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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 원칙 견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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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 원칙 견지해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5호 <4>

1. 우여곡절의 6개월: 어려운 첫걸음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김정은 체제의 핵무력 강화 방침이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는 당선인 시절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후 한반도 긴장 고조와 군사적 위협을 지속하면서 실질적 핵무장 국가로서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했다. 정부 출범부터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에 봉착한 박근혜 정부는 무력도발에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긴장이 전쟁위기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했다.

2013년 봄 한반도 위기를 최대로 고조시킨 북한은 급기야 남북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대남 위협의 카드로 꺼내 들었고 군 통신선 차단과 출경제한에 이어 결국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킴으로써 사실상 공단폐쇄를 시도했다. 강대강의 남북 대결이 한껏 고조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4.11 남북대화를 제의했지만 결국은 4.26 개성공단 잔류인원 철수 결정을 내림으로써 공단폐쇄를 기정사실화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북의 과도한 공단 폐쇄에 대해 대화를 제의했음에도 북이 나서지 않자 스스로 공단폐쇄를 감수하는 강수를 사용함으로써 강온병행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북을 대화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6월 장관급 회담이 추진되다가 이른바 '격' 논란으로 무산된 이후에도 박근혜 정부는 남북대화의 끈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북한 대표의 격을 우리가 평가하고 규정하는 무리수를 두긴 했지만 이후 남북은 다시 실무회담의 끈을 이어갔고 결국은 7차례의 지루한 회담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지금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금강산관광 회담도 논의되는 등 바야흐로 남북관계는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모양새다.

▲ 남북은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7차 실무회담에서 공단의 정상화에 합의하고 이후 논의를 위해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공동위원회 1차 회의시작 전 악수하고 있는 남측 김기웅(왼쪽) 공동위원장과 북측 박철수 공동위원장 ⓒ개성공동취재단

박근혜 정부 6개월의 남북관계를 평가한다면 '우여곡절의 다행스러운 첫걸음'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처음부터 남북 갈등과 강경 대립에 맞닥뜨렸고 한반도 긴장 고조로 치달았지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파국보다는 관계 정상화를 시도함으로써 결국은 남북관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좀 더 일찍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6개월의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 이상을 매길 수 있을 것이다.

2. 우려와 성과

6개월의 남북관계 전개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아쉬움과 다행스러움을 함께 보여줬다. 3차 핵실험 이후 북의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에서 4.11일 남북대화를 공식제의한 것은 위기상황에도 남북관계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모습이었다. 반대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면서 갑자기 4.25일 최후통첩성 대북제의 후 4.26일 개성공단 잔류인원을 철수시킨 것은 다소 감정적이고 강경한 조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북이 박근혜 정부의 대화 제의를 수용함으로써 장관급 회담이 추진되었지만 남측이 김양건 통전부장 외에는 북측 회담대표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격'을 고집하는 바람에 회담이 무산되었던 점은 박근혜 정부의 과도한 대북요구와 지나친 원칙고수라는 점에서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장관급 회담 무산에도 불구하고 북의 공단 정상화 의지와 남의 당국회담 요구가 맞물리면서 다시 실무회담이 개최되었고 7차례의 회담 끝에 결국은 공단 정상화와 재발방지에 합의한 점은 남북 모두 대화 유지와 관계 개선의 끈을 이어가려는 적극적 의지의 산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북의 실용적 양보와 박근혜 정부의 유연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성과를 도출한 셈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6개월은 때로는 북한에 대한 과도한 원칙과 지나친 고집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아쉬움을 보인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북의 실리적 접근에 대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화 성사와 합의 도출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하는 긍정적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남북관계 정상화와 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고비는 상대방의 완전 굴복과 일방적 수용만을 일관되게 요구할 때 발생한다. 이명박 정부 시기 남북관계 파탄과 대북정책 실패의 결정적 계기도 사실은 북의 대화 제의와 유연한 접근마저도 이른바 '버릇 고치기' 차원에서 완전굴복 요구로 강경대응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난 6개월은 여전히 대북 원칙론과 버릇 고치기의 감정적 대응의 우려가 존재하면서도 그럼에도 남북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신뢰의 끈을 이어가려는 최소한의 유연성은 갖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성과가 공존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대북접근 기조

개성공단 정상화와 함께 통일부는 이른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책자를 발간했다. 여전히 애매하고 불충분한 대목이 있지만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설명은 그 자체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개념과 목표 및 추진원칙과 추진 기조 등도 큰 틀에서 그리 흠잡을 데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항상 그렇듯이 정부의 대북정책 설명은 좋고 바람직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추진방향이고 추진과제 등도 우리가 희망하고 원하는 로드맵을 그려놓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과 공영의 대북정책'도 설명책자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한 것이었다.

