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미국 행정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논의된 적 없다고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밝혔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미국의 주한미군 철수 검토' 주장을 일축했다.
한 대표는 4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촛불시위를 반미시위로 보도하는 등 왜곡된 언론 보도, 거기에 영향 받은 여론과 일부 상하원 의원들 사이에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 행정부 입장은 명백히 다르다"고 밝혔다.
함께 방미했던 함승희 의원이 지난 3일 "미 행정부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말을 미 행정부 고위관리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한 이후 김기배 하순봉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및 원외위원장 30여명이 '주한미군철수 반대모임'을 결성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자 이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한 대표는 또 지난달 25일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국민이 주한미군을 원치 않으면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면서 "주한미군을 원하면 철수 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 같은 입장은 백악관 측과 조율된 얘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은 우리 안전만이 아니라 미국 국익에도 필요하다"면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美, 북핵 해법은 '5+2'전략"**
한 대표는 지난달 24일부터 8박 9일 동안 미국을 방문해 짐 켈리 국무부 차관보, 프리처드 KEDO대사, 에반스 상무장관, 존 워너 국방위원장,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 등 전.현직 행정관료, 번스 상원의원, 허스터트 하원의장 등 상하원 의원 19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 한 대표는 "한미공조관계는 계속 유지돼야 하며 북핵은 절대 용납될 수 없지만 이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우리보다 북핵 문제에 대해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게 한 대표가 방미 외교활동을 벌이고 난 후 갖게된 정세 인식이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벼랑 끝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라 실제 핵무기를 가지려는 게 아니냐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 "때문에 핵 개발을 포기하기 전엔 절대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어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만났을 때 자기네 정보에 의하면 북한이 폐연료봉을 옮기고 있다. 미국의 입장은 그것을 미국 등 제3의 장소로 옮겨놔야 한다. 그걸 못할 경우에 6개월 이내에 원자탄을 생산할 수 있다. 이걸 막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내가 한국국민은 미국이 북한하고 한국이 배제된 채 양자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까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더니 절대 양자간 타결은 있을 수 없고 한국을 배제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또 "미국의 입장은 EU까지 포함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다섯 나라와 남북한, 즉 '5+2'로 가는 전략"이라면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우리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했는데 악의 축과 우리가 어떻게 단독협상을 하겠냐. 다자간에 얘기가 되서 우리도 같이 하자고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 문제를 가져가 국제문제로 만들려는 것이며 이라크와 같은 공식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핵문제에 관한 한미간의 견해차이에 대해 한 대표는 "(한미간 갈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선 민족의 교류 협력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미국은 자기네들의 국익에 반하면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특히 공화당정부는 그렇다. 그러나 전쟁을 막는 데는 우리 영향이 관철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송금 문제에 대해 한 대표는 극히 말을 아꼈다. 한 대표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국가 대 국가, 또는 국가 대 개인 이런 관계에서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무슨 협잡을 한 비밀이 아닌 이상 비밀은 지켜져야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불거진 이상은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야당과 맞대고 툭 터놓고 대화를 하면서 해법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 취임전 대표 사퇴할 것"**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공식 인터뷰가 끝난 후 당내 문제와 자신의 거취에 관해 언급했다.
우선 한 대표는 "노 대통령 취임 전에 사퇴할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솔직히 단 하루도 이 자리에 더 있고 싶지 않다.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도 말했다. "우린 모두 나가라는 얘기고, 자기들끼리 다 하겠다는 건데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 "벌써부터 사퇴하려고 했지만 아마 내가 대선 직후 사퇴해서 이 자리에 없었다면 벌써 당이 와해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이날 이른바 신주류 측에 대한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 정권의 사활이 달린 내년 총선을 겨냥해 힘을 합해서 당 개혁을 이루고 재창당해도 부족한 판에 누구누구 나라가는 얘기부터 시작했으니 이건 국민들에게 개혁이 아니라 권력투쟁으로 비칠 뿐"이라는 것이다.
