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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웬 색깔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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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웬 색깔시비?"

교수들, 국회 정보위 의원들에게 대국민사과 요구

지난 22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졌던 서동만 교수(상지대) 논쟁 관련,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가 '시대착오적인 정치적 색깔공세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국회 정보위 국회의원들에게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1> 기자회견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색깔공세인가"**

학단협과 민교협은 29일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낡은 시대를 뒤로 하고 앞으로 달려가기에도 바쁜 판에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국회 정보위원회 몇몇 위원들이 낡은 시대 방식으로 개혁을 가로막는 데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동만 교수의 뛰어난 북한사회에 대한 학문적 업적을 '친북좌파'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학문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성명을 통해 ▲색깔론 시비 중단 ▲냉전수구의 잣대로 '사상검증'을 행한 국회 정보위원회와 서동만 교수를 '친북좌파'로 몰아간 정보위 위원들의 대국민 사과 ▲색깔 논쟁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한나라당의 자숙 ▲학자의 사상에 대한 색깔 논쟁 종식 ▲정부의 국정원 개혁 적극 추진 등을 요구했다.

민교협 박상환 공동대표(성균관대 교수)는 서동만 교수에 대한 색깔론적 비판은 "87년 민주화 이후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던 공안적 기구들의 탄압과 공직을 수행하던 한완상 교수(서울대) 및 최장집 교수(고려대)에게 가해졌던 색깔공세를 연상하게 한다"고 했다.

한완상 교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93년 통일부총리직을 맡고 있었고, 최장집 교수는 98년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정책기획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둘 모두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국민들 의식수준, 색깔론에 휘말리지 않아**

박대표는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이 과거 학생시절의 극좌행동대원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외무장관직을 잘 수행하고 있다"며 "그가 야당에 공격을 당했지만 그의 학생운동 전력 시비와 관련된 '위증'이 문제였지 결코 그의 젊은 시절 급진적 사상과 과격한 행동때문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박대표는 색깔논쟁과 관련된 사례들에서 ▲색깔공세를 하는 세력들이 20~30년 전의 극우반공주의적 인식과 시각을 깔고 있다는 것 ▲보수언론이 사건을 실제보다 증폭시켰다는 점 ▲색깔논쟁이 법적 판단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것 ▲색깔논쟁으로 인해 권리를 유린당한 교수들이 반복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 ▲민주화 이후 국민의 의식 성장으로 색깔논쟁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높아졌다는 등의 5가지 공통점을 지적했다.

<사진2>서관모 교수

***색깔공세 희생자 서관모 교수, 지금은 국립대 학장**

실제 87년 민주화 이후 색깔논쟁의 첫 번째 피해자였던 서관모 교수(충북대)는 "서울대 김진균 교수를 표적으로 한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 사건이 터졌을 때 연루된 6명의 연구원 중 4명이 지금 교수를 하고 있고 나도 국립대 학장을 하고 있다"며 "색깔논쟁은 수구세력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치연구회 정해구 회장(성공회대 교수)은 "사회는 빨리 변하는데 역사가 족쇄에 묶여 있다는 느낌"이라고 개탄했고, 교육개혁시민운동 주경복 공동대표(건국대 교수)는 "정치권에 남아있는 일부 기득권 세력과 수구언론 세력이 변화의 기류에 맞선 몸부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상검증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라벨링'이 문제**

그러나 공직자에 대한 사상검증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반론과 함께, 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색깔공세가 상관없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민교협 손호철 공동대표(서강대 교수)는 "사상 검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검증 자체는 하지 않고 아무 내용 없이 '라벨링(낙인찍기)'을 하는 것이 문제"라며 "공안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고 이는 학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단협 조희연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도 "공직자 검증에 다원적 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색깔론) 기준이 다른 모든 기준들을 압도하는 것이 문제"라며 "현재 색깔논쟁은 정치적 과정에서 발생하고 일부 보수 언론이 의제화하는 사이클(순환) 구조에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구보수의 색깔 공세 7대 사건**

한편, 학단협 김귀옥 연구실장에 의하면 87년 민주화 이후 색깔공세에 의한 학문 탄압 사례는 7개 대표적 사례로 분류된다.

■서관모 사건(1988): 학단협이 개최한 제1회 학술단체연합심포지엄에서 김진균 교수(서울대)는 학문의 종속화를 반성하고, 역사현실에 뿌리박은 '민족. 민중적 학문'을 제창했고, 서관모 교수는 '중간 제계층의 구성과 민주변혁에서의 지위'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김동길 교수(당시 연세대 교수)가 조선일보 칼럼에서 서교수 논문의 용어를 두고 북한의 혁명노선을 따라 혁명을 선동한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했고, 서교수는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서사연 사건(1991): 91년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 연구원들이 국군기무사령부 및 검찰요원에 의해 연행 구속된 사건이다. 당시 새로운 사회주의 진보 이념 모색을 위해 공동 집필한 저작인 '사회주의의 이론, 역사, 현실'이 공안당국에 의해 문제가 됐다.

■한완상 사건(1993):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출범한 김영삼 정부의 초대 통일원 장관이었던 한완상 교수는 그의 논문 '한국전쟁과 한국사회의 변동'이 <월간조선>에 의해 '논문이 아니라 고발의 대상'이라고 공격당하는 등 "청와대에 빨갱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극우 세력과 일부 언론에 의해 시달리다가 현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주사파 발언' 사건(1994): 박홍 서강대 전 총장의 '주사파 발언' 이후 공안정국이 형성돼, 장상환 정진상 등의 교수가 빨갱이로 매도당하고, 경상대의 교양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가 공안당국에 의해 이적출판물로 매도당했다.

■이장희 사건(1997): 남북관계가 지극히 경직됐던 97년 <월간조선>은 이장희 교수(한국외대 법학)의 저서 '나는야, 통일1세대'가 북한을 고무 찬양하고 이적행위를 했다며 학자의 저서에 대해 공개 고발을 하면서 색깔논쟁에 불을 붙였다. 당시 이교수의 저서는 출판된 지 2년이 다 될 때였다.

■최장집 사건(1998): 98년 김대중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된 최장집 교수(고려대 정치외교)는 <월간조선> 98년 11월호에 '6.25는 김일성의 역사적 결단, 최장집 교수의 충격적 6.25 전쟁관'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월간조선이 최교수의 사상을 문제삼은 것은 최교수의 논문 '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실린 일부 문구였다. 당시 월간조선은 논문중 "전쟁 초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인민군에 가담하거나 북한군의 남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라는 부분을 인용해 최교수가 친북적 전쟁관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지만, 이는 원문의 전후맥락을 생략한 채 일부부분만을 발췌해 놓은 것이었다. 그러나 최교수는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강정구 교수 만경대 필화사건(2000): 6.15남북 공동선언으로 한반도가 평화와 화해의 무드에 젖어있던 2000년, 8.15통일축전에 참가했던 강정구 교수(동국대 교수)의 만경대 방명록 내용이 색깔논쟁 시비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세무사찰' 문제로 일부 보수 언론과 정부는 극한 대립을 진행중이었고, 강교수의 만경대 필화사건은 보수 언론에 집중포화를 받아 결국 강교수는 구속수사를 받게 되고, 임동원 당시 통일부 장관은 자리를 내놓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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