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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해충돌 회피가 ‘글로벌 스탠다드’”

<김두관 장관에게 보내는 글>참여연대 릴레이 서한(3)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는 7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공직자의 주식 보유와 관련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회피'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그와 배우자가 보유하고 있는 37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 것으로 촉구하는 두 번의 편지에 이은 세 번째 공개서한이다. 이해충돌 회피 제도는 공무원들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해관계의 충돌을 막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주식 보유 등을 금지하는 정책이다.

참여연대는 "이해충돌 회피 제도는 이미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오래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요즘 흔히 말하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의 하나"라면서 "국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의 제고, 공직자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참여정부 초기에 이해충돌의 회피를 위한 제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 공직자윤리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김 장관은 이해충돌 회피를 위해 이미 남해군수 시절 '민원공개법정'이라는 개혁적 제도를 실시했었다"면서 "개혁정책들을 통해 남해만의 색깔을 갖도록 다짐했던 김 장관이 이제 행자부 수장으로 남해군을 넘어 우리나라 고유한 색깔을 만들어 달라"며 공직자 윤리법 개정을 촉구했다.

다음은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윤태범 교수(방송통신대 행정학과)가 쓴 편지 전문이다. 편집자

***"이해충돌회피"의 제도화는 공직윤리 확보의 첩경입니다**

저는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태범 교수입니다. 제가 오늘 장관님께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이해충돌의 회피'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시겠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4월 29부터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정재 금감위원장과 최종찬 건교부장관의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 역시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이를 매각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

산적한 참여정부의 개혁과제에 또 하나의 부담을 더 지워드리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장관님이 이해충돌 회피를 위한 제도의 마련에 누구보다 앞장서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개서한이 이대로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장관님의 경험과 개혁에 대한 의지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말씀드리면, 국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의 제고, 공직자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참여정부 초기에 이해충돌의 회피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공직자윤리법'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 장관님이 수장으로 계시는 행정자치부가 개정의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번의 공개서한과 언론, 시민단체 등을 통하여 제가 이 편지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해충돌 혹은 이해충돌 회피에 대해서는 너무도 많이 들으셨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구구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장관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우리 사회는 온갖 인연(因緣)으로 엮여 있는 사회입니다. 오죽하면 3연(血緣, 學緣, 地緣)의 사회라고 하겠습니까. 이것은 이미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 많은 병폐들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어쩌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는 공직사회도 예외가 아니며 이로 인해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정부의 신뢰성도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참여정부의 첫 신임장관 몇 명에 대하여 이해충돌의 발생 위험성을 제기하고, 이것의 해소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물론 청렴하고 성실하며, 도덕적인 공무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무원들조차도 제대로 일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연(緣)의 문화 탓도 있지만, 또 한편에서는 많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해충돌 회피제도입니다.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회피'라는 용어는 사실 미국의 명칭을 그대로 직역한 것으로서, 마땅히 달리 번역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해충돌은 공무원들의 공적 의무와 사적 이해의 충돌을 의미합니다. 회피는 물론 이 충돌을 벗어난다는 것입니다. 공무원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있고, 사익이 있습니다. 아무리 공정하게 공직을 수행하고 싶어도 자신의 이익이 직접 관련된다든지, 아니면 본인이 잘 아는 사람과 관련된 경우에는 우리의 정서상 여기서 벗어나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사례는 장관님께서도 이미 여러 번 직․간접으로 경험하셨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관님께서도 이미 남해군수 시절에 '민원공개법정'이라는 개혁적인 제도를 실시하지 않으셨습니까.

장관님!

이해충돌의 회피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냉소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제도 만든다고 해서 우리 관행이 바뀌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이 제도 만든다고 단기간에 바뀌겠습니까.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그렇다고 또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선 제대로 된 제도라도 만들어져 있어야 그나마 실천의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도가 갖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해충돌회피 제도는 이미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요즘 흔히 하는 말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의 하나입니다. 단지 선진국의 제도라서 따르자는 것이 아닙니다. 공직윤리의 확보와 정부 신뢰성 제고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이기 때문에 어느 제도보다도 먼저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미국과 관련하여 말들이 많은데, 그래도 제가 보기에는 배울 점도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공직자의 윤리 확보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 중의 하나가 이해충돌 회피제도입니다. 미국의 경우 이해충돌 회피제도의 역사는 남북전쟁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에 의하여 입법화되었다고 해서 '링컨법(Lincoln Law)'이라는 별칭이 있는 '부정주장법(False Claims Act of 1863)'이 바로 그것으로, 물론 오늘날과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의 관련법으로는 '뇌물 및 이익충돌에 관한 법률'(Bribery and Conflict of Interest Act of 1962)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법을 통하여 그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던 이해충돌회피 관련 법들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그런데 미국도 우리와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법은 미국 정부가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입법화한 것은 아니고, 당시 뉴욕시 변호사협회의 윤리개혁 건의를 받아들여서 개혁적인 젊은 대통령이었던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서 입법화되었습니다. 한때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비유한 언론도 있었던 것 같은데, 참여정부하에서 이해충돌의 회피를 위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그것도 괜찮은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장관님!

시민단체는 지난 2001년 11월 19일 이해충돌 회피 규정을 포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별 반응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난 2월 18일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공무원의청렴유지등을위한행동강령'에서도 부분적으로 이해충돌 회피를 위한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이해관계 직무의 회피'라는 용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재직 중 공무원의 직무수행에 국한된 것으로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구체성도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반해도 그렇게 중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공무원의 윤리를 확보하기 위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직자윤리법'에는 아예 관련 조항이 없다는 것입니다.

공직자윤리법은 지난 1981년 제정되어 1983년부터 시행되었으며, 지금까지 16차례 개정되었습니다. 물론 제정 당시와 비교하면 몰라볼 정도로 진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 편지에서 말씀드리는 이해충돌의 회피에 대한 규정만이 아니라, 재산등록제도, 선물에 대한 규정, 취업제한, 고지거부권, 공직자윤리위원회 운영 등 문제점이 한 두가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이 모든 문제점들이 일거에 해소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장관님!

장관님은 남해군수 시절이던 지난 1999년 8월에 남해군을 발전을 위한 다양한 개혁정책들을 제시하셨더군요. 당시 장관님께서는 초심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개혁정책들을 통해 남해만의 색깔을 갖도록 하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저도 공감하였습니다. 이제 장관님께서는 행정자치부의 수장으로 계십니다. 남해군을 넘어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색깔을 만드는 위치에 계십니다. 그 첫 번째로 칠해야 할 색깔의 하나로 '이해충돌회피' 제도를 선택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공직자윤리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시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초심을 강조하신 장관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 5. 7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실행위원 윤태범 올림(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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