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새만금사업 반대운동(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새만금사업 반대운동(2)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21>

정부의 새만금사업 강행발표 시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꼈다. 환경ㆍ사회ㆍ종교계 인사들은 3월 19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약칭 새만금연대)를 공식 발족했다. 그리고 릴레이 단식농성과 릴레이 1인 시위에 들어갔다. 20일 첫 번째 1인 시위 주자는 수경 스님이었다. 나는 오전 11시 50분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갯벌팀장이 운전하는 경유승용차에 같이 탔다. 수경 스님은 앞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수경스님에게 물었다.

“옛날과 달리 요즘 스님들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는 모양이죠?”

“중들은 공기 맑고 물 깨끗한 곳에서 살기 때문에 아직도 잘 몰라. 그래서 내가 적극 끌어들이고 있지.”

12시부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시간 동안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수경 스님이 피켓을 들고 있었고, 현장미술가 최병수씨가 자신이 직접 만든 솟대를 가지고 왔다. 순간 전경 1개 소대가 몰려들었다.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병수씨는 솟대를 품에 안은 채 전경들과 싸웠다. 그 때 일간지 사진기자들이 도착해 사진을 찍어댔다. 장지영씨가 책임자와 이야기 했다. 책임자는 솟대를 옆에 두더라도 한 명만 시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최병수씨가 물러나왔고, 1인 시위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간사들은 19일 환경운동연합 마당에 천막을 설치했다. 이곳이 농성장이었다. 새만금연대는 19일 “새만금간척사업을 강행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민주당 김중권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무 소식이 없었다. 문규현, 수경 상임대표를 비롯,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간사 20명은 21일 오후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다시 면담을 요청했다.

경찰이 1개 소대를 투입해 이들을 막았다.

이들은 구호를 외쳤다.

“갯벌을 팔아먹는 민주당은 물러가라.”

“국민예산 탕진하는 새만금간척 중단하라.”

목소리가 커지며 즉석시위로 돌변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이렇게 소리쳤다.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여당이 무슨 놈의 새천년민주당이야!”

나는 지금도 똑똑히 기억한다. 시위대를 막고 있던 책임자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민주당사 앞에서 무슨 놈의 시위야! 시위금지구역이라는 거 몰라!”

1개 중대가 들어왔다. 전경들이 방패와 힘으로 시위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이들과 맞섰다. 문규현 신부는 전경들을 때리려고 했다. 고함과 힘겨루기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나는 21일 밤 농성장을 방문했다. 농성장은 새만금갯벌 특산품인 망둥어, 농게, 백합 등을 상징하는 솟대로 꾸며져 있었다.

수경 스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늘 우리와 싸운 경찰들이 새만금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겠어? 때에 따라서는 이런 몸싸움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종교계는 단순한 지역현안을 넘어서 정부가 생태지향적 환경정책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운동을 해야 해. 오늘 이건 아니야.”

문규현 신부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경 스님이 한 마디 던졌다.

“아니, 이건 웬 땡신부야?”

다음날 사건이 벌어졌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약칭 지속가능위)는 3월 2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속가능위는 “새만금사업이 미칠 환경영향과 경제성이 사회 합의를 이루기에 미흡하며, 민관공동조사단 자체는 물론 정부 부처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분명하므로, 이 사업과 관련한 모는 각계가 참여하는 한시적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그 전에는 사업추진 결정을 유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22일 당일 즉각 지속가능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안병우 국무조정실장은 “4월 15일까지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며 “사업 반대의견을 충분히 듣겠지만 사업 자체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세 번째 강행발표 연기다.

나는 3월 28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회장실에서 강문규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과 1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새만금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농림부가 하는 짓이 너무나 고약해요. 우리가 기자회견 하니까 농림부는 우리한테 ‘새만금 관련 지속가능위 견해에 대한 검토의견’을 보냈는데, 결론도 내지 못한 민관공동조사단 보고서를 근거로 지속가능위 의견을 반박했어요. 게다가 이틀 뒤에는 농림국장이 TV에 나와서 ‘지속가능위에는 전문가가 없다’는 망발까지 했어요. 농림부야말로 갯벌에 대해 압니까. 참으로 아연실색할 노릇이에요. 농림부는 간척하더라도 다시 갯벌이 생긴다고 주장하는데, 원래 갯벌의 6% 면적에 불과한 죽벌(갯벌생물이 살기 어려운 죽은 갯벌)이 생기는 것을 정말 모릅니까. 우리는 여러 입장을 검토했고, 환경부의 수질예측자료가 가장 신빙성 있는 자료라고 결론지었어요. 이 자료는 간척하면 새만금 담수호 수질이 농업용수가 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주고 있잖아요. 보상도 실제 어민이 아닌 양식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러면서 복합단지, 비행장, 농토 이런 여러 가지 말로 지역민을 선동하고 있어요. 농토가 되더라도 지역어민은 거의 농토로 바뀐 혜택을 얻지 못합니다. 전라북도가 관제시위로 여론을 조작하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이 현안은 정부 부처나 시민단체 편에 서지 않는 비당사자들로 다시 조사단을 꾸려서 1년 동안 더 신중히 검토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결론을 내야 한다고 봅니다.”

“새만금사업에 대해 대통령께 자문하셨지요?”

“총리실은 3월 31일 사업 강행발표를 할 예정이었어요. 지속가능위는 모순이 많은 이 사업을 성급하게 강행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고, 21일 대통령한테 5분간 구두로 건의하고 22일 기자회견을 한 겁니다.”

“그 때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우리가 예전에 몰랐던 갯벌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연구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민관공동조사단도 사업 지속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리다. 이렇게 말했죠. 또 이 시점에서 단지 10년간 투자한 1조2천억원이 아까워서 사업을 강행하면 대통령의 실정으로 남을 것이다. 이렇게 자문했어요.”

“그러니까 대통령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냥 ‘알았다’ 하고 고개 끄덕였죠.”

“대통령이 다른 말은 안 했습니까?”

“(갑자기 화를 내며) 아니, 대통령 자문이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뭐 별다른 게 있는 줄 압니까?”

“다른 뒷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원래 우리가 작성한 ‘대통령 건의사항’ 마지막 문장은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사회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정책방향을 자문할 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 줄 것을 건의합니다’였어요. 그런데 총리실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서 ‘주관’을 ‘참여’로 고쳤어요. 기자회견을 마치니까 청와대 복지수석이 나한테 안병우 국무조정실장과 오찬할 것을 주선했고, 26일 12시로 약속했었어요. 하지만 이 날 개각발표로 국무조정실장이 바뀌는 바람에 취소되었죠.”

김대중 정부는 3월 26일 개각을 단행했다. 이 때 안병우 국무조정실장과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그만 두었고, 새 국무조정실장으로 나승포씨가 들어왔다.

새 국무조정실장이 들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사업 강행 발표를 할 수는 없었다. 결국 4월 15일 하려던 공식발표는 5월로 미뤄졌다. 이것이 네 번째 강행발표 연기이며, 마지막 연기이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