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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소장파, 당론 뒤에 숨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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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소장파, 당론 뒤에 숨지말라”

<서상섭 인터뷰>“햇볕정책의 열매 파병정국에서 실종”

“나는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파병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역사관 철학관 인생관과 관련된 것인데 어떻게 당론으로 정할 수가 있나. 나는 광복군의 심정으로, 당이 뭐라고 하던 그것만은 반대할 것이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하겠다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방침에 서상섭 의원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파병 찬성론이 대다수인 한나라당에서 서 의원의 반전 주장은 동료 의원들의 따가운 눈총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에서 적잖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은 21일 오후 한나라당 내에 몇 안되는 파병 반대론자인 서 의원을 만나 파병정국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파병문제는 당론 그늘에 숨을 사안 아니다”**

“비전투병 파병도 반대한다”는 서 의원은 “당론은 자기 뜻과 관련 없이 당이 결정했기 때문에 따른다는 논리로 여러 의원들 마음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인데 이번 파병 문제는 결코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당내 소장파를 향해 ‘소신행동’을 주문했다.

그는 “과거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당의 단합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도부에 많이 있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느냐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처하면 그들의 눈치를 보거나 자기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당론이라는 그늘아래 숨어서 당론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국회의원들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재선 의원들은 자기주장을 아낌없이 보이면 그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당에서 받는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1차 파병 때 친미 보수적 시각으로 노무현 정부를 압박해서 파병을 서두르게 했다는 국민적 질시를 받아서 이번에는 먼저 나서서 총대메고 매 맞지 않으려 한다”며 지도부의 입장유보 배경을 지적한 뒤, “지도부는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정사실화 해 놨고, 젊은 의원들도 가만히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파병, 참을수 없는 졸속정책의 가벼움”**

서 의원은 이날 노무현 정부의 저자세 대미외교에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1차 파병 때 노무현 정부의 한심스러운 작태 중 하나는 노 대통령 스스로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했던 한나라당의 도움으로 파병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나라당의 도움받아 파병하는 일 말고 노무현 정부가 할 일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이미 파병 결정이 된 것처럼 말해 칭찬받고, 밑으로는 실무논의를 하는 것을 봤을 때, 이것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절차적 민주주의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며 “독립국가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지 않은 나라의 서글픔이고, 참을 수 없는 졸속정책의 가벼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아직 내부 공론화도 끝나지 않은 파병 문제를 노 대통령이 한국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부시 대통령도 파병 때문에 절친한 친구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는데, 외교적 의전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라도 파병을 두고 호들갑떠는 것은 전혀 반갑다거나 아름다운 분위기로 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한편 “김대중 정부가 힘들여서 맺은 햇볕정책의 열매인 민족화해와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파병정국에서 실종됐다”며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갔다와서 행동 돌변하고, 1차 파병정국에 돌입한 것이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로인해 “나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권을 이어가는 참여정부에 대한 대국민 실망은 엄청났다”며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재신임 정국까지 온 것이고, 2차 전투병 파병 결정으로까지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정부가 앞장서 정부정책이 이로써 완전히 끝난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이라크 재건을 돕고, 파괴된 경제를 돕고, 하다못해 의료행위를 돕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국민에 의한 요청이 있었을 때만 타당한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점령군에 의한 도움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고 비전투병 파병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음은 2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서상섭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감기에 떨어야 하나”**

프레시안 :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서상섭 : 정부의 2차 파병 결정을 접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절차상의 비민주적 발상이 너무 고착화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파병 압박을 받으면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얘기했다. 또한 이 나라가 의회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3권분립의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발적으로, 쫓기듯이 결정했다.

