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돈이 문제다**
그런데 이런 환경부의 수질예측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있다. 세민환경연구소 홍욱희 소장이다. 그는 이렇게 주장한다.
“처음 민관공동조사단이 활동에 착수했을 때 농업기반공사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작성해서 조사단에 제출한 보고서는 새만금호가 2012년 완공될 경우 농업용수 수질을 기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런 수질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환경부는 향후 5년간 무려 1조7천억원을 투자해서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 일대에 환경기초시설을 완비하겠다는 의견을 민관합동조사단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런데 새만금사업 강행여부 결정이 민관합동조사단에서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수질개선기획단으로 넘어간 뒤 환경부는 2000년 12월 ‘새만금호 수질 총 인 기준 4급수 달성 불가’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국무총리실에 제출했다. 환경부는 그동안 산하 국립환경연구원이 농림부와 전라북도,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이 제안했던 시나리오에 따라 새만금호 수질을 분석한 결과 어떤 수질오염 방지대책을 시행해도 농업용수 수질로도 맞출 수 없다고 지적하며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은 환경부에 즉각 보완해서 다시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국립환경연구원이 수행한 새만금호 수질 예측 방법은 이른바 수질모델링 기법이라고 하는,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수질을 예측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호수의 규모와 형태를 미리 정해놓고 상류에서 유입하는 오염물질 양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수질 예측치를 계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델링 기법은 프로그램 자체가 미국에서 개발된 것이어서 우리나라 실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는다. 새만금호 같은 거대 호수는 무조건 상류에 환경기초설비를 많이 설치한다고 해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전적으로 나 같은 호수 수질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새만금호는 앞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수’라는 것이다.”
홍욱희 박사는 환경부의 어두운 면을 잘 지적하고 있다. 환경기초시설을 일단 짓고 보자는 환경부. 조금이라도 예산을 타내기 위해 정말 올바른 환경보전정책에서 벗어나는 환경부.
국립환경연구원의 수질예측기법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은 내가 아직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새만금호는 앞으로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수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노력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조홍섭 부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현재까지 확정된 4대강 대책에 필요한 하수처리시설 건설비 중 2005년까지 부족분은 2조5천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우리나라 수질문제의 최고 우선과제인 4대강 식수원보다 농업용수인 새만금에 우선순위를 높여 투자가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역시 돈이 문제다. 이 시점에서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 교수의 지적을 음미하자.
“수질에 관해 걱정 없다고 하는 일부 사람들은 축산기술, 과학기술을 이용해서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기술로 수질오염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자본주의사회에서 돈과 관계없는 것은 잘 안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기술로 수질오염을 해결한 적이 있습니까.”
***돈 받고 양심을 파는 학문쟁이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환경문제에 그다지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노동운동가들과 반체제인사, 또는 학생운동가는 환경운동을 ‘군사독재정권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일부 인사가 채택할 수 있는 수정주의 노선 중 하나’로 보기도 했다. 나는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환경운동가들이 이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환경단체와 종교단체가 새만금갯벌 간척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갯벌을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단순하면서도 숭고한 정신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갯벌 그만 죽여라”라고 주장하면, 지금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세운 것이 “간척하면 시화호처럼 물이 썩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야만의 시대다. 아무리 자연환경을 파괴하더라도 경제성 있는 사업이면, 노골적으로 말해 돈 많이 벌 수 있으면 강행한다.
이 시점에서 왜 자본주의가 지구를 파괴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숲 하나 없애버려도 건설회사는 아파트를 지어 돈을 벌 수 있다. 천혜의 자연유산을 파괴하는 댐을 지어도 건설회사는 돈을 벌 수 있다. 갯벌 없애버려도 건설회사는 돈을 벌 수 있다. 산에 터널을 뚫고 마을을 완전히 작살내버려도 건설회사는 돈을 벌 수 있다. 건설경기가 올라가는 만큼 GNP는 늘어난다. 또 특정한 건설사업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조직(공사, 公社)은 반드시 자기가 맡은 일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으며, 곧 구조조정 당한다.
자본주의는 정말 잔인하다. 모든 가치를 돈으로 따진다. 숫자로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여기에 정부와 특정 세력에 아부하는 학자들이 존재한다.
인격과 지식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 새만금 사건은 정부와 특정 세력에 빌붙어 자신의 지식을 팔아먹는 학자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지 잘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 중 새만금사업을 적극 찬성하며 온갖 찬성논리를 개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새만금사업이 ‘경제성 있는 사업’이라는 논리를 개발하기 위해 자신의 학문을 팔아먹었다. 경제학에서는 경제성을 ‘편익/비용’이 1 이상이냐, 아니면 1이 안되느냐로 판단한다는 이야기를 이미 앞에서 했다.
농업기반공사의 주장은 이렇다.
“조사위원들의 개별견해를 반영해 시나리오 10개를 분석한 결과 ‘편익/비용’은 1.25~3.81로 모두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 교수는 0.22~0.29로 경제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것은 소수의견이어서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10개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별 차이도 없고, 경제성이 있다는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헛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업은 경제성 하나만 따져도 엉터리사업이며, 우리나라 경제학계는 이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나는 고난도 사기술(詐欺術)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이정전 교수는 2001년 5월 8일 한국언론재단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저는 경제학자이고, 주로 경제성 편익과 비용분석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제 제자 중에는 정부 연구기관이나 주요 부처 요직으로 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개발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논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지금 여러분에게 고난도 사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정말 그렇다. 경제성 분석이라는 것은 학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기 칠 수 있는 학문 분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새만금사업 경제성분석이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은 이미 1988년 새만금사업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내놓았다. 결론은 이렇다.
“간척한 땅을 농지로 개발하면 경제성 없다. 절반을 농지로, 절반을 공업용지로 개발하면 경제성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당시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이 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2가지 가정을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렇다.
①갯벌상실로 인한 경제적 불이익이 없다고 본다.
②수질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도 더 필요하다.
이것만 보아도 새만금사업이 경제성 없는, 즉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 중 새만금사업 강행을 위해 헌신한 경제성 분석 학자들은 이 연구결과를 완전히 무시하고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 연구결과를 받아들이면 어느 술수를 써도 경제성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이 이 연구를 수행할 때 분석한 편익은 7개였다. 그런데 이들은 14개로 부풀렸다. 그 편익 항목은 다음과 같다.
①국토 확장효과
②식량 안보가치
③논의 공익가치
④육운(陸運)개선과 관광효과
⑤수질개선 효과
⑥간척지 농업효과
⑦고군산도 지가상승
⑧호수 조성에 의한 댐 건설비 절감
⑨홍수피해 방지효과
⑩해일 방지효과
⑪새로운 갯벌 형성
⑫방조제의 인공어초효과
⑬수산물 가치
⑭갯벌 가치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틀린 말이 없는 것 같은데, 사실은 너무나 허황하고 큰 거짓말이어서 눈치 못 채고 있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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