천륜을 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통령도 감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그 문제에 관해서 당시 후보로서 하소연한 것 아닌가. 억울함을 얘기한 것 아닌가. 그 억울함을 밝혀주기 위해서, 사실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해서 지금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는 것이면, 비슷한 사건의 현 대통령도 감찰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보수 세력의 아성을 만들기 위한 권력 재편"
이철희 :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감찰하겠다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노골적으로 '나가라'라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주요 권력기관의) 자리를 유지하는 사람이 없다. 지난달 26일 양건 감사원장도 그만두지 않았나. 사실상 쫓겨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지난 3월 김기영 전 경찰청장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검찰총장까지 쫓아냈다'는 해석에 입각해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너무한 것 아닌가.
민병두 : 채 총장이 '이것은 청와대의 뜻이다. 날 식물총장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낡은 문법이다. 채 총장이 버티는 게 맞다고 본다.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 수리 여부는 대통령의 뜻을 봐야 한다.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동지'들과 함께 권력을 만들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동지'들이 함께 권력을 만든 게 아니라, 혼자 만든 것이다. 그 앞에 아무 소리도 못 하는 '충신'들이 있는 것이지, '동지'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1기 청와대 때도 그렇고 곳곳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겠다'라는 '동지'들이 적은 것 같다.
대통령 후보 시절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가 나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윤창중 전 대변인을 선택했다. '너는 이 사상장(死傷場)에서 나의 방패가 되어다오'라는 주문이었다. 그런데 윤 전 대변인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물러났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당정청의 확실한 '동지', 충신의 맹종을 넘어 정권과 함께하겠다는 사람으로 재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그것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탁이라고 본다. 이후 일사불란하게 검찰, 경찰, 군 등을 움직이고 있다. (채 총장 사건은) 모든 것을 재편하는 신호탄이라고 본다. 보수 세력의 아성을, 진정한 아성을 만들기 위해 권력 전체를 확실하게 재편하려는 것이다.
▲ 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사퇴 발표를 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철희 :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비서실 차장까지 한 '칼 로브(Karl Rove)'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의 꿈이 '공화당의 시대를 열겠다. 30년 집권 시대를 열겠다'라며 '원 파티 컨츄리(One Party Country)'라고 해서 사실상 '1당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이 50년 집권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5년인데 (감사원, 검찰 등 사실상 외압 행사를) 저렇게 무리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다.
김윤철 : 박근혜 대통령 시야가 임기 5년에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권력 재편'을 통해 한국의 권력 지배 블록을 유신보수 세력 중심으로 강고하게 재편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5년 이후에도 유신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검찰, 경찰 등 권력 기구들을 단순하게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 유신보수 세력의 손발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채동욱 검찰총장이 권력투쟁의 희생양'이라고 했다. '왜 하필 지금 권력투쟁을 하고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이 약하기 때문에 권력 블록 내 질서를 재편할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
민병두 : '영화와 영광의 시대를 복원하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국정원도 정보부 시절의 무소불위의 권력, 청와대도 모든 것을 통제하고 들여다보던 시절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제 새누리당 의원도 몸을 사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검사들도 스스로 움츠러들 것이다. 어떤 수사를 해야 할지 눈치를 볼 것이다. 모든 것은 윗분의 뜻에 따라서 움직이게 될 것이다. 김기춘 실장이 "윗분의 뜻에 따라 전달합니다"라고 자주 말하듯….
이철희 : 그 윗분이 조지 오웰 소설에 나오는 '빅 브라더(Big Brother)' 그분인가?
민병두 : '빅 브라더'가 아니라 '빅 프린세스(Big Princess)'이다.
이철희 : '육법당'이라고 얘기하는데, 남재희 전 장관이 박정희 때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체제 개념으로 들어가면 '육법당'은 육사 출신의 군과 서울 법대로 상징되는 검찰을 양축으로 해서 통치하겠다는 것인데, 채동욱 검찰총장은 거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빨리 사퇴시키고,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교체해야 이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에 '이석기 사태'를 계기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그런 결정(채 총장 사퇴 외압)을 한 것 같다.
