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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참여정부 도덕성 높이는 계기로 삼아주길”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글>참여연대 릴레이서한(4)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공직자의 주식 보유와 관련 “현행 ‘공직자 윤리법’이나 ‘공무원의 청렴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에는 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규제조항이 없다”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참여연대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 최종찬 건교부 장관, 이정재 금감위원장 등이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주식 보유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어떤 기업의 주식이냐가 문제”라면서 “오로지 공직자 개인의 윤리의식과 도덕심에 호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며, 최선의 방법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최근들어 미국에서도 공직자들의 주식투자 혹은 펀드가입 등 주식과 관련된 재테크 문제 때문에 공직 윤리에 있어 이익충돌의 문제가 새로운 윤리적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면서 "보유한 주식으로 인한 이해충돌의 발생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따라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공직자들이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 ; 일명 백지위임신탁)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제부터는 부패통제의 사전예방적 기제를 마련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며 “공직자의 의무와 개인의 이해관계라는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관계장관이나 기관에 지시를 내리거나 이 문제에 대통령이 관심을 표명하는 일만으로도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높이는 계가가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참여연대는 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6일째 정통부 앞에서 벌이고 있다.

다음은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정책사업단장 강성남 교수(방송통신대 행정학과)가 쓴 편지 전문이다. 편집자

***'이해충돌 회피' 대통령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산적한 국정현안들을 처리하시느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지요? 정치, 외교, 안보, 경제, 사회 등 국정분야마다 해결을 요하는 많은 문제들 때문에 노심초사하시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의 따스한 관심과 격려 및 지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성원과 칭찬보다는 질타와 추궁이 앞서는 고난의 자리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가 오늘의 대통령께 물려 준 무거운 짐이지만 이를 묵묵히 덜어내길 바라는 염원이 노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의 함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참여정부 50일을 맞아 출연했던 방송 토론회를 보면서 인상에 남았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최근 대통령 측근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해 한 패널이 대통령의 견해를 묻자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이런저런 오해가 있을 듯 싶어 답변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입니다. 언론은 대통령과의 직ㆍ간접적인 연루 의혹을 제기하고, 더 나아가 현 정부 및 대통령의 도덕성까지 의심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할말이 없었겠습니까. 설령 제기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일지라도 나름대로 해명하고 싶은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통령께서는 거듭되는 질문에 같은 취지의 답변으로 이를 피해갔습니다. 과거 권력자들의 잘못이 빚어 낸 한국적 현실이라고 말 할 수도 있으나 대통령의 이같은 태도는 백번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최고 인사권자로서 실질적으로 검찰을 통제할 수 있는 대통령의 말한마디가 검찰수사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피의자는 노 대통령께서 동지라고까지 표현한 측근 중의 측근이며 대통령 자신도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뭐라하든 검찰은 법과 양심에 따라 소신껏 수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만의 하나라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압력으로 느껴질까 봐 검찰의 기소전까지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논리적으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면 검찰의 지휘자로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면서 동시에 수사대상이 되는 이른바 ‘직무상의 이해충돌’이 발생하며, 비단 이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의자가 바로 대통령을 가까이서 돕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언급은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수 있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약간만 시야를 확장하면 이와 유사한 우려를 갖게 하는 각종 문제들이 공직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 글을 드리게 된 이유도 바로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있어 공정성과 신뢰성을 해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통령께서 충분한 이해와 인식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 달라는 당부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례는 ‘직무상의 이해충돌’이지만 ‘이해충돌’은 비단 직무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재정적, 경제적 이해충돌까지를 포괄합니다. 저보다는 오히려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이미 직무상의 이해충돌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2장에서와 같이 제척, 기피, 회피 등의 제도가 도입되어 있습니다. 법관의 예를 들자면 법관 또는 배우자 등이 사건의 당사자가 되거나, 법관이 당사자와 친족 등이 될 경우 제척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무원의 경우에 업무와 관련해 회피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공직자에 대한 신뢰와 직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직자의 직무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 과연 이같은 상황과 달리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훨씬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굳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요.