정부가 파병을 결정하기 전에 불가피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라면 이해한다. 그런 게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 정부정책이 이로써 완전히 끝난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선전하고 있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가 집행부임은 틀림없지만 헌법에 파병 결정 같은 것은 국회 동의를 분명히 얻도록 돼 있다. 그러면 정부정책으로 파병안이 확정되려면 국회가 인준 동의안을 통과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절차에 대해 이 정부가 너무 쉽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노무현 정부가 국회는 당연히 해줄 것이라고 봤거나, 다른 이견을 내면 안되는 집단처럼 생각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부시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이미 파병 결정이 된 것처럼 말해 칭찬받고 밑으로는 실무논의를 하는 것을 봤을 때, 이것은 대한민국의 심각한 절차적 민주주의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행정부는 반드시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정부가 성급하게 결정하게 된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나.
서상섭 : 이미 9월에 여러 채널에서 미국과 구체적인 얘기가 돼 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이 있다. 우선 정부가 그에 대한 부인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또한 미국은 6자회담과 파병은 별개라고 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애써 양자를 패키지로 묶어서 강조하는 걸 보면 뭔가 북핵문제와 맞물려 어떤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따라 정부는 내부적인 국민여론 설득을 위한 찬스만 보고 있었던 것이고 그 이전에 미국과 어떤 약조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을만하다.

결국 1차 파병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정부는 국익 얘기를 하면서 우리는 영원히 미국의 동맹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강요하는 듯한 비자주적이고 독립국가적이지 않은, 스스로 식민지국가화하는 볼썽사나운 우를 범했다고 본다. 그것이 이번 파병론을 둘러싸고 드는 독립국가로서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지 않은 나라의 서글픔이고, 참을 수 없는 졸속정책의 가벼움이다.

프레시안 : 노 대통령으로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이었겠나. 미국의 요구를 선뜻 반대하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인게 사실인데.
서상섭 : 문제는 어떤 것이 국익에 플러스가 되느냐에 대한 민족적 차원에서의 중장기적 토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국익은 1년~2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전지구촌을 상대로 한 한반도의 생존전략이다. 분단국가로서 한반도가 향후 세계 맹방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안정과 민족의 안녕을 보장할 수 있느냐가 국익의 큰 틀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기름 한방울 안 나는 이 조그만 나라가 기름을 독점하고 있는 13억의 이슬람 문화권과 상생이 아니라 전투병을 보내 상잔과 대립의 관계로 가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또한 이 정부는 전쟁주의자들을 앞세워 물자 식량 의료 환경 문제 때문에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면서 파병의 타당성을 얘기하는데, 그것은 허구적 논리이다. 우리가 이라크 재건을 돕고, 파괴된 경제를 돕고, 하다못해 의료행위를 돕는다 할지라도 그것은 이라크 정부와 이라크 국민에 의한 요청이 있었을 때에만 타당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점령군에 의한 도움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다. 침략자들에 들러리서는 도움은 의미가 없다.

내가 파병에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948년 냉전체제 이후 세계분쟁을 해결하는 기본원칙은 UN을 통한 조정과 개입이다. UN을 배제하고 미국이 단독으로 군사행동을 감행한 첫 케이스가 이라크다. 따라서 이라크전은 국제법에도 없는 무분별한 침략전쟁이다.

그리고 그들이 전쟁명분으로 내걸었던 9.11 이후의 알카에다와의 테러연계성은 럼스펠드 장관이나 부시대통령도 이제는 인정하고 있는 바다. UN사찰단이 이 잡듯 수색해서도 찾지 못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해서도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잘못됐다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침략행위의 결과는 후세인을 쫓아낸 후 이라크 전 민중을 억누르고 점령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석유관련 산업 입찰을 미국 마음대로 한다. 자기들이 개발 우선권을 마음대로 나눠주고 장사한다. 여기에 지저분한 석유 부스러기 먹으러 우리 아들딸 목숨을 담보로 잡아야 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미국의 침략전쟁을 합리화시키고 이라크 재건특수를 나눠먹기 위해 전투병을 파병해야 된다면,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전투병, 비전투병을 막론하고 이라크 파병은 역사적으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반대한다.

