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가 한나라당의 대북밀사설과 관련해 "한나라당에서 보낸 밀사를 베이징과 평양에서 대선 전에 3차례 만났다"는 내용을 추가로 폭로했다. 지난 10일 "한나라당이 밀사를 보내 통 큰 대북 지원 약속을 제안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엔 대북 밀사를 만난 장소, 시기, 횟수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이다.
아태평화위는 14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우리가 실상의 일단을 상기시켜 준 것인만큼 이제는 밀사의 이름은 스스로가 밝히는 것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면서 "만일 당의 명의로 밝히는 것이 어렵다면 '대선후보' 개인의 명의로라도 밝힐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밀사 이름 및 증거 사진 등 추가 폭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첫 발표 때 "한나라당의 밀사문제는 북남 사이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비밀공개가 어렵다"던 북한이 또다시 이같은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법을 원안대로 공포함에 따라 특검제 실시가 기정사실화되자 즉각 추가 폭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15일 오전 9시 현재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北 "밀사 베이징과 평양서 3번 접촉"**
북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이날 담화를 통해 "한나라당 대북 밀사를 지난해 9월, 12월, 대선 직전인 12월 중순까지 3차례에 걸쳐 평양과 중국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과 12월 한나라당에서 보내온 밀사는 평양과 베이징에서 우리측에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확정적이라고 했다"면서 "'이회창 정부'는 자기들의 청원을 북측에서 들어만 준다면 현 정부보다 더 많은 자금은 물론 항목과 규모에 제한없이 '통 큰 대북지원'을 할 계획이므로 북에서 이 후보를 밀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지난해 12월 중순 또다른 밀사를 통해 우리 측에 보내온 '비밀메시지'에서 노무현은 너무 급진적이고 국정과 국제관계 경험이 부족하므로 총재로서 5년여의 정치경험을 쌓은 이회창 후보께서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의 심부름을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정도이므로 이회창 정부 탄생을 북에서 도와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밀사)자신은 '스스로 십자가를 지는 마음으로 귀측에 이 협력의 메시지'를 보낸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이에 앞서 지난해 7월과 10월에 3차례에 걸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직접 다른 나라의 정부와 국회를 통해 자기가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북을 나쁘게 보아서가 아니라 당선 목적에서인 것인 만큼 북에서 오해없이 협력해 줄것을 요망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밀사를 보내기 이전에도 "자신은 '위험하고 나쁜 사람이 아니므로 집권하면 오늘의 입장을 바꿀 것임을 북에 전해 주기 바란다'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이와 관련해 우리측은 그때마다 한나라당에 북남대결을 고취하면서 전쟁접경에로 몰아가는 일을 해서는 안 되며 민족 앞에 자꾸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실상의 일단을 상기시켜 준 것인만큼 이제는 밀사의 이름은 스스로가 밝히는 것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면서 "만일 당의 명의로 밝히는 것이 어렵다면 '대선후보' 개인의 명의로라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추가폭로 가능성**
이같은 북한측 주장에 대해 아직 한나라당은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15일 오전 9시 북측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변인이 현재 회의실에 들어가 회의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정가에서는 지난 10일 1차 폭로때 "한나라당의 밀사문제는 북남 사이의 특수관계를 고려해 비밀공개가 어렵다"던 북한이 구체적 접촉 일시와 장소, 접촉 회수 등 한단계 구체적인 정보를 추가폭로 한 배경과, 앞으로 또다른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북의 추가폭로가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을 한나라당 원안대로 수용한 직후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앞으로 대북송금 수사를 본격화할 특검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북한과 접촉했던 인사들의 얘기를 들어볼 때 밀사가 직접 평양에 들어갔었다면 협상때 사진 등을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이 '우리가 실상의 일단을 상기시켜 준 것인만큼 밀사의 이름은 스스로가 밝히는 것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사진 등 추가폭로를 하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으로 대북송금 의혹수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터져나온 북한의 추가폭로가 향후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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