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새만금사업 반대운동(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새만금사업 반대운동(3)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22>

농림부는 서울대 박승우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강에서 흘러온 염류가 쌓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 황하(黃河)가 운반하는 황토(黃土)가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을 만든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중문과 출신이 듣기에 이것은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황하는 이미 강의 기능을 잃어버렸다. 옛날의 황하가 아니다.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황하는 이미 1970년대 초기부터 산동성 지역에서 흐름이 끊어졌으며, 이런 현상이 18번 발생했다. 황해로 흘러드는 하구에서 6백83㎞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과 하구 사이에 황하의 흐름이 끊어지는 일수는 1995년 이미 1백22일에 달했다. 그 후로도 그 일수는 늘어나고 있다. 예측에 의하면, 이 고갈 일수는 2010년 200일, 2020년 3백66일이나 된다고 한다. 사태의 진행은 빠르다. 황하가 바다에 이르지 않는 일수는 1997년 이미 2백82일에 달했다. 중국인에게 어머니의 강인 황하는 결국 바다에 이르지 못하는 내륙 하천으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나는 5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갯벌연수에 참가했다. 우리는 이정전 교수와 최열 사무총장의 강연을 들은 뒤 강화갯벌과 순천만갯벌을 구경했다. 전북 부안군 썬리치랜드에 도착한 시각은 5월 10일 새벽 0시 30분이었다.

오전 9시, 유종근 전북도지사가 도착했다. 그는 우리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20분 동안 새만금사업을 지속 추진해야 한다고 강연했다.

그는 “환경단체가 민관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했고, 모든 환경오염 대책이 충분히 제시되었는데 왜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강구해도 농업용수 수질목표 4급수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어요. 아니, 수질보전은 환경부의 책임인데 그냥 불가능하다고 말하다니, 이건 직무유기 아닙니까.”

전북은 산업단지를 주장한다. 그러나 새만금지역 바로 위에 있는 군장산업단지 입주율은 10% 밖에 안 된다. 그는 “군장산업단지는 아직 입주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논할 수 없다”며 비켜갔다.

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최열 사무총장은 ‘도지사는 유한하지만 갯벌은 무한하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이 말에 대해 논평해주시죠.”

그는 잠시 웃음 짓고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도지사는 분명 유한합니다. (하지만) 최열 총장도 유한합니다. 갯벌은 유한할 수도 무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새만금 간척지를 직접 눈으로 살펴보고, 점심을 먹은 뒤 썬리치랜드로 돌아왔다.

오후 2시, 현장토론에 참가한 발제자는 표희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경제학연구원, 문경민 새전북신문 정치부장, 고영조 부안군의회 의원이었다.

표희동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새만금사업이 아무리 경제성 없는 사업이라도 전북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앙정부에서 계속 돈이 굴러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고영조 의원은 이렇게 밝혔다.

“전북의 언론들은 새만금사업을 하지 않으면 전북이 망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북이 농토가 없어서 지금까지 낙후되었습니까. 이것은 말도 안 됩니다. 전북 사람들은 막연한 개발욕구 때문에 찬성하고 있어요. 만약 새만금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그냥 전북에 주고 새만금사업 안 하겠다고 하면 전북 사람들은 다 찬성할 겁니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본질을 제대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새만금리포트’를 쓴 문경민 새전북신문 정치부장은 “새만금사업이 한국 간척역사의 종착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만금사업은 추진할 가능성이 백지화될 가능성보다 높습니다. 정치권은 NGO의 정치영향력 확장을 원하지 않습니다. 관료들도 새만금사업을 계속 하는 동력입니다. 관료 입장에서 보면, 새만금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행정 책임과 보상금 문제 등 더 많은 피해가 옵니다.”

