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이 28일 오전 4시를 기해 일제히 총파업에 돌입하자 정부는 오전 5시경부터 경찰력을 투입해 노조원 연행 및 해산 작전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래 처음으로,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변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파업에 첫 공권력 투입**
공권력 투입은 전국에서 동시에 단행됐다.
서울의 경우 경찰이 오전 6시50분경 철도노조원 3천5백여명이 철야농성중이던 연세대학교에 경찰 45개 중대 5천4백여명을 전격 투입, 7백여명을 연행했다.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파업을 벌이던 철도노조원들은 학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경찰 병력이 투입된다는 소식이 돌자 오전 6시30분께 동문쪽으로 이동해 탈출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막혀 다시 북문으로 이동하다 경찰에 가로막혔고 정문에서도 경찰이 투입되면서 이들은 북문 근처 도로에서 고립됐다. 대다수 노조원들이 순순히 연행에 응했고 이 바람에 농성은 물리적 충돌 없이 경찰 투입 1시간여만인 오전 8시께 끝났다.
경찰에 연행된 7백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노조원들은 학교 뒷편 무악산으로 도망쳤다. 노조 지도부는 농성이 해산된 후에도 파업 강행 입장을 재차 밝히고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다시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날 오전 5시경 철도노조원 9백여명이 철야농성을 진행중인 경북 영주 철도운동장에 23개 중대 2천5백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 1백여명의 철도노조원을 연행했다.
또 전남 조선대에서 철야농성중이던 철도노조원 2백80여명도 공권력 투입 소식이 전해지자 미리 준비해둔 버스로 서울 농성장으로 옮기려 했으나, 경찰이 상경을 저지하고 노조원들을 연행했다.
***철도파업 노-정,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사실 철도노조의 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것은 27일 밤부터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실제 공권력 투입 현장에서도 경찰이 투입될 것이라는 정보에 노조 지도부와 대다수의 노조원들은 공권력 투입전에 농성장을 빠져나갔다.
한마디로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서 노-정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와 같았다. 노조가 28일 파업을 예고했음에도 노-정간의 협상은 25일 이후에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철도노조의 요구하는 철도구조개혁법의 입법 연기와 고속철도 부채 정부인수, 공무원 연금승계를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고, 철도의 파업이 쟁의조정기간을 거치지 않은 등 명백한 불법으로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처음부터 초 강경 자세를 견지해왔다.
정부의 이러한 강수는 경찰력의 투입 시간에서도 알 수 있다. 경찰은 미리 대기한 상태에서 오전 4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1시간여 뒤인 오전 5시경부터 경찰력을 투입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대화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입장과 지난 조흥은행의 파업에도 공권력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협상을 끌어낸 전력을 두고 봤을 때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신속한 공권력 투입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변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동정국 급랭할 듯**
민주노총은 공권력이 투입되자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김대중 전대통령은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7개월만에 만도기계 파업에 경찰을 투입했다”라며 “이에 비해 노무현 정권은 날마다 두세 차례씩 입으로만 노동정책을 바꾸겠다고 했을 뿐, 실제로는 김대중 정권보다도 훨씬 노동분야 개혁정책의 바닥을 드러내고 조종을 울리려 한다”고 공권력 투입을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또 “노무현 정권이 스스로 노동정책의 조종을 울린다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결단의 순간을 담담하게 인정하고 노무현 정권에 대한 모든 태도를 재점검할 것”이라며 “7월 금속, 화학, 병원 등 본격화될 임단협 투쟁과 화물연대 투쟁, 8월 이후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천환규 철도노조 위원장 등은 전날 낮 12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투쟁계획을 밝힐 계획이며,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한편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교통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철도 운행의 핵심요원인 기관사와 승무원들이 대거 참여해 교통 운송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역과 부산역 등 전국 각역에는 운행이 취소되는 열차편이 속출하고 있고, 분당선 등의 철도청 운행 지하철 구간도 파행운행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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