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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위한 사업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5>

***사업을 위한 사업**

어민들 내부에 보상금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새만금 어민들 밖에 일반 전라북도 도민들은 새만금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전라북도와 전라북도 지역언론에 눈이 막혀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일단 뒤로 넘기자. 먼저 이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도 재미있는 것은 농업기반공사 설명이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는 것이다.

‘콘돔’이라는 마을이 있었다. 본래 이 마을 이름은 ‘복사뫼’였다. 첩첩산중에 작은 가람이 휘돌아나가고, 복사꽃이 만발한 사이사이로 연못과 비옥한 논밭이 펼쳐져 있었는데, 그 속에 남녀노소가 오가며 평화롭게 농사짓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김부자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도 이 마을 출신이었으며 공부를 잘 해 수재라는 칭찬을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강 뒤편 작은 분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여기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공장이 뭐하는 곳인지 몰랐다. 공장관리인은 좋은 물건을 생산해 마을에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전했다.

드디어 공장에서 생산품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한 어린이가 뜯어진 상자 사이로 손을 넣어 물건 몇 개를 가져왔다. 그 어린이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버지는 이 물건이 콘돔이라고 가르쳐주셨다. 이제 복사뫼 사람들은 콘돔 만드는 공장이었음을 깨달았다.

마을 어르신 한 명이 공장주를 찾아가 면담했다.

“콘돔이 이 마을에 풍요와 번영을 안겨준단 말인가?”

공장관리인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세계 최고의 콘돔을 생산합니다. 수요는 얼마든지 있으며 없어서 못 팔 지경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는 욕망이 있는데, 이른바 ‘음식남녀(飮食男女)’라고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한정 행위할 수는 없습니다. 즉 절제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 콘돔이라는 것은 절제를 위한 보조도구입니다.”

어르신이 다시 물었다.

“그 콘돔 만들어 팔아 당신들이 돈 버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있단 말이오?”

공장관리인이 온화하게 미소지었다.

“이 마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겠습니다.”

다음날 김부자가 고용한 인부들이 마을 개울가에 있던 징검다리를 없애고 콘크리트로 다리를 놓았다. 복사뫼 사람들 보기에 그것이 좋았다.

이번에는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를 뚫었다. 논밭이 사라지고 복사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에 터널을 뚫었다. 도시까지 차타고 편하게 갈 수 있어 복사뫼 사람들 보기에 그것이 좋았다.

콘돔은 계속 잘 팔렸다. 김부자는 야산 하나를 사서 또 공장을 지었다. 노동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사원기숙사가 필요했다. 야산의 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콘크리트로 매끈하게 도배한 뒤 사원기숙사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복사뫼 젊은이들이 건설노동자로 참여했다. 농사 지어봐야 이윤도 크게 나지 않았지만, 건설작업장에서 일하면 정기적으로 꼬박꼬박 높은 보수를 받았다.

이제 복사뫼 사람들은 새로운 건설을 원했다. 그 건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김부자는 복사뫼를 사랑하는 마음에 또 도로를 뚫었다. 마을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다. 댐도 지었다. 강줄기가 댐에 막혀 수량이 줄어들고 물이 더러워졌다. 물고기들이 사라졌다. 도로를 너무 많이 만들어 차량이 늘어나 복사나무가 말라죽었다. 그러나 이제 건설을 멈출 수 없었다. 건설비를 마련하기 위해 김부자는 또 콘돔공장을 지었다. 외부인이 늘어나 술집도 많이 생겼다. 더 이상 농사짓는 사람도 없었다. 외부인들은 이곳을 콘돔마을이라 불렀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자 복사뫼 사람들도 ‘콘돔마을’이 익숙해졌다.

그렇다.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건설을 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아내와 귀엽기만 한 딸과 아들이 굶어 죽는다.

그러나 콘돔마을 사람들은 몰랐다. 김부자도 정권에 빌붙어 은행에서 마구 빌려온 돈으로 고향에 투자했다는 사실을.