“정부에게 최상의 선택은 방조제는 그대로 가고 내부이용은 다음으로 돌린다는 것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수많은 반발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 결론은 그렇게 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새만금 상황으로 얻은 것도 많습니다. 갯벌ㆍ환경에 대한 논의가 일었습니다. 그러나 잃은 것은 수많은 학자들의 논문, 즉 과학이 정치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하나인데 이것조차 부처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중요한 판단을 할 때 누구도 믿지 못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3월 26일부터 4월 29일까지 국무조정실과 ‘새만금 공개토론회’를 열 것을 협의했다. 그리고 공개토론회 결과와 관계부처 검토내용을 토대로 평가회의를 하고, 평가회의 위원 중 4명이 4인 소위원회를 구성, 회의결과를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새만금공개토론회는 5월 7, 10, 11일 열렸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잠시 하나 집고 넘어갈 것이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갯벌을 농지로 간척하면 오히려 철새들이 더 많이 날아온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국조류학회는 잘못된 생각으로 보고 있다. 간척농지에 철새가 많이 날아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오리류다. 오리류는 바다와 민물지역을 번갈아가며 산다. 즉 인공호수가 생기더라도 새로운 철새도래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새만금갯벌은 도요ㆍ물떼새류가 20만 마리 찾아오는 곳이다. 이들은 갯벌에서 산다. 간척하면 이들을 잃어버린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 즉 새만금간척사업은 종 다양성을 훼손하며, 람사협약 위반이다. 한국조류학회는 이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철새문제만 나오면 한 사람을 잊을 수 없다. 바로 경희대 생물학과 윤무부 교수. TV에 자주 나와 일반인들은 그가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2000년 12월 4일 서울대 호암관에서 열린 ‘경인운하 환경문제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다.

“경인운하를 건설하면 주변 철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는데요, 재두루미는 통일전망대 부근에 2백마리 서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99%가 오리류(청둥오리, 흰죽지오리 등)인데, 여러분 오리탕 아시죠? 네, 바로 그 오리입니다. 이것들은 생명력이 강해서 도로소음에 다 적응했습니다. 또 서식지가 없어지더라도 다 시베리아로 날아가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재두루미의 주요 먹이인 갯지렁이와 망둥어는 시화호에서 한 달간 장마가 지나가도 죽은 것을 못 봤어요. 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합니다.”

이 사람은 지금도 TV에서 새를 사랑하는 학자로 나오고 있다.

새만금사업 평가회의는 5월 14일 오전 11시 17분부터 오후 3시 6분까지 있었다. 당시 속기록을 보면 충북대 농업경제학과 성진근 교수가 웃기는 소리를 많이 했다.

“이번에 토론회 보니까 ‘그래 놓고 다시 전라북도가 말하는 무슨 종합산업단지 쓸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러면 어떠냐고요. 저는 일부라도 떼어서 전북 도민들이 서해안 시대를 대비해서 산업용지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물 썩는다. 수질학자들 모두 인정하는 것이다.

“인류가 살아오면서 꼭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키워서 먹습니다. 그렇지요? 불필요한 게 있을 거에요. 경제학적으로 보면 수억개가 있는데, 수억개가 다 인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OK. 그런데 그렇지 않고 자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인구는 늘어가니까 어떻든 그 자연을 우리에게 맞게끔 자꾸 개발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역사라고요.”

그러자 서울대 물리학과 장회익 교수가 이렇게 반박했다.

“예, 그것은 20세기까지 발전이라고 봅니다.”

성진근 교수의 다음 발언이 진짜 골 때린다.

“제가 말씀 하나 올리겠습니다. 서투른 짓은 하지 말자고 하는데, 결국은 결단의 문제입니다. everybody happy한 정책은 있을 수가 없잖습니까?”

그렇다. 모두가 행복한 정책은 있을 수 없다. 핸드폰 요금을 강제로 인하(引下)하는 조치를 취하면 이동통신회사가 불행해진다. 사채업자를 모두 구속하면 사채업자가 불행해진다. 조직폭력배를 무조건 사형시키는 법을 제정하면 조직폭력배가 불행해진다.

새만금사업을 막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은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5월 24일 벌인 ‘새만금살리기 3보1배(三步一拜)’였다. 이 두 명은 3번 걷고 1번 땅 바닥에 온 몸을 엎드려 절하며 명동성당에서 청와대까지 가려 했다. 그러나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투경찰 벽에 막혀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정부는 2001년 5월 25일 새만금사업 강행을 공식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6월 4일부터 일주일간 폐업했다. 새만금연대의 비난성명도 소용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0월 13일 전주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유종근 전북도지사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새만금사업을 재개해 참으로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2001년 12월 12일, 강문규 지속가능위 위원장은 외교안보연구원에서 “농림부는 이미 식량증산정책을 포기한 상황에서 새만금사업을 강행했다”며 “이 사건에서 지속가능위의 국가정책에 대한 조정역할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