문제는 책자에 설명된 내용과 과제를 실천해가는 과정에서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접근방법이다. 이명박 정부는 희망적인 남북관계 미래를 만들기 위해 '선 북한변화론'의 접근방법을 고수했고 그것도 북의 근본적인 변화를 관계개선의 전제로 자리매김하는 바람에 어떤 경우에도 남북대화는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은 관계 파탄과 최악의 안보위기로 결과되고 말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책자에 설명된 대로 제대로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밝혔던 신뢰와 균형의 접근방법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대북정책이 지나치게 북에 끌려갔다고 보고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지나치게 북에 강경일변도로 대했다고 평가하면서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alignment)을 통해 그리고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Trust Politik)하겠다는 접근방법으로 설명된다. 북에 대한 원칙을 지키되 신뢰형성의 끈은 놓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그러나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 간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접근방법은 화해협력의 대북정책과 대북강경의 대북정책이 모두 가능한, 사실상 애매한 접근일 수 있다. 대북 원칙 고수에 경도될 경우 강경 기조로 흐르고 신뢰 형성에 경도될 경우는 유화 기조로 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매개 국면에서 정부의 선택과 결정 여하에 따라 대북 접근이 강경으로 치닫기도 하고 화해협력으로 진전되기도 한다. 최근 6개월의 남북관계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접근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한반도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대북 대화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합의 과정에서 남과 북을 공동주체로 한 재발방지 표현을 수용한 점 등은 남북 간 신뢰축적을 위한 유연한 접근의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북 대화를 제의해 놓고 갑자기 최후통첩 하루 만에 개성공단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나 장관급 회담 과정에서 고집스럽게 북측의 회담 대표를 특정인과 특정 '격'으로 고수한 것 등은 잘못된 북을 바로잡겠다는 대북 원칙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강경한 결정이었다.

4.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성공하려면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의 신뢰를 형성해가겠다는 접근방법이 보다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자리 잡는 게 무엇보다 요구된다.

우선 안보와 교류협력의 '균형'은 상황과 국면에 따라 때로는 안보를 내세우고 때로는 교류협력을 결정하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 북한의 긴장 고조에 대해서는 당연히 안보를 강화하고 북의 실용적 관계개선 시도에 대해서는 응당 교류협력을 진전시켜야 한다. 그러나 안보 강화와 교류협력 진전은 국면과 상황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교류협력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류협력 국면에서도 안보는 철저히 준비되어야 한다. 서해교전 상황에서도 단호한 안보적 대응과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남북관계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약속과 합의 이행을 통해 신뢰를 축적한다는 접근방법 역시 약속을 어길 경우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부정적 경고와 함께 합의된 약속은 우리부터 솔선수범해서 반드시 성실하게 이행한다는 긍정적 의지를 반드시 북에 전달하고 보여줘야 한다. 신뢰형성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명심해야 한다. 합의 이행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축적 방법이 자칫 북이 약속을 어기거나 도발을 할 경우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측면만 강조되는 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쌍방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약속을 어길 경우 단호하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과 똑같이 약속한 내용에 대해서는 선의를 갖고 반드시 합의이행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 동시에 요구된다. 북이 도발하면 응징하겠다는 부정의 경고만 반복하지 말고 북과 합의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성실히 지켜나가는 긍정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시킨 북에 대해 공단폐쇄도 각오하겠다는 응분의 경고를 보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북과 합의한 대로 개성공단 정상화와 재가동에 전력을 다해 성심성의껏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 필요한 이치다. 신뢰프로세스가 정치군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인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꾸준하고 일관되게 실천에 옮기는 성실한 노력 역시 지금 박근혜 정부에게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셋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연계론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전히 북핵문제는 진행형이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안보상 최대 현안인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동시키는 것은 한반도의 현실에서 사실상 남북관계 유지와 진전을 가로막는 '조건부' 접근이 되고 만다. 이명박 정부 시기 이른바 '비핵개방 3000' 구상과 '그랜드 바겐' 접근이 그 부정적 결과를 극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오히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개선됨으로써 북핵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긴장 고조의 위험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고 또한 북핵문제 진전 상황에서는 북핵협상을 더욱 추동하고 진전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음은 지금까지의 북핵과정에서 충분히 입증되었다. 결코 박근혜 정부는 북핵해결의 유혹에 빠져 남북관계를 수렁에 빠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접근은 어떤 경우에도 교류협력을 포기하지 않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고수하고 견지해야 한다.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유지되고 진전될 것임을 명확히 밝히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만이 신뢰형성을 가능케 함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버릇 고치기라는 잘못된 원칙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을 내세우고 오히려 이 원칙을 위해 더 큰 유연성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원칙의 정치인 박근혜 대통령이 제발 남북관계에서 올바른 원칙을 고수하길 기대해본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9·10월호(제25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박근혜정부 6개월 평가 : 기대와 우려'입니다.

* 원제 : 박근혜 정부 남북관계 평가: 신뢰형성의 원칙과 유연함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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