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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사업 반대운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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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사업 반대운동(1)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20>

***새만금사업 반대운동**

‘새만금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전북사람들’은 2000년 9월 4일 세종문화회관 분수대에서 ‘새만금사업 강행음모 정부 규탄대회’를 가졌다. 계화도 어민들이 주축을 이룬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인 어민들을 다 죽이고 있다며 울분을 터트렸고, 국무총리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2백m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 행진했다. 그러나 1백m도 갈 수 없었다. 전투경찰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벽을 만들었고, 살벌한 싸움이 벌어졌다. 문정현 신부는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전경들과 열심히 싸웠다.

내가 대학 다닐 때 어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국가는 폭력집단이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과공해연구회, 풀꽃세상을위한모임, 새만금사업즉각중단을위한전북사람들, 지리산살리기댐백지화범불교연대는 10월 16일부터 33일간 조계사에서 새만금사업 반대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33일로 잡은 까닭은 새만금사업을 강행하려는 정부에게 33인 독립운동가 심정으로, 33㎞ 새만금방조제를 하루 1㎞씩 걷어내는 마음으로 농성에 임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새만금사업즉각중단을위한전북사람들은 9월초부터 한 달 간 전주농성을 했었다.

환경단체가 33일 밤샘농성을 하는 동안 각계각층의 농성 지지와 새만금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이 나왔다. 농민단체는 이 사업이 정부의 실패한 농업정책을 무마하려는 행위로 규정했다. 인권단체들은 무분별한 발전논리로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민주노총, 여성단체연합, 의료계, 대학생, 청소년모임, 전교조 등 새만금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이 계속 늘어났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초등학생들에게 새만금사업 홍보책자를 배포하고, 전북교육청을 동원해 사업추진 서명작업을 했다. 전교조와 ‘환경을생각하는교사모임’은 “관권 동원을 통한 일부 정부부처의 새만금사업 강행음모와 전북도지사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사업 강행방침, 전라북도 교육청의 새만금사업 강행을 위한 서명 협조 공문, 농업기반공사의 교육기관을 통한 홍보물 배포 등 아직도 정치논리로 이용하는 교육현실을 개탄한다”며 ‘새만금갯벌 살리기 공동수업’을 실시했다.

천주교, 불교, 원불교, 기독교 4개 종단 종교인 2000여명은 11월 14일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새만금 백지화를 위한 종교인 2천인 생명평화선언’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새만금사업은 갯벌과 생명체 및 공동체를 파괴하는 반환경ㆍ반생명 폭력사건”이라 규정했다.

이 자리에 월드워치연구소(THE WORLD WATCH INSTITUTE) 레스터 브라운 회장도 있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녹색댐을 잃어버린 장강에 홍수가 난 뒤 주룽지 총리는 ‘서 있는 나무가 잘린 것보다 3배 가치 있다’고 말했고, 미국은 주민들이 벌목회사에 취직해 지역경제를 살리기보다 나무를 살려 생태관광으로 경제를 살리는 추세입니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돈을 들였으니 공사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기합리화일 뿐이고,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어떤 이들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내세우며 새만금간척의 불가피성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해양어족을 보존해야 합니다. 한국정부가 냉정히 판단한다면 새만금간척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11월말부터 2001년 새만금사업 예산책정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예산책정을 강행하려는 새천년민주당 사이에 바쁜 움직임이 오갔다. 국회의원 중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은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정치인이었다. 그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 위원 50명 중 26명의 서명을 받아 12월 19일 국회의장에게 ‘새만금사업 보류와 예산책정 중지 건의문’을 전달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비롯, 12월 19일부터 25일까지 조계사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새만금 예산중단 촉구를 위한 환경․사회단체․종교인 단식농성단’ 8명은 20일 장재식(새천년민주당) 예결위원장에게 ‘새만금간척사업 보류 촉구 건의안’을 전달했다. 최열 사무총장이 국회로 찾아가 장재식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했는데, 장 위원장은 “알았다”며 무표정하게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국회는 12월 26일 61억원만 삭감한 1073억원을 2001년 새만금사업 예산으로 확정했다.

2001년 1월부터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가 언제 사업 강행을 발표할지 긴장하고 있었다. 문화일보는 1월 6일자 신문에 “정부는 새만금간척사업을 다시 추진키로 내부방침을 정했으며, 20일쯤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12개 관계부처 장관들이 참석하는 물관리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최종 확정, 발표할 방침”이라는 내용의 ‘새만금간척 다시 추진’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1월 10일자에서는 “현재까지 사업추진여부 등에 확정된 바가 전혀 없으며 관계장관회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최종결정을 내리는 데 앞으로 최소한 1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내용의 ‘새만금간척 결론 지연’ 기사를 실었다. 이것이 첫 번째 강행발표 지연이다.