프레시안 : 어쨌든 정부 결정의 외피는 UN 결의다.
UN 결의로 포장하는 것도 허위의식이다. UN 의결에 따라 UN 안보리가 중심이 된 평화유지군 파병이라면 고민해 볼 수 있다. 그것은 이라크인의 시각에서 이라크를 돕기 위해 UN 차원에서 추진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UN과 관련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UN승인 다목적군이다. 명령이나 책임은 더더욱 하등의 관련이 없다. 다목적군이란 군사행동도 각자 하는 것이고 각자 돈가지고 각자 군복입고 들어가는 것이다. UN 묵인하에서 일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일방적인 점령상태의 침략임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UN이 동의해서 파병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는 감기 걸리고 떨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우리가 파병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빼서 그들을 이라크에 보낼 것처럼 떠들었다. 사실은 다르다. 미국 나름대로 실무적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1/3내지 1/2를 줄이겠다는 프로그램이 이미 나와있다. 보병이 아니라 장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오랜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냉전적 보수주의자들은 파병 반대하니까 미국이 나가는 것 아니냐고 협박하는데 그것은 파병과 별개의 문제다.

프레시안 : 정부로서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 없나.
서상섭 :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차파병 때는 북-미간의 핵위가 더욱 고조됐었다. 하지만 북핵위기를 해결하는 데 이라크 파병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북한은 핵을 외교적 전술로 쓰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아니든 북한에게 핵은 미국을 상대로 한 중요한 외교적 무기가 될 것이다. 만의 하나, 북핵문제가 미국이나 한국에서 바라는 방향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무력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경우 한반도는 전운에 노출되는데, 대한민국의 파병논자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무것도 없다. 이라크를 무력행동 했는데 무슨 논리로 북한에 대한 무력행위를 막을 수 있겠나.

***“노 대통령 방미 후 햇볕정책 성과 실종”**

프레시안 : 정부가 현실적 노선을 선택했다고 볼 수는 없나. 일각에선 미흡하나마 한미정상회담에서 다자틀 내에서의 안전보장을 얻은 것이 파병의 댓가라는 견해도 있는데.
서상섭 : 미국은 파병과 북핵문제 사이에 전혀 관계없는 정책을 보여왔다. 우리 정부만 양자를 연결시켜서 파병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자꾸 파병 문제를 북핵문제나 6자회담과 연관시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프레시안 : 한미정상회담에서 나온 합의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
서상섭 : 아직 내부 공론화도 끝나지 않은 파병 문제를 노 대통령이 한국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고, 부시 대통령도 파병 때문에 절친한 친구라는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외교적 의전에 따른 것이라고 할지라도 파병을 두고 호들갑떠는 것은 전혀 반갑다거나 아름다운 분위기로 뵈지 않는다.

또한 재신임 정국과 맞물려 나라가 어수선하니까, 덜렁 파병결정 던져놓고 APEC 정상회담을 떠난 행위에 대해선 허망함이 말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잘못된 구태 정치의 패턴 중 하나가 국민의 생존이나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새로운 이슈로 그걸 덮어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재신임 정국, 파병 정국이 잇따르는 게 못마땅하다. 쇼 정치, 이벤트 정치도 아니고…. 이런 의심을 하는 동안 정치는 안에서 곯는다.

파병 정국에서 결국 잃어버린 것은 민족화해와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 분야는 김대중 정부가 어쨌든 힘들여서 맺은 햇볕정책의 열매다. 남북화해의 큰 틀인 경협문제, 민간교류의 문제를 얼마나 어렵게 살려왔나. 그게 어느 순간 중단됐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갔다와서 행동 돌변하고, 1차 파병정국에 돌입한 것이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나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까지의 사고와 역사관 철학관을 봤을 때, 방미 후 그렇게 쉽게 파병 결정하리라고 보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김대중 정권을 이어가는 참여정부에 대한 대국민 실망은 엄청났다.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재신임 정국까지 온 것이고, 2차 전투병 파병 결정으로까지 온 것이다.

