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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몰카 사건' 독자 조사키로

문희상 실장, 청와대 직원에 이메일로 '절제' 당부

청와대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지난 6월말 청주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된 것과 관련, 아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에서 명예를 걸고 자체 조사에 주력키로 했다.

***문희상, "최강의 민정 감찰팀이 현지 조사중"**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2일 정부 종합청사에서 열리고 있는 ‘참여정부 2차 국정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실장 사건에 대해 “아직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상황은 아니다”면서 “민정 감찰팀이 현지에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이번 감찰팀은 최강이다”면서 “따라서 다른 것(검찰 수사)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해 이번 사건을 검찰에 맡기지 않고 자체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밝혔다.

이는 전날 문희상 비서실장이 "이런 건 검찰이 할 일"이라던 발언과 다른 것이어서, 청와대 기강해이에 책임이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문재인 민정수석이 명예 회복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책임 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문 실장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양 실장에 대한 사표 수리'와 관련 “민정 조사가 끝난 뒤 결정날 것 같다”며 “그러나 조사가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오늘(2일) 오후 여름휴가를 떠난다”며 “다음주 중간에 돌아오실 것 같다”고 밝혔다.

***문 실장, 직원들에게 이메일 보내 ‘절제’ 당부**

이에 앞서 문희상 비서실장은 1일 청와대 비서실 전 직원에게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설수 없다”면서 직원들의 도덕적 처신을 당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문 실장은 “지금 국민들이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은 엄격하다”면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한 사회의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준보다 높으며, 우리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된다는 마음으로 직무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도덕적 정당성’의 확보”라면서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나 실천 프로그램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참여정부의 비서실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면서 “우리들은 개인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참여정부’와 ‘대통령’을 통해 집단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실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설수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성공적 국정 운영과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대통령 비서실 직원 여러분에게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얼마전 발생한 비서실 직원의 "물의"로 인해 국민들의 심려가 큽니다. 비서실 직원들의 마음도 매우 무거울 것입니다. 정확한 경위와 진상은 철저히 규명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스스로를 가다듬는 심기일전(心機一轉)의 계기로 삼자는 뜻에서 당부의 말을 전합니다.

참여정부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 권력의 "칼"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 자리에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이라는 국정원리를 확고하게 세웠습니다.

이 새로운 시대 국정운영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입니다. 일찍이 공자(孔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습니다.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바로 설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부와 공직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도덕적 정당성"의 확보입니다.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나 실천 프로그램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팍스 로마나 시대, 팍스 브리테니카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근간에는 공직자들이나 리딩그룹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솔선수범이 있었습니다.

특히 국정운영의 정점에 서계신 대통령님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우리 대통령 비서실 직원들의 몸가짐과 마음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우리들의 사소한 행동과 말을 통해 정부와 대통령님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지금 국민들이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은 엄격합니다.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한 사회의 개인에게 요구되는 기준보다 높습니다. 우리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된다는 마음으로 직무에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얼마전 어느 금융기관의 임원으로부터 과거 정부에서 종종 있어왔던 청와대의 청탁성 부탁이 참여정부 출범 이후 단 한건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바 있습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복무하고 있는 여러분께 거듭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합니다.

우리들 각자의 삶에서 참여정부의 비서실 직원이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우리 들은 개인으로 평가받는게 아니라 "참여정부"와 "대통령"을 통해 집단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서로서로 격려하고 절제하면서 우리 함께 성공한 삶을 만들어 갑시다.

2003년 8월 1일

대통령 비서실장 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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