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4일자 <보스턴 글로브>에 실린 미 텍사스대 제임스 갈브레이스 교수의 글이다. '군축을 위한 미국 경제인 연합'의 의장이기도 한 갈브레이스 교수는 '이라크 전쟁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What Economic Price This War?)'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번 전쟁이 야기할 막대한 인적, 물적 손실을 경고했다.
갈브레이스 교수는 이번 전쟁에는 엄청난 액수의 전쟁 비용과 인적 손실이 불가피하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중동 분쟁과 세계 경제 위기, 집단안보 위기로 인해 미국이 지불해야 할 전후 비용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동 평화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그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경제적 가치로만 따져 봐도 전쟁은 미국에게 결코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게 갈브레이스 교수의 결론이다.
***이라크 전쟁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얼마전 이라크전쟁 관련 토론회에서 7명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나를 포함한 1백50여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은 전쟁에 따른 비용(cost)을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이 우선적으로 지적한 전쟁 비용은 기름, 전투장비, 폭탄 등 1천억 달러에 달하는 전쟁 예산이다. 그나마도 이 액수는 전쟁이 신속하게 끝난다는 가정 하에 산출한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액수는 급상승하게 된다.
우린 전쟁 중에는 간혹 물리적 비용이 과장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토론했다. 폭탄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떨어질 수 있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실제보다 심각하게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 시민들은 이미 전쟁으로 위협받고 있다. 식수, 송전망, 병원 등이 파괴된다면 이라크 시민들에게는 인간적 재난이 야기될 수 있다. 유전지대가 파괴될 수 있으며, 이라크 특히 바그다드 고대 유적의 파괴는 불가피하다.
인적 비용도 헤아릴 수 없다. 전쟁에서 희생자가 몇명이 나오건 사망한 모든 군인과 시민들은 생산활동을 통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존재들이다. 부상당한 모든 사람들이 고통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는데 따른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금전적 보상으로 그들의 슬픔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은 더욱 산출하기 어렵다. 전쟁의 공포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미국과 전세계가 투자와 생산, 무역에서 입은 손실이 벌써 얼마인가? 이번 전쟁이 세계 경제와 시장 신뢰도, 에너지 가격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치겠는가?
전쟁 후 재건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한 전문가는 이라크 재건 비용으로 2조 달러가 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재건사업을 진행할까? 전후 재건사업에 2년동안 10만의 인력이 필요하다면? 5년동안 20만의 인력이 필요하다면? 유전지대가 그동안 폐쇄된다면?
전쟁 후 미국이 직면하게 될 군사적 상황은 전후 비용을 더욱 끌어올린다. 전쟁이 끝나면 이라크에 평화가 찾아오고 민주주의가 실현될까? 일부 사람들이 믿는 것처럼 이번 전쟁이 중동지역 평화와 민주주의, 군축으로 이어질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라크 시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에서 폭동과 복수심에 찬 학살, 대리전이 뒤따르지는 않을까?
유럽과 러시아 그 외의 나라들과의 관계 훼손에 따른 외교적 비용은 이미 지불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적 이상에 대한 전세계 사람들의 실망시도 외교적 비용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회비용은 우리가 어떤 것을 할 것인지 양자택일하는 모든 순간 발생한다. 미국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선택하는 순간 국내 문제는 방치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경우 모든 주(state)가 교육이나 복지, 보건 분야에서 예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기업은 신뢰도에 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앞으로의 사업에서도 신용 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가정은 점차 가계부채에 시달릴 것이다. 우리가 전쟁에 몰두하는 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대참사를 초래할 가능성이라는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생산할지 모른다. 이란이 핵폭탄을 수입하거나 자체 생산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미국을 자신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핵 강국의 출현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경제적으로 전쟁 비용을 따져보면 논쟁의 여지가 없다. 끈끈한 동맹관계와 국제법, 유엔 안보리 등으로 뒷받침되는 집단 안보가 현실적인 안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모든 나라가 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다. 이따금씩 전쟁이 필요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전쟁을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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