“누구라도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될 수 없다”는 로마시대의 격언처럼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공직과 개인적 이해가 충돌하는 경우 공직자의 청렴성과 중립성을 담보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4가지 원칙에 근거한 다양한 제도들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제척과 박탈, 이익균형과 이해관계의 공개입니다. ‘제척’은 이해관계를 지닌 공직자로 하여금 이익충돌을 야기하는 공직에서의 역할을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박탈’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부터 충돌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우려가 있는 이해관계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이익의 균형’은 집합적 의사결정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하게 반영시켜 어느 한 이익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해관계의 공개’는 말 그대로 이해관계를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공직자의 생각과 판단동기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각 국은 공직자윤리법에서 공직자의 겸직 및 영리활동의 금지, 업무 외 소득 및 취업제한, 일정금액 이상의 선물수수 금지 및 신고, 퇴직 후 취업제한 등의 규정을 신설하여 이익충돌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아울러 정보공개법이나 행정절차법을 통해 이러한 원칙을 구현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들어 미국에서도 공직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공직자들의 주식투자 혹은 펀드가입 등 주식과 관련된 재태크 문제 때문에 공직윤리에 있어서 이익충돌의 문제가 새로운 윤리적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습니다. 현행 미국의 법령은 내부자 거래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직자들의 주식투자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보유한 주식으로 인한 이해충돌의 발생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따라 엄격하고 까다로운 규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공직자들이 블라인드 트러스트(blind trust ; 일명 백지위임신탁)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Paul Rudman Trust Company와 백지위임신탁을 맺었고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 역시 재식시에 Northern Trust와 백지위임신탁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등 고위공직자들이 각각 신탁회사와 백지위임신탁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물론 이 문제에 관련된 장관들이나 또 다른 제3자의 입장에 선 분들은 “왜 단순한 예단만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과 직무연관성을 주장하면서 주식을 매각하도록 하느냐”라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참여연대가 이 분들의 주식보유 그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희들이 제기하는 문제인식의 초점은 바로 이 분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어떤 기업의 주식이냐에 눈을 돌리면서 가지게 되는 ‘우려’에 있습니다. 삼성전자주식이나 임광토건주식, 그리고 기타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장관들이 정보통신정책이나 건설정책을 결정하거나 금융 및 주식시장에 대한 지휘, 감독을 수행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행여나 자신들이 내리는 정책결정이 자신의 보유하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우려하기 때문에 주식매각을 권면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주식을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어도 사실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또한 현실입니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이나 공무원의 청렴유지등을 위한 행동강령“에서도 이와 관련한 적극적인 규제조항이 없기 때문입니다. 거듭해서 말씀드리면 현단계에서는 장관이 보유하는 주식에 대한 매각결정이나 처분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지금 거론되는 장관들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관에 취임하기 전에 보유했던 주식을 장관이 되었다는 이유로 자의에 의한 매각도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매각하라는 말을 듣는 것 역시 유쾌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현단계에서 미래의 실현될 큰 가치를 상대적인 기회비용을 지불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매각하는 것 역시 투자원칙상 흔쾌히 내키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일반국민과는 달리 고위공직자는 공직수행을 함에 있어서 높은 도덕수준과 윤리의식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주장은 무턱대고 터무니없다고만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오로지 공직자 개인의 윤리의식과 도덕심을 믿을 수밖에, 딴 방법이 없지 않느냐면서 당사자 개인의 윤리에 호소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냐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임광토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교통부장관, 그 밖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장 등의 경우와 같이 향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되는 이익충돌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원칙과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울러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이제부터는 부패통제의 사전예방적 기제를 마련하는 일에 지혜를 모을 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대통령께서 개입하시는 것이 좋을 성 싶습니다. 달리 개입이 아니라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도록 관계장관이나 기관에 대하여 지시를 내리시거나, 이 문제에 대하여 대통령께서 관심을 표명하는 일만으로도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법안이나 규정을 다듬는 일은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듯이, 대통령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바쁜 국정수행 중에도 건강에 유념하시고 건승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 5월 9일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정책사업단장 강 성 남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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