민병두 : 전두환 시대는 '육법당', 그러나 기본적으로 군인 출신이다. 노태우 시대에는 자기 세력이 없었다. 그래서 서울지방검찰청 특수부장검사 출신의 박철언을 요직에 앉혔다. 검찰 공화국, 사정 공화국이 되면서 검사가 모든 일의 중심이 됐다. 김영삼 시대에는 '등산화 세력'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새로운 인적 자원으로 변방에 있던 검사 홍준표, 이건개 등을 동원해 검찰에 줄을 댔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세력을 만들 것이냐. 세력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소수이다. 실제로 보좌관 6명이 모든 정치를 한다고 한다. 교감과 연대가 약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일련의 인사 문제는) 이것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지배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철희 : 유신보수 또는 박정희 모델 아닌가. 통치 방식으로 보면, 군-검찰-언론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거기에 기업은 납작 엎드려 있는 형태 아닌가.
민병두 :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장과 청와대 안보 담당 등 대부분 군 출신과 관료들을 기용했다. 이 사람들은 상명하복에 능하다. 그러나 이 사람들을 총 지휘할 수 있는, 이들을 하나의 유기적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다. 무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MB 녹조에서 '괴물' 탄생
이철희 :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NLL 대화록 유출 사건', '이석기 사태' 등 사사건건 국정원이 (중심에) 자리해 있다. 6개월 동안 국정원이 주도한 이슈가 국정을 주도했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정치를 한 것이고, 국정원장이 정국을 운영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나.
김윤철 : 박근혜 정부의 시작이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이다. 야권 입장에서는 이 사건을 피해 갈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국정원이 처음부터 정권을 주도할 생각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철희 : 안보·보수들이 조직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장악해야겠다는 시도를 했기 때문에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이 국정원장이 된 것이라고 본다. 또 그 사람들이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어느 순간에 마음대로 한 사람씩 발탁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본다. 그래서 채 총장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7인회'에 <조선일보> 부사장 출신의 안병훈 현 기파랑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인사권으로 형성된 게 아니라 이런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체제이기 때문에 유신보수 세력이 의미를 갖는 것 아닌가.
김윤철 : 남재준 국정원장이 부각된 것은 정세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신보수 세력의 기획 속에 국정원이 국정을 주도한다는 계획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 민주당 민병두 의원 ⓒ민병두 의원실 |
지금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7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유는 전두환 추징금 문제나 남북관계 정상화 때문인데, 경제나 복지 측면에서 보면 (지지율이) 바닥이다. 박근혜 정부가 괴물이 되면 될수록 대중의 정서와는 괴리가 있는 '괴물'이 될 것이다.
이철희 : 채 총장 사의 표명 뉴스를 보고, '박근혜 대통령 참 독하다'라고 생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 시절이었던 2007년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두환 추징금 문제를 해결한 사람을 바로 내치는 것을 보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참 독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을 쓰는 방법이 참 무섭다.
민병두 : 결국은 독배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 부정한 박근혜 정부, '사즉생'의 각오로 맞서야…
이철희 : 독배가 되게 하려면 민주당 역할이 클 것 같다.
김윤철 : 국정원이 정략적으로 부각되는 계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민생 의제 중심으로 계속 활동했으면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본다. 또는 이렇게까지 국정원이 정국을 주도하게 놔두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이 '잘됐다. 날 건드렸구나. 이젠 국정원을 부각시켜 한 번 해보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 아닌가. 이후에도 유신보수주의와 괴물을 이기는 힘은 '민심을 누가 먼저 전취(戰取)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민생 문제를 중심으로 민주당이 계속 간다면, 민심은 권력의 오만함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민심을 역전할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철희 : 야권이 잘못 대응했다는 지적인가?
민병두 : 이 과정은 밟고 가야 할, 한 번은 정리하고 가야 할 문제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헌법 전문을 부정한 세력이고, 국정원은 헌법 제1조를 부정한 세력이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댓글을 단 것이 선거 결과를 바꿀 만큼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부정 선거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수사 결과가 제대로 발표됐다고 하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후 국정조사 과정에서 새누리당 측이 (국정원의 댓글 행위를) 미화하고, 옹호하고, 찬양했다. 이것은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겠다는 것이다. 100% 국민과 통합하는 게 아니라, 48%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 정당이라면, 설령 이것이 어려운 과제라고 해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가 그들을 '괴물'이라고 보는 것처럼 그들도 우리의 일련의 과정을, 대선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과대하게 보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 입장에서는 전면전을 준비한 것이다. 저쪽이 전면전을 준비하면, 여기에 대응해 우리도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가야 한다.
* 더 자세한 내용은 프레시안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 "채동욱 사퇴, 결국 윗분의 뜻?"을 통해 들을 수 있다.
<이철희의 이쑤시개> 바로가기 클릭!http://pressian.iblug.com/index.j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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