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참사 사건과 관련, 1080호 기관사와 종합사령팀 운영 사령간의 녹음테이프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구지하철 공사측이 조직적으로 사건 은폐 및 축소 조작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전원키 뽑고 가야돼”**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구경찰청은 25일 1080호 기관사 최상열씨와 운전사령 손모씨가 사고 직후인 오전 9시55분∼10시17분까지 주고받은 교신 내용 중, 10시7분∼10시11분 사이에 최씨가 휴대전화로 3차례 손씨와 통화한 핵심 내용이 빠졌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누락된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누락된 녹취록에 따르면, 지하철공사 종합사령실 운전사령은 최씨에게 “차 그렇게 놓고 이제, 차판 내려놓고(전원공급 중단시키고) 다른 데로 도망가. 올라가라고. 판. 판. 내려놓고… 차 죽이고(전원키 뽑고) 가야돼”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사령팀이 기관사에게는 전동차의 전원공급 중단과 차의 시동을 끌 것을 누차 강조한 반면, 승객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따라서 기관사가 사령팀의 지시에 따라 전원 키를 빼 도주하면서 승객들의 대피를 차단하는 바람에 사망자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공사, 녹취록 조작에 개입했나**
이같은 사실은 지난 23일 경찰이 지하철공사 종합사령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마그네틱 테이프 원본과 지하철공사측으로부터 제출받은 테이프 및 녹취록을 비교 분석한 결과 원본에 녹취록과 다른 내용이 많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지하철공사 감사부장 오모씨와 감사팀장 이모씨 등 2명은 문제의 대목을 `민감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경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이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 조작이 공사 감사부에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지하철공사측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 사건 은폐를 기도한 것으로 보고 대구지하철공사 윤진태 사장 등 간부와 경영진의 개입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오씨 등 감사부 직원 2명과 녹취문을 작성한 통신부서 직원, 기관사 최씨와 운전사령 손씨 등 녹취록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지하철 공사 직원들을 소환, 마그네틱 테이프에 기록된 내용을 삭제하게 된 경위를 조사중이다.
***사장 개입 여부도 수사중**
경찰은 최씨가 경찰 조사에서 “운전사령의 지시에 관계없이 평소 습관대로 전원을 끄고 차에서 탈피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함에 따라, 최씨와 종합사령팀 관계자가 책임을 희석시키기 위해 입을 맞췄는지와 여기에 지하철 공사 간부들이 개입했는지를 수사중이다.
경찰은 또 지하철 공사측이 “경찰이 (지하철 공사측이 제출한) 녹취록과 테이프만 확인하지 설마 마그테틱 테이프까지 보겠느냐”며 테이프 조작을 기도한 점을 볼 때, 경찰에 제출한 폐쇄회로 TV 녹화 테이프와 근무 일지 등도 조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대구지하철 공사 사장에 대해 직원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장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지하철 사고 예견 가능성이 있는지와 사고 당일 행적 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1080호 기관사 최씨와 1079호 기관사 최모씨, 대구지하철 공사 종합사령팀장 최모씨, 운전사령실 홍모 방모 손모씨, 기계설비사령실 이모 김모씨, 중앙로역 역무원 이모씨 등 9명에 대해 업무상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방화피의자 김모씨에 대해선 현주건조물 등 방화치사상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사고 당시 대피방송을 하지 않은 중앙로역 역무원, 소방점검 및 기관사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대구지하철공사 직원 10여명에 대해서도 사법처리하기로 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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