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5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가 어느정도 수습될 때까지 사표 제출을 보류할 것으로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금주중 김 장관이 사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단 태풍 피해를 수습, 복구하는데 진력을 다하고 사표 내는 건 그 이후에 생각하라”고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김 장관에게 전하라고 지시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청와대 측은 그러나 김 장관이 언론을 통해 이르면 17일께 사표 제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이번주 중 사표를 제출하겠다”고 사표 제출 시기까지 못박은 상태에서 노 대통령의 지시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 윤 대변인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정찬용 “후임 인선 10배수 가량 압축”**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문희상 비서실장이 지난 13일 김 장관이 사표를 제출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 것임을 밝히고, 다음날 김 장관이 금주 중 자진 사퇴하겠다고 못박음에 따라 빠르게 매듭지어지는 것으로 보였던 김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고민’을 보여준다.
태풍 ‘매미’가 수조원에 달하는 큰 피해를 가져온 상황에서 주무부처인 행자부 장관이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요구에 굴복, 사임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사태 수습이 차질을 빚을 경우 무책임한 국정 운영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청와대 고심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미 청와대가 자신들의 해임안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판단, 국회 출석을 불허키로 했던 김두관 행정자치장관이 태풍 `매미' 피해와 관련돼 긴급 소집된 국회 재해대책특위에 출석해 보고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기로 아량(?)을 베풀기로 했다.
국회 재해대책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태망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가결됐지만 태풍 `매미' 피해가 엄청나 비상상황인 만큼 이번에 한해 피해상황과 정부 대책 등에 대한 장관 보고를 듣기로 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에 따라 특위에서는 김 장관의 출석 및 보고문제를 놓고 시비를 걸지 않을 방침"이라면서 "그러나 오는 22일로 예정된 행정자치부 국감 때는 참석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주말까지만 '시한부'로 김장관의 사퇴수리 유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이미 후임인선 착수**
이같은 노대통령의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 사표 수리가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청와대는 후임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보좌관은 15일 오전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행자장관의 사퇴서가 제출되고 수리된다면 후속인사를 할 준비를 갖춰 보좌할 생각”이라며 “10배수 가량으로 자료를 만들어 후임 인물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 보좌관은 “관료나 학자 출신들이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고 현재 어느 한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코드’의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바꿔야 하지만 나라를 끌고 가려면 코드라는 게 맞지 않아선 안 되며, 코드가 안 맞는 관료가 있을 수는 없다”고 인선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후임장관 후보로는 조영택 국무조정실 기획수석조정관, 정채융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이사장, 김주현 현 행자부 차관,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영평 고대 행정학과 교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전제로 원혜영 부천시장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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