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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30초 盧-DJ 통화'의 함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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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분30초 盧-DJ 통화'의 함의는?

신주류 "동교동 방문하고 싶다", '신-구주류 대타협론' 부상

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김대중 전대통령에게 제7회 만해대상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밝혔으나, 노대통령이 김 전대통령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민주당 신주류가 이달말 임시 전당대회에 앞서 김 전대통령을 방문해 '지원'을 부탁하자는 이른바 '신-구주류 대타협'론이 거론되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이루어진 통화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전화후 2달여만에 통화**

노 대통령이 취임 후 김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것은 두번째다. 노 대통령은 미국 방문을 출국하기 직전인 지난 5월 11일, 관상동맥 확장 시술을 받고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전화를 걸어 쾌유를 기원했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께 이뤄진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제7회 만해대상 평화부문 수상에 대해 "이번 수상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라며, 특히 김 전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최근 김 전 대통령이 TV에 나와 말씀하는 것을 보니 건강하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이 겹쳐 힘들 텐데 잘 풀어나가시기 바란다"고 답했다고 윤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전화를 걸었으나 김 전 대통령이 휴식 중이어서 바로 통화를 못했고 오후 1시경 김 전 대통령측에서 회신전화가 왔다"며 "1분30초 정도 짧게 통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6.15대담후 대외활동 일절 자제**

윤 대변인이 밝혔듯, 이날 전-현직 대통령간 통화는 '1분30초'에 그쳤다. 간단한 안부인사가 오간 정도의 짤막한 통화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통화를 바라보는 정가의 시선은 그리 간단치 않다.

김대중 전대통령은 6.15선언 3주년인 지난 6월15일의 KBS 대담이래 대외활동을 일절 자제해왔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전화를 걸게된 계기가 된 만해상 수상건만 해도 그렇다. 만해상은 만해(卍海) 한용운선생의 사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제정한 것으로, 김 전대통령은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번 수상이 결정됐다. 그러나 김 전대통령은 지난 8일 백담사에서 열린 만해상 수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전대통령은 측근들이 "건강도 많이 나아지셨으니 바람도 쐴 겸 다녀오시라"고 권유했지만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사양해, 대신 김한정 비서관이 참석해 김 전대통령의 수상소감 메시지를 전하는 데 그쳤다.

김 전대통령은 또 8일 일본 도쿄 록봉기(六本木) 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김대중씨 납치사건 해결을 요구하는 모임'이 주관한 '김대중 납치사건 30주년 기념식'에도 이희호 여사를 대신 참석시켰다. 이 여사는 이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 나아가 전세계의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며 "북한은 핵을완전히 포기해야 하며, 미국은 북한의 안전과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김 전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전대통령은 고향인 목포 방문도 연말께로 늦춰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신당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내홍에 휩싸여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은 '탈(脫)정치 행보'다.

***신주류, "동교동 방문하겠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이처럼 일절 대외활동을 극구자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J의 추후행보에 대한 정가의 관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게 객관적 현실이다. 현재 해법을 찾지 못하고 내홍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당 사태를 해결하는 데 있어 DJ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말로 예정된 임시전당 대회를 앞두고 민주당 신주류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주류의 이재정 의원은 이같은 계획을 밝히며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통합신당 추진에 대한 신주류의 기본 입장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런 노력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우리의 뜻과 부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측은 "민주당 당적을 떠난 데다 퇴임 후 현실정치에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만큼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면담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DJ 면담이 민감한 시기에 이뤄질 경우, 되레 역풍을 자초할 것이란 우려도 신주류 내에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탈(脫)호남을 외쳐온 신주류쪽에서 먼저 동교동 방문 입장을 밝혔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게 정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신주류는 최근 '3불가론'을 통해 구주류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갑대표등 구주류는 신주류의 '백기항복'을 요구하는 냉담한 분위기다.

사정이 이런 만큼 탈정치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구주류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DJ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게 신주류 판단이며, '동교동 방문' 계획도 이같은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정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등 중도파도 이달말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신-구주류간 '표 대결'이 이뤄지면 민주당 파열은 불가피하다고 판단, 전당대회전에 신-구주류간 극적 타협이 모색돼야 하며, 최근 신주류 일각에서 제기된 '동교동 방문'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분위기다.

***과연 대타협 가능할까**

하지만 과연 '신-구주류 대타협'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노무현대통령 측근이나 신주류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독자행보'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독자세력'을 형성해야만 아직 4년반이나 남은 임기동안 3김시대와 차별화되는 독자적 개혁행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작금의 노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정치현실을 고려할 때 '독자행보론'은 상당히 힘을 잃어가는 양상이며, 이에 반비례해 노대통령이 김 전대통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형국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대통령이 동교동을 방문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자문을 구하는 형식이 바람직하다는 얘기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10일의 노대통령-김 전대통령간 짤막한 통화는 이처럼 민주당내 기류가 미묘한 시점에 이뤄져 짧은 통화임에도 불구하고 함축된 메시지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DJ의 힘'을 감지케 하는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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