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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는 거리 먼 '아침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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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과는 거리 먼 '아침 드라마'

김유주의 방송산책<18> 고정관념의 해악

아침드라마의 주 시청자는 주부들이다. 그러다보니 아침드라마에는 전형이 있다. 즉 아침에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보는 주부들이라면 이런 내용을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침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자리잡고 있는 듯 싶다.

외도와 불륜, 치정, 청부살인, 미혼모, 유산싸움, 남녀간의 경제적 차등에서 오는 갈등, 또 시부모와의 갈등 등이 아침드라마 구도의 전형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따금 신문지상에는 '요즘 아침드라마가 가관이다'라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고, '불륜, 이혼, 미혼모 아니면 아침 드라마 못 만드냐?' '이런 드라마가 문제고 해악이다' '이혼율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아침드라마가 있다'는 등의 소리까지도 들린다.

사실 주부들도 일탈욕구의 해소처를 찾을 것이다. 일상의 권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드라마를 보면서 '새인생을 살아봐?'하는 충동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충동은 본능속에 엄연히 존재하는 욕구이다. 그 욕구의 출구가 아마 '가관'이라고 지탄받는 소재들로 그려진 아침드라마일수도 있다. '그래 맞아, 저게 언젠가 올지도 모르는 나의 모습이야'하며 무릎을 치면서 드라마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주부들에겐 드라마에 나오는 전남편의 불행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문제는 아침드라마 연출자들도 자신들의 드라마가 지나치게 자극적이란 것을 수긍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본적인 이야기 구도나 소재가 비슷하다보니 말초적인 선정성 경쟁으로 나가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S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의 홍창욱 PD는 "좀 통속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통속적인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의 한철수 PD도 "단순한 선악대비 구도는 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른바 악역을 포함, 모든 인물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다큐멘터리 전문 PD는 "자극적인 내용과 캐릭터는 아침드라마의 태생적 한계지만 아침시간 시청자들에게 좀더 다양한 채널 선택권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요즘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남녀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 전반의 영향이지, 결코 아침드라마의 영향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불륜이나 이혼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유치하고 현실감 없는 드라마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만들어 내느냐는 것이 방송 제작진들의 과제일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아침드라마들을 통해 우리 주부들도 대리 욕구충족과 함께 세상을 폭넓게 관조하는 안목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1년여전에 방영되었던 각 방송의 아침드라마 중에는 상쾌한 아침을 열어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SBS의 '이별없는 아침'은 남편을 먼저 보내고 꿋꿋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어머니와 네 남매의 사랑이야기로,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을 매개로 펼쳐져 돈도 없고 가난한 사회적 약자지만 화목하게 살아가면서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였다. KBS 1TV의 '매화연가'는 194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의 격변기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성공담을, 이혼과 사별 등으로 파편화한 가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MBC의 '내 마음의 보석상자'와 중년과 젊은 세대의 사랑을 경쾌한 터치로 다룬 KBS 2TV 코믹 멜로드라마 '꽃밭에서'도 건강한 아침드라마로 평가받았다.

대부분의 아침드라마에 대해 비판적인 시청자들은 건강한 내용이 담긴, 삶의 알콩달콩한 이야기로 아침을 맞아 신선한 하루를 제공하는 드라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드라마 제작진들도 참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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