콘돔수요가 한계에 도달하자 공급을 늘릴 수 없었다. 공장관리인은 비밀리에 창고를 짓고 팔리지 않는 콘돔을 계속 쌓아두었다. 그리고 거짓말 했다.

“콘돔은 계속 잘 팔리고 있습니다.”

상자에 손을 넣어 콘돔을 처음 복사뫼 사람들에게 알렸던 그 어린이는 대학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다. 이미 옛날의 고향이 아니었다. 그것은 형태가 없고, 잔인하며, 엉망진창이었다. 인심도 각박했다. 강물은 말랐고 매연 때문에 스모그 없는 아침이 없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마을 사람들이 댐과 도로 사이로 운하를 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 운하가 있어야 물동량을 늘릴 수 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농업용수로다.”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유람선을 띄워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이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은 수영장이다.”

그 콘돔마을은 말기암 환자였다.

새만금사업을 함에 있어 가장 먼저 하는 작업이 주민보상이다. 그리고 방조제를 쌓는다. 방조제를 다 쌓으면 바닷물을 빼내고, 담수호를 조성한다. 담수호를 제외한 땅이 2만8천3백㏊라고 이미 밝혔다.

그렇다면 이 땅을 무슨 용도로 사용한단 말인가.

1991년 농업기반공사가 발간한 홍보 팜플렛은 이곳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근교원예를 하고, 수산물 양식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는 1993년 ‘새만금 간척사업의 효과 조기구현 방안’이라는 연구를 진행한 뒤, 1994년부터 공업단지로 조성한다고 밝혔다. 대외홍보용 문건에 따르면 토지이용계획은 종합농업단지 1만300㏊, 도시 및 공업단지 9400㏊, 근교 원예단지 2500㏊, 수산개발단지 2000㏊, 관광단지 및 기타 4100㏊다.

그리고 이렇게 밝혔다.

“새만금사업의 직접효과는 ‘최적 첨단산업기지 조성’입니다. 신국제공항과 종합유통센터 조성 및 중국 등 대륙권 무역기지의 적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종합단지로 조성하면 수익 9조2천억원이 발생합니다.”

이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공장이 남아돌아 처치 곤란인 지경이다. 내가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라 잘 아는데, 이제 자잘한 생필품이나 공예품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봤자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인건비와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인사동에서 파는 부채를 보니, 북경 류리창(琉璃廠)에서 파는 중국제였다. 그래서 내세우는 것이 단순한 공장이 아닌 IT산업단지라는 것인데, 요즘엔 신문과 TV를 보면 개나 소나 IT를 내세운다. 정말 우리나라 지자체장들은 머리가 그것 밖에 안 돌아 간단 말인가.

신국제공항도 말이 안 된다. 지금 한국 현실에서 국제공항이 또 필요하단 말인가? 청주공항 텅텅 비어 있는 것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새만금지구에 공장을 지으면 이곳으로 흘러드는 동진강과 만경강이 썩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질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이 1999년 사용한 대외용 홍보문건은 농수산 목적 개발 구상으로 돌아갔다.

더 골 때리는 것은 새만금사업이 ‘개발과 보전의 조화’라고 선전하는 것이다.

“21세기 남북한 통일시대에 대비한 식량단지 및 청정농업지구로 조성, 21세기 서해안시대의 미래를 여는 지역발전의 중심지로 개발,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지구로 조성하겠습니다.”

친환경지구라는 것은 친환경농업을 하겠다는 뜻이다. 친환경농업에는 유기농업, 무농약농업, 무비료농업, 저농약농업이 있다. 유기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뿌리지 않는 것이다. 무농약농업은 화학비료를 뿌리되 농약을 살포하지 않는 것이다. 무비료농업은 농약을 뿌리되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것이다. 저농약농업은 농약․비료 다 뿌리되 농약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만약 간척지를 농토로 조성한다고 가정하자. 이것은 쉽게 말해 대평원이다. 친환경농업을 하면 제초제도 뿌릴 수 없어 사람 손으로 일일이 잡초를 뽑아야 한다. 물론 오리농법을 이용하면 오리가 잡초를 없애고 해충을 잡아먹어 사람 손을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친환경농업이 기존 화학농업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평원에서 이렇게 고생하며 농사지을 한국인이 있을까?