파병과 관련해서 미국의 어떤 요구가 있었다면 차라리 정부가 ‘상황이 이런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솔직히 국민앞에 털어놓고 묻는 게 나았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속여 왔다. 지금도 청와대와 노무현 대통령 입에서 ‘반드시 전투병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걸 봐선 어정쩡한 술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번에 이라크에 가게 되면 분명히 전투병이 간다. 미국이 전투병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치안유지를 위한 부대니 뭐니 하면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 전투력 있는 부대가 따라가는 것처럼 포장할 뿐이다.

또, 전투병은 부대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 비전투병은 여기저기서 모집할 수 있지만, 전투부대는 여기저기서 모집해서는 전투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 중심 주력군은 차출해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것도 속이고 있다. 원하는 사람들만 뽑아 가겠다고 하지만, 그래서는 전투부대가 꾸려질 수 없다. 선출된 부대에 속한 사람은 무조건 가야한다.

나는 파병에 찬성하는 국회의원 중에 군대가 있는 아들 있으면 차라리 그 사람부터 보냈으면 좋겠다. 우리 아들 목숨이 귀하면 남의 아들 목숨도 귀한 것이다. 조금 넓히면 이라크 청년들의 목숨도 귀한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정부의 파병 결정 과정이 일련의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로 들린다.
서상섭 : 그렇다. 예컨대 정부가 보낸 이라크 현지조사단이 어땠나. 미군이 제공한 헬기타고 그들이 제시하는 지역 몇군데 보고 와서 보고서 써낸 것뿐이다.

1차 파병 때 나는 바그다드에 갔었다. 내 느낌에 이라크는 동양이었다. 사람에 대한 정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이라크에 도움을 주거나 그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이라크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지원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2억6천달러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이라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는 될 수 없다.

***“광복군의 심정으로 당론결정 반대한다”**

프레시안 :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왔다. 1차 때와 비교해 어떻게 보나.
서상섭 : 11월 중순이나 11월 말이 국회 표결 예정이라고 한다. 내주부터 상임위 넘어오면 본격적으로 얘기하게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한나라당은 찬성하는 분들이 많다. 민주당은 반반인 것 같고, 신당은 반대가 좀 많은 것 같다.

한나라당은 1차 때 15명 가까이 부결 표를 던졌다. 그 중 독수리5형제(통합연대를 결성한 탈당파 5명)가 저쪽(통합신당)으로 갔다. 지금 내가 만나본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는 UN의 묵인 내지는 승인을 받아서 파병 조건이 조금 유리해지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있다. 또 한편에는 그렇다 해도 전투병 파병은 너무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있다. 비전투병 파병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꽤 있는 것 같다.

나는 한나라당 의원으로서 파병 문제를 당론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역사관 철학관 인생관과 관련된 것인데 어떻게 당론으로 정할 수가 있나. 나는 광복군의 심정으로 당이 뭐라고 하던 그것만은 반대할 것이다.

프레시안 : 1차 때도 당론은 정하지 않았었다. 다만 권고적 당론이라는 구속은 있었지만.
서상섭 : 그랬었다. 이번에도 당론을 정하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 당론으로 정한다 해도 이 문제만큼은 따를 의사가 없다. 따를 책임도 없다. 내가 책임진다. 당론이라는 그늘아래 숨어서 당론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는 국회의원들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걸 이제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 당론을 많이 만드는 이유가 뭔지 아나. 자기 소신을 감추기 위해서다. 자기 뜻과 관련 없이 당이 결정했기 때문에 따른다는 논리로 여러 의원들 마음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인데, 이번 파병 문제는 결코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 당내 파병 반대 수위는 어느정도 된다고 보나.
서상섭 : 아직 공개적인 토론이 없었다. 공개적으로 파병 반대하는 사람은 나와 김홍신 의원뿐이다. 그 외에 전투병 파병은 곤란하다는 사람들이 몇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다른 사안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소장파들의 주장이 뚜렷하지 않다.
서상섭 : 소장파들이 한나라당에서 나선다는 의미는 이렇다. 한나라당 내에도 여러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당의 단합을 위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솔찮게 많다. 그런 사람들이 지도부에 많이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느냐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에 처하면 그들의 눈치를 보거나 자기소리 내기가 쉽지는 않다. 나만 하더라도 이런저런 생각이 왜 들지 않겠나. 하지만 그럴 사안이 따로 있고 그렇지 않은 사안이 따로 있다.