정부는 2월 21일 ‘새만금사업 강행’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2월 11일 ‘시화호 담수화 포기’를 발표한 것이다. 시화호에 대한 국민 비난여론이 새만금사업 반대여론으로 커지자, 총리실은 새만금사업 강행여부 공식발표를 3월말로 연기했다. 이것이 두 번째 강행발표 연기다.

임삼진 녹색연합 사무처장과 문규현 신부 등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준비위원회(약칭 새만금연대 준비위)’ 인사들은 2월 13일 김명자 환경부장관과 면담했다. 당시 나도 과천정부종합청사에 있었다. 면담이 끝나고 내가 임삼진 사무처장에게 물었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반대입장을 환경부가 공식적으로 밝혀달라고 요구하니까 김명자 장관이 뭐라고 하던가요?”

“‘그러면 저 장관 그만 둬야 하는 데요’라고 말하던데!”

2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와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새만금사업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벌어졌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공사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무위는 달랐다.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수질과 갯벌 문제의 보완방법을 마련하라는 총리실의 지시(2000. 12. 23 차관회의)는 곧 이 사업을 강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 추궁했다.

같은 당의 김부겸 의원은 “새만금사업을 강행할 경우 ‘제2의 시화호’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고, 역시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정부가 사업강행을 염두에 두고 밀실행정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태완 민주당 의원도 “시화호보다 5배 정도 양호한 수질은 과연 몇 급수냐”며 “일부 환경단체는 4급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수질문제를 따졌다.

이에 대해 안병우 국무조정실장은 “갯벌과 수질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추가 검토작업을 벌인 뒤 3월말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3월말 사업 강행 여부 발표가 다가오자 해양수산부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발표했다. 새만금연대 준비위는 3월 2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해양수산부가 총리실에 제출한 새만금사업 검토의견 공개, 검토의견 공개를 거부하는 총리실과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어떤 기자가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에게 물었다.

“그 문건을 어디에서 입수했습니까?”

“에……여러분도 잘 아시겠습니다만 취재원을 보호하는 것은 기본의무입니다. 따라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갯벌가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평가기법의 발전추세를 볼 때 앞으로 그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해양생태계 보고(寶庫)인 새만금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간척사업의 추가건설 유보를 요청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축조된 방조제는 임시 보강공사(약 30억원) 또는 반영구적 보강공사(약 1천억원)로 현 상태 유지가 가능하다.

이것이 해양수산부 주장이었다.

환경부의 입장발표도 해양수산부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한겨레신문 3월 5일자 기사로 발표했다. 그 기사 두 번째 문단은 이러 했다.

한겨레가 4일 입수한 환경부의 총리실 제출 보고서 ‘새만금호 수질보전분야 검토결과’(2000년 12월)와 ‘새만금호 수질보전대책 수질 추가예측 결과’(2001년 2월)를 보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거나 재원조달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대책까지 두루 적용해도 만경수역의 총 인 농도는 5급수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정부가 궁지에 몰렸다. 아무도 가능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새만금사업 백지화’가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국무총리실은 말만 조금 바꿔 강행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른바 ‘조삼모사(朝三暮四)’ 수법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3월 5일 먼저 동진강을 개발하고, 만경강 지역은 수질개선상태를 봐서 추후 개발하겠다는 내용의 ‘분리개발안’으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새만금사업 끝까지 하겠다는 이야기다.

또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이 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사직을 걸고 새만금사업 중단을 기도하는 어떤 음모에도 과감히 맞서겠다”고 발언했다.

이한동 국무총리는 3월 8일 경기도 수원 농촌진흥청을 방문,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9% 정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으로 생기는 농토는 여의도의 1백40배에 달합니다. 새만금사업에 대해 정부 부처에서도 찬반양론이 팽팽하지만, 한국 농업의 미래와 농토조성 및 주곡생산을 위해서는 다른 것 따질 이유 없이 새만금사업을 추진해야 합니다.”

녹색연합 남호근 부장은 “국무총리로 함량 미달인 발언”이라며 “국무총리는 다른 모든 것을 차분히 따져 신중한 판단을 하라”고 논평했다.

천주교․불교․원불교․기독교 관계자 200명은 3월 14일 조계사에서 ‘새만금갯벌 생명살리기 범종교인 기도회’를 가졌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도지사직을 걸고 간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며 “도지사직은 유한하지만 갯벌은 무한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아름다운 살인’. 이게 말이 됩니까? 새만금간척은 아름다운 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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