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의 석유자원을 판매해 전후 재건비용 및 미군 주둔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마침내 미국 공화당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는 이번 전쟁의 목적이 이라크의 석유임을 보여주는 주장이자, 전후 이라크 재건을 유엔이 아닌 미국 단독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돼 주목된다. 또한 이렇게 될 경우 이라크 재건사업에 독점적으로 참여하게 될 미국기업들에게 이윤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돼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법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원장 척 그레스리(공화당, 아이오와주)는 27일(현지시간) 상원 연설에서 "국제법은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 판매로 얻은 돈을 식량·식수의 제공, 보건의료, 도로·교량·학교·공항 건설에 쓸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레스리는 1907년의 헤이그협정과 제네바협정을 근거로 "점령국이 이라크 소유의 자산을 팔아 국가 운영과 재건에 쓸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영)연합군은 이라크 공공 자산을 이라크와 이라크인들과 (군정을 실시하는) 행정부 운영비용에 쓸 수 있다"고 덧붙여 전후 주둔비용도 이라크에게 전가시킬 생각임을 시사했다.
그레스리는 또 "전후 복구·주둔비용을 댄 유전은 후세인 정권을 대체할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적당한 조건'으로 다시 이라크로 반환되어야 한다"고 말해, 향후 이라크 유전 개발권을 미국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은연중 드러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의 자산을 그의 가족과 신복들과 나눠 가졌던 것에 반해,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인들은 결국 자국의 자산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스리의 보좌관은 "그레스리 의원은 전쟁 비용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전후 복구비용에 미국 국민들이 낸 세금이 아니라 이라크의 석유가 쓰일 수 있는지 법적인 검토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드러난 미국의 속내**
미 상원의회는 27일 전쟁예산 7백47억달러를 통과시킨 바 있다.
그레스리의 이번 발언은 1천억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전망되는 전쟁비용과 매년 2백억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둔비용를 어떻게 댈 것이냐는 미국내 우려에 대한 부시 공화당 정권의 해법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동시에 전후에 미국이 이라크 유전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 이를 재건 비용 및 주둔 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속내로도 풀이된다. 이럴 경우 이라크 석유판매 사업권은 장기간 미국에게 귀속되고, 아울러 전후 복구사업에 독점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 영국 기업에게 사업이윤이 독식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전때도 전쟁이 끝난 뒤 미국기업들에게 복구사업을 독식시킨 바 있다.
이는 아울러 이라크전이 끝난 뒤 재건사업을 미국과 영국이 독점적으로 행하겠다는 입장의 재천명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26일 미 하원 예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전후 이라크복구계획에는 "보다 커다란 책임을 맡았던 미-영 양국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전후복구 지휘권을 유엔에게 넘길 생각이 없음을 명백히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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