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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자기 것 아닌 국민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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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자기 것 아닌 국민의 것"

강금실 법무장관 서울법대 특강

강금실 법무장관이 서울대 법대의 초청으로 ‘법대생과의 대화’ 특별 강연을 통해 6개월간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 느낀 소회와 한총련, 검찰 감찰권, 국가보안법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풀어놓았다.

강장관은 이와 함께 강연장인 서울법대 근대법학교육백주년기념관을 가득 메운 5백여명의 학생들에게 법조인으로서의 살아가는 자세와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들을 꾸밈없이 밝혀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1> 강연

***지금의 혼란은 권위주의에서 법치주의로 가는 과도기**

“법무장관 제의를 받고 엄청나게 고심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기반이 취약해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법무장관으로 오게 됐다”는 강장관은 “지난 6개월은 마치 수습과정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6개월에 대해 강장관은 “최근 6개월간 매우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지금의 혼란은 법치주의가 정착돼 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아직은 문제해결 역량이 미숙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사회 각 분야에서 노력하면 우리 사회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력기관 종사자에게 국민을 위한 ‘공인’이라는 의식이 가장 중요**

강장관은 법조계 종사자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인’의 자세를 지켜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강조했다.

강장관은 “권력기관 안에 들어와 보니 권력이란 국민이 준 것인데도 마치 내 것인 듯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며 “공인이라는 것은 사심을 버리고 자기 조직 구성원과 전체 국민을 위해 생각하고 판단하며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총련, 도그마에 빠지지 말고 상대의 생각도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강장관은 이어 대학에서의 강연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한총련 문제에 관해 “자기의 소신과 믿음을 갖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만 자기를 지나치게 확신하는 ‘도그마’(dogma)에 빠져서는 안된다”며 “한총련의 주장이 옳을 수도 있지만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면 사소한 것을 돌보지 못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고도 내 행동이 옳다고 믿을 수 있으므로 구체적 현실 속에서 나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여지를 남겨 놓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2>학생들

***국가보안법, 현재의 남북관계에 맞게 바뀌어야**

30여분간의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터져 나왔다.

가장 먼저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보안법이 50년전에 만들어진 법으로 지금의 남북관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또한 “구속요건이 법률 요건 못갖춰 너무 막연하고 법정형이 너무 단일화 돼 있는 문제 등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검찰 감찰권을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감찰권을 어디에 둘거냐의 문제가 아니라 큰 틀에서 검사들이 소신껏 일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며 “외국에도 외부기관과 내부 상급기관에 두는 다양한 방식이 있는 만큼 우리에게 맞고 필요한 것을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문제는 여성 당사자들이 관심 갖고 풀어나가야**

여성 법률가로서의 정체성에 관해 묻는 질문에는 “검찰 내에도 여성 인력이 20%가 넘어서고 있고, 앞으로 30~40%를 넘어서면 질적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전체 사회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절반을 넘어서면 (남성중심의) 편향적 부작용들이 자연스럽게 교정될 것이나 지금은 과도기이다”라고 말했다.

강장관은 특히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호주제 폐지가 이슈화되고, 여성노동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70~80%에 이르는 등 사회전체의 차별의식 때문에 아직 여성은 약자”라며 “여성 법률가는 여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 당사자인 여성들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장관은 반면에 “남성과 공존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여성의 관점을 버리고 인간의 관점을 갖고 상대를 포용하고 동료로서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를 버리고 바닥까지 떨어진다는 생각으로 시련 극복**

강장관은 인생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생에서의 시련의 시기와 극복 방법을 묻는 질문에 “최근 몇 년 빚도 많이 지고 이혼도 했는데 어려움들을 이기지 못하고 끌려가는 것 같아 고통스러웠고, 법무장관으로 올 때도 고민이 많았고 절벽을 뛰어 넘는 심정이었다”며 “이기겠다는 마음 자체를 버리고 절벽에서 뛰어 내려 자기를 버리고 밑바닥까지 가서 자기 스스로 자기 놓을 수 있는 데 까지 가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시련극복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강장관은 이밖에도 사법고시제도가 사회 필요 인력 양성에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제도가 과거에 매여 있어 변화의 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제도 틀 자체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법무장관으로서 “법무부에서 소외된 인권에 관한 부문에 집중하고 싶다”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교정분야 인권관련, 제소자 법률 상담을 실시하고 있으며 교정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도입 축제 행사 등의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강장관은 검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법무장관으로서 애로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업무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검찰 내부의 관행이 있기 때문에 애로 사항이 있지만 검찰 조직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며 그러나 “반대로 내부에서는 볼 수 없는 시각으로 검찰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을 지휘 감독하는 입장에서 내외부 시각이 조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붉은 악마 정신이 세계화 시대 이겨낼 주체로서의 정신될 수 있어**

강장관은 세계화와 관련된 최근의 논란에 대해 “세상이 하나로 열려 간다는 데는 긍정적이지만 부정적 의미에서 힘의 논리에 의해 진행되는 세계화 속에서 우리의 위상이 어려운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강장관은 그러나 “지난해 월드컵에서 보여준 붉은 악마의 굉장한 열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당당한 주체의 모습이 아니었나”라며 “이를 파쇼의 모습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평화적 모습에서 파쇼보다는 우리 내면의 공동체적 열정을 쏟아낸 것이라고 보고 전통적 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세계화 시대의 위협을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사진3>사인해주는 강장관

“어릴 때부터 항상 구체적 꿈이 없었고, 지금도 대통령이 되겠는 꿈은 전혀 꾸지 않고 있다”는 강장관은 법학도 후배들에게 “헌법 공부를 많이 할 것과 평생 글을 쓰는 직업인 법률가는 문학을 가까이 하는게 중요하다”고 애정어린 충고하기도 했다.

강장관은 또 사회에서의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놀 줄도 알아야 한다며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학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강연이 끝난 뒤에는 수십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사인 공세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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