프레시안 : 의원 개인은 물론이고 각 당은 최소한의 입장조차 밝히기를 꺼려한다.
서상섭 : 1차 파병 때 노무현 정부의 한심스런 작태중의 하나를 또 보았다. 노 대통령 스스로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했던 한나라당의 도움으로 파병 동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번 2차 파병도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파병이 불가능하다. 수구적이고 꼴통정당이라고 매도한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아 파병하는 일 말고 노무현 정부가 할 일이 없나.

프레시안 : 한나라당이 파병 찬성론으로 기운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당 지도부는 이번엔 당론을 결정하겠다면서도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함구하고 있다.
서상섭 : 1차 파병 때 의식있는 국민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았다. 친미 보수적 시각으로 노무현 정부를 압박해서 파병을 서두르게 했다는 국민적 질시였다. 이번에 먼저 나서서 파병을 말하지 않는 이유다. 나서서 총대메고 매 맞을 일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는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을 기정사실화 해놨고, 젊은 의원들도 가만히 있는 상황이다.

개혁 소장파 의원들을 만나 이런 얘기를 한다. 어떤 것은 시대를 앞서가며 바꿔야 한다고 떠들면서, 또 어떤 것은 과거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에 빌붙어 그들의 힘을 얻으려고 하는데 그 취사선택의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라크에 파병해야하는지 원론적인 자문자답이 필요”**

프레시안 : 추가파병 반대론자의 입장에서 파병 동의안을 국회 차원에서 부결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텐데.
서상섭 : 국회로 동의안이 넘어올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동의 수준이 전투병은 아니라는 게 드러나면 정부안과는 다른 수정안이 제출될 것이다. 비전투병 수준으로 추가파병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수정동의안이 국회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에 관해 내용적으로 여러 형태로 논의 될 것이다. 나는 전투병이거나 비전투병이거나 파병에는 반대하기 때문에 원론적으로 접근하겠다.

형식적인 고민도 할 것이다. 1차파병 때 그랬듯이 의원들이 전원회의 제도를 요구했다. 그런 형식도 밟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들을 통해 국회 내에서 논란이 심해 질 것이다.

프레시안 : 각 당 총무들이 국회차원의 현지조사단 구성에 합의했다고 한다. 인적 구성방식 면에서 객관적일 수 있느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상섭 : 교섭단체 등록된 사람들 4명과 군사전문가, 실무전문가로 구성된다고 한다. 파병은 꼭 현지에 가봐야 파병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누구나 파병에 대한 찬반은 현지에 갔다 오는 것과 관련 없이 마음속에 결정돼 있다. 따라서 지금 현지조사단의 의미는 안전상의 문제를 확인하고 오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서방을 통해 들어오는 수치는 사상자 수가 축소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명이 죽거나 열명이 죽거나 우리 병사가 죽는다면 국가 책임이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라크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파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와 일면식도 없고 민족적 감정이나 전쟁을 할 생각이 없는 이라크에 꼭 파병해야 하느냐는 원론적인 자문자답을 해야 한다. 그런 자문자답을 하지 않으면, 멍에와 업보가 언젠가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반전평화의원모임 한나라당 간사로서 당 내 의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서상섭 : 갈수록 얘기하기가 힘든 분위기로 가는게 사실이다. 내년 총선으로 다가가는 길목이라서 그런 것 같다. 또 초재선 의원들은 자기주장을 아낌없이 보이면 그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당에서 받는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정치의 지각변동이 예견된다. 정치개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정치개혁이 이뤄질 수 있는 중요한 길목에서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결코 이루지 못한다. 한나라당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나라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못한다. 국민적 다가감에 대한 고민을 간절히 바란다. 나도 곰곰이 되씹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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