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신속하게 끝내더라도 1천억달러(120조원) 이상의 전쟁비용이 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후 주둔비용은 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군사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이같은 전망은 이라크 전쟁 배후에 숨어있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큰 것인지에 관해 미국내에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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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둔비 연간 24조원 가량 들 듯**
미 대외관계협의회(CFR)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전후 7만5천명의 병력을 수년간 이라크에 주둔시켜야 하며 이때 드는 비용은 연간 2백억달러(24조원) 이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예산 연구단체인 ‘콩코드 연합’ 대표인 밥 빅시도 연간 주둔비용을 1백억달러에서 최대 3백억달러로 산출하고 있다.
과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사를 지낸 라일 그램리는 “주둔비가 얼마나 들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없다”며 “아주아주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주둔비가 몇가지 변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장 핵심적인 변수는 주둔 기간과 병력 규모이고 다음으로는 이라크 새 정권이 어떻게 세워질 것인지, 다른 나라들이 복구비용을 얼마나 낼 것인지, 석유 판매로 얼마의 돈을 충당할 수 있는지다.
***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미국이 전후 이라크에 오랫동안 관여하게 된다면 그 경제적 영향이 만만찮을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들은 베트남전이 60년대말과 70년대 초의 인플레이션 발생에 일부 기여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번 전쟁도 그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가능성은 레이건 행정부의 군비 확충으로 엄청난 예산 적자를 안게 됐던 80년대 초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다. 라일 그램리는 당시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고(高)금리 정책을 취했는데 이번 전쟁의 비용이 늘어날 경우 당시의 처지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램리는 “이자율이 높으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며 “그것이 우리가 처한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부시 미 대통령은 25일 의회에 747억달러에 달하는 전비를 신청했다. 약 2조달러인 미 정부 예산과 비교할 때 부시가 신청한 전비는 그다지 큰 돈은 아니다. 문제는 3천4억달러 가량의 기록적인 적자를 예상하고 있는 2003년 예산에 이 돈이 더해진다면 현재 6조4천억달러에 달하는 미 정부의 채무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최소 1천억달러의 전비, 5년 주둔시 1천억달러의 별도 주둔비용, 이미 산처럼 쌓여있는 정부 재정적자, 부시다운 ‘과감한’ 감세정책, 그리고 전선의 교착.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호주머니를 폭격할 것’이라는 미 경제석학들의 말을 무시하고 전쟁에 돌입한 부시가 처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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