물론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척지가 정말 농사짓기 좋은 곳인가?

먼저 ‘영산강 3단계 간척지 환경과 농업을 위한 모임’ 박종기 회장이 2002년 3월 작성한 청원서를 읽어보자.

“해남군과 영암군에는 영산강 3단계 간척지 3천7백만평이 있습니다. 현재 설계대로 공사를 시행하면 농업용수에 부적합한 물이 될 것입니다. 또 간척공사를 시행한지 15년이 지났지만 공정률은 40% 정도입니다. 처음 계획 시 공사비는 약 4천억원이었으나,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약 1조6천억원이 소요될 것입니다. 농업기반공사가 자민련에 제출한 자료(2001. 6. 15)에 의하면 간척지 공개입찰시 평당 3만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호간척지는 평당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에 1㏊(3천평) 분양 받아 2001년 한 해 경작한 결과, 원금과 이자를 포함하면 약 80만원 적자라고 합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 각종 아파트단지나 공장지대 건설로 사라진 농지는 22만㏊다. 반면 새만금사업을 2011년까지 벌여 얻을 수 있는 농지는 2만8천3백㏊다. 이것 참 우습지 않은가.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렇게 사라진 농지는 한계농지입니다. 새만금은 다릅니다.”

야산 주변에 조각조각 분포되어 있거나,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거나, 토질이 나빠 수확량이 적은 농지를 한계농지라 한다. 이러한 농지는 생산성이 없다. 그러나 새만금은 대단위 농지가 될 것이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새만금이 한계농지와 다르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쌀이 남아돌아 돼지 사료로 주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농림부는 이렇게 변론한다.

“지금은 남아돌지만 앞으로 쌀이 모자라면 그 땐 당신이 책임질 거요?”

바닷물을 다 빼내도 간척해서 얻은 땅에는 소금기가 남아 있다. 이 소금기를 다 빼내 농사지을 수 있는 상황이 되려면 적어도 2020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긴, 2020년이 되면 세상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알 수 없다. 나는 2020년을 무섭게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삼천리금수강산이 완전히 죽어버리는 시점이 2020년이기 때문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종화 대외협력실장은 이렇게 지적한다.

“2020년 새만금지구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인원은 1만4천명입니다.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으로 고용효과가 크다고 주장하는데, 이게 과연 큰 겁니까. 또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생기는 토지가 2만8천3백㏊이니까, 8천5백60만7천5백평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평당 조성 단가가 7만원에 이릅니다. 게다가 정부는 새만금 간척지구 농업인구를 제한할 계획이기 때문에 가구당 적어도 6㏊(1만8천1백50평)의 농지를 구입해야 합니다. 이건 한 가구당 12억7천만원 어치 땅을 사서 농사를 지으라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새만금 간척지는 농민들이 아닌 소수 부동산 투기업자들의 땅이 될 겁니다.”

농업기반공사 홍종수 과장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새만금지구 이용계획에 있어 한 때 산업단지를 고려한 것은 사실입니다. 내부개발계획을 오랫동안 짜면서 여러 가지 안이 나왔고, 지금도 친환경적인 내부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내부개발조차 짜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람선으로 만들지, 원유수송선으로 만들지, 항공모함으로 만들지, 어선으로 만들지 결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단 “배를 만들어야 한다”며 ‘뚝딱뚝딱’하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사실 농업기반공사가 주장하는 고용효과는 1만4천명이 아니라, ‘공사 중 연인원 1천3백39만명’이다.

그렇다. 목적은 중요하지 않다. 건설을 하지 않으면 건설인부들의 사랑하는 아내와 귀엽기만 한 딸과 아들이 굶어 죽는다. 건설회사는 무너지고, 실업자가 생긴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도 구조조정 당한다. 자신들의 조직을 유지하려면 새만금사업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2020년까지 실업자 될 걱정이 없는데 왜 이 사업을 안 한단 말인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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