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의 취임식이 며칠 안 남았지만 우리 당은 아직도 축제분위기가 아니고 당원끼리 비난하고 증오하는 기류가 숨어 있다. 당을 하려면 제대로 하고 그렇지 않다면 뜻 맞는 사람들끼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17일 신주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서 당 개혁을 둘러싼 신ㆍ구주류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뜻 맞는 사람들끼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당이 쪼개지는 것까지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주류측은 이날 모임을 갖고 구주류 측의 이같은 반발을 감안해 지도부 개편을 노무현 당선자 취임 이후로 미뤄 귀추가 주목된다.
***"지도부 당무회의서 교체된 적 없어"**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개혁독재를 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개혁은 합의하에서 해야 하며 기득권을 무시하고 빼앗는 식으로 해선 안된다"면서 "당 개혁안이 누구의 안이고 의도가 뭔지에 대해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개혁특위 간사로서 당 개혁안 성안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천정배 의원은 "특위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개혁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당지도부가 특위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 양측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한 대표는 "단 하루도 대표자리에 있고 싶지 않다"면서 "당과 당선자, 청와대가 함께 의논하지 못하고 있고, 당 대표에겐 누구도 상의하지 않는다. 대표가 보고받을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 대표의 위상을 존중하지 않는 신주류 측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현재와 같은 개혁 추진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따라서 '노 당선자 취임전 자진사퇴할 것'이라던 종전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갑 대표는 이미 지난 14일 "당원직선으로 선출된 대표와 지도부가 전당대회가 아닌 당무회의에서 교체된 전례가 없다"며 "정당민주화의 정도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임시지도부 구성안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상천 정균환 김태랑 최고위원 등 다수 최고위원들도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을 주장하는 등 지도부 동반 사퇴를 주장하는 신주류 측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균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대표를 비롯해서 현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은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지만 할일을 제대로 해놓지 못하고 그만두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한 대표의 자진사퇴론을 비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표의 한 측근은 "한 대표가 취임전 사퇴라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표명하는 방안도 있으나 북한 핵문제와 대북송금 파문이라는 중대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고심중"이라고 한 대표의 입장변화를 시사했다.
***신주류, 구주류 반발에 한발 물러서**
한편 김원기 개혁특위 위원장, 정대철 최고위원,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 등 신주류 측 핵심인사들은 17일 오전 모임을 갖고 임시 지도부 구성을 서두르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개혁특위는 당 개혁안이 이번주 당무회의를 통과되는 즉시 현 지도부는 일괄 사퇴하고 다음 전당 대회때까지 임시지도부를 구성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한 대표 등 구주류 측의 반발이 거세고, 지구당위원장제 폐지 등 당 개혁안에 대해 신주류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대두되자 전략상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취임 식인 25일 이전 당무회의에서 개혁안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구당위원장을 폐지하고 운영위원장으로 바꾸는 안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을 감안, 지구당위원장 사퇴 시기를 17대 총선 6개월전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소수의견으로 당무회의에 상정키로 했다.
이로서 민주당 개혁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혼미상태로 빠져들었다. 당 개혁안은 지구당위원장 사퇴 등 핵심내용이 재검토 대상에 올랐고, 지도부 교체 역시 노 당선자 취임전에 가능할지 미지수다. 추후 당내 논의과정에서 신-구주류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민주당 안팎에선 노 당선자 취임 이후 청와대 측의 거중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승리후 그 여세를 몰아 일사천리로 당 개혁을 밀어부치려던 구상이 일단 좌초한 이상, 당내 구주류 측과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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