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럽축구의 재정상황에서는 독일과 잉글랜드가 앞서 있지만 막상 경기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팀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인터내셔날 해럴드트리뷴(이하 IHT)이 7월 31일(현지시간) 회계법인 딜로이트 앤드 투시가 발표한 <2001~2002시즌 유럽축구재정보고서>에서 인용한 대목이다.
IHT가 유럽축구재정보고서를 토대로 유럽 축구경영을 주도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한 독일, 잉글랜드의 경영비법은 외적 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국내프로축구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독일과 잉글랜드 축구구단의 내실있는 운영**
딜로이트 앤드 투시의 보고서는 "잉글랜드가 유럽프로축구시장의 약 25%, 이탈리아는 약16%, 독일과 스페인은 약 15%, 프랑스는 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유럽의 '빅 파이브(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리그가 유럽전체 프로축구관련수익의 79%인 1백15억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주요수익원은 TV중계권료, 광고, 입장수입이고 최근에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중요시 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러나 "몇몇 구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단들은 적자상태"라고 밝혔다.
IHT는 보고서를 토대로 유럽프로축구팀 수익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TV중계권료가 방송사들의 도산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스페인-이탈리아와 독일-잉글랜드가 재정상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게 된 원인을 분석했다.
IHT는 "2002년 이탈리아는 TV중계권 수익이 폭락하면서 2주동안 리그개막을 연기해야 했고 올해는 스페인이 비슷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IHT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 라치오 등 빚더미에 올라앉은 팀들은 지금도 유망선수 스카우트에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독일의 분데스리가는 회계규정과 재무운영체제가 엄격한 곳이라서 키르히 TV의 몰락이후에도 비교적 탄탄한 구단운영을 할 수 있었고 8천만명가량의 독일인구가 커다란 스폰서십 시장을 형성해 침체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 역시 1990년대 경기장현대화를 통해 좀더 많은 관중을 끌어들이고 관중 1인당 지출을 늘리는 고도의 스타디움 마케팅과 공격적인 광고유치로 TV 중계권료 일변도의 구단수익비중을 줄여나간 게 위기를 벗어나는 요인이 됐다.
***국내프로축구, 외형적 성장에 내실 더했으면**
잉글랜드와 독일의 축구구단운영사례는 국내프로축구리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에서는 잉글랜드와 독일의 경제수준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축구구단 운영사례는 의미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TV중계권료 하락의 위기를 버텨낸 그들의 운영 노하우 측면에서는 분명 배울 점이 있다.
월드컵이후 국내프로축구는 외형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다. 먼저 세계적 수준의 월드컵경기장을 몇몇 팀들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됐으며 대구 FC의 창단, 광주상무의 K리그 참가에 이어 인천,서울에 구단창단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을 비롯한 프로선수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그라운드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런 외형적 토대위에서 프로축구구단들에게 요구되는 건 치밀한 마케팅전략이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구단운영에서 볼 수 있듯이 끊임없는 노력없이는 경기성적과 스타급 선수들의 인기만으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축구구단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민구단이 창단러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구단으로선 주먹구구식의 막연한 생각은 버리고 선진적인 스타디움 마케팅, 갖가지 광고상품 개발, 스폰서십 유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프로축구구단의 안정된 재정상태가 외형적으로 튼튼한 뼈대를 갖춰가고 있는 프로축구발전에 힘을 싣어 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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