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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 "고국의 민주화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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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 교수, "고국의 민주화 확인하고 싶었다"

37년만에 귀국, 우익단체 귀국장에서 시위-정형근 "진상 밝혀야"

1967년 한국을 떠난 뒤 37년간 고국땅을 그리워만 해야 했던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독일 뮌스터대)가 마침내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았다.

<사진1> 입국하는 송두율 교수

***재독 학자 송두율 교수 37년만에 입국**

송 교수는 22일 오전 부인 정정희씨, 큰아들 준(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씨, 작은 아들 린(소아과 전문의)씨 등 일가족 및 민주화추진 변호사협회 소속 김형태 변호사와 송 교수의 친구이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일에 참여하고 있는 박호성 서강대 교수, 지난 2000년 송 교수의 귀국 좌절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강석필 감독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의 초청으로 귀국하게 된 송 교수는 공항 비즈니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67년 7월15일 출국해서 37년만인 오늘에야 조국땅을 밟게 돼 감개가 무량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송 교수는 또 “우리사회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되는 나라중 하나”라며 “결국은 좁아지는 세계화, 지구화 시대를 우리 한반도가 앞으로 어떻게 나갈까를 내 자신이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구상하며, 상념들을 다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귀국 결심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부인 정정희씨도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짧지만 보다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고, 송교수와 정씨의 두 자녀는 “태어나서 한국에 처음 왔다”며 감격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공항에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주최측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속 회원과 송 교수 지인들 5백여명이 나와 송 교수 일행의 귀국을 환영했다.

자유베를린대학 유학시절 송 교수를 알게 됐다는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송 교수는 유신정권에 반대해 국내에 못 들어왔다”며 “그러나 사회가 민주화되고 남북관계가 진전된데다, 이번 송 교수의 귀국으로 한국 사회가 냉전적 유산을 청산하고 민주화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2> 입국 반대시위

***정형근 의원 “송두율은 대남공작원”**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 등은 송 교수에 대한 이념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공항에는 ‘민주참여네티즌연대’ 회원 2명이 ‘송두율은 가면을 벗고 김일성, 김정일과의 관계를 밝혀라’, ‘송두율은 노동당 간부 김철수. 황장엽씨의 진실을 외면말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도 2001년 국정감사 당시 국정원의 답변 내용을 공개하며 “귀순자 및 자수간첩의 진술, 특수첩보 등을 통해 송 교수가 김철수란 가명으로 암약해 온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고, 서독에서 암약하는 북한 대남공작원임이 틀림없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 옛 안기부 터, 서대문 독립공원 방문, 전남대 강연 등**

송 교수는 이날 도봉구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는 해외민주인사 한마당 행사 환영식에 참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는 27일까지 주최측의 공식일정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23일 있을 청와대의 해외민주인사 초청 대통령 간담회에는 ‘실정법상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송 교수가 제외됐다.

송 교수는 24일 옛 안기부터, 서대문 독립공원, 도라산 전망대, 판문점 등을 방문하고, 28~29일에는 전남대 강연에 참석하며, 30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 심포지엄에서 ‘한국민주화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다음달 1일에는 고향인 제주도를 방문할 계획이다.

<사진3> 서울거리 걷는 송 교수

***국정원, 검찰 송 교수 이적 행위 조사 수위 및 처리 관심**

한편 국정원 관계자는 공항에 도착한 송 교수에게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나왔지만 변호사를 통해 자진출두하기로 한 만큼 이 자리에서는 집행을 유보하겠다”며 “빠른 시간내 조사에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송교수는 이르면 23일 변호사와 함께 국정원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송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는 상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철수와의 동일인물 여부와 독일 유학생 입북 권유 부분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 하더라도 김일성 주석과의 명담 등은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혐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이 ‘공소보류’ 형식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공소보류’는 ‘죄는 인정되지만 정책적으로 기소하지 않는’ 형태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 등의 정치적 사안에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재 송 교수의 국적은 독일로 돼 있다는 측면에서 ‘공소보류’의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공소보류를 얻기 위해서는 송 교수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준법서약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송 교수가 이에 응할지 미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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