또 한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호남표 없었으면 어떻게 이겼겠느냐"며 "지역독점을 깨자고 영남에서 의석을 얻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럼 호남에서 우리가 떨어져 줘야 한다. 텃밭은 잃어버리고 얻는 것은 없고 하면 어떻게 이기느냐"고 말했다. 신주류 측의 호남 배제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한 대표는 이어 "지금 당 개혁을 주도하는 건 의원들이 아니다. 외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민주당을 당으로 보지 않는다. 2단계 전당대회론이라는 게 2단계는 곧 새로운 세력으로 신당 창당 하자는 것 아니냐"며 당 개혁 논의가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구도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 대표와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10시 민주당사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미국은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가지려 한다는 쪽에 무게 둬"**
프레시안 : 미국 다녀와서 최근 북핵과 관련된 정세에 대해 국내에서 인식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한화갑 : 미국이 우리보다 북핵 문제에 대해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북한 핵이 우리한테 직접적인 위협이지만 94년 제네바 협정은 미국과 북한이 맺은 것이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소 짓는 비용 70% 부담만 했지 교섭에 참여도 못했다. 따라서 국내에선 과거 그런 전례로 봐서 북한과 미국 사이는 결국 미국 역할이 주가 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다. 미국 가서 역시 그걸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제네바 협정 이후 북한에 약속대로 기름도 보내주고 원자력발전소도 짓고 했는데 북한은 그런 신뢰를 엎어버리고 핵개발을 했다. 그래서 북한은 믿을 수 없는 상대다. 이런 믿을 수 없는 상대와는 절대로 협상할 수 없다. 무슨 불가침조약을 맺자, 단 둘이만 협상하자는데 이런 공갈 협박에 절대 넘어갈 수 없다는 얘기다. 북한이 무조건 핵을 포기해라. 그런 다음에 부시 대통령이 말하는 '당근'을 가지고 얘기하자. 이런 미국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제임스 켈리 차관보를 만났을 때 자기들 정보에 의하면 북한이 폐연료봉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그것을 미국 등 제3의 장소로 옮겨놔야 한다. 그걸 못할 경우에 6개월 이내에 원자탄을 생산할 수 있다. 이걸 막아야 한다. 이런 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한국국민은 미국이 북한하고 한국이 배제된 채 양자간에 어떤 결정을 내릴까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더니 절대 양자간 타결은 있을 수 없고 한국을 배제하는 것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EU까지 포함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다섯 나라와 남북한, '5+2'로 가는 전략이다.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만나서 얘기할 때 "우리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했는데 악의 축과 우리가 어떻게 단독협상을 하겠냐. 다자간에 얘기가 되서 우리도 같이하자고 하면 할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미국은 결국 다자로 밀고 가는 거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이 문제를 가져가려는 거다. 그렇게 되면 이 문제는 미국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문제가 된다. 이라크 같은 공식으로 가는 거다. 내가 알기론 우리 정부가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는 것을 막았다. 지금까지 막아왔는데 더 이상 막을 명분이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와야 안전보장이사회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데 미국 정부에 의하면 폐연료봉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니 우리 말이 안 먹힌다.
또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서 한국국민들은 남북간에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원하는데 클린턴 행정부 때와 달리 부시행정부는 이를 밀어주지 않는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전했다.
프레시안 : 미국에선 지금 북한의 행동에 대해 뭔가 실익을 얻기 위한 벼랑 끝 행동이라는 해석과 실제 핵무기를 가지려고 하는 게 목적이라는 해석이 갈리는 것 같다.
한화갑 : 행정부 쪽은 켈리의 입장을 보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게 아니냐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 제네바 협정 이후 미국과의 관계에서 북한이 신뢰를 잃어버린 게 바로 핵개발 계획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을 어떻게 믿느냐는 거지. 따라서 무슨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라 핵개발 자체가 목적이 아니냐는 거다.
나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것이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핵, 이것뿐이다. 협상 대상이 이것밖에 없는데 이를 놓쳐버리면 다 놓쳐버리는 것 아니냐. 그랬더니 그거는 너희들 입장이지 미국 입장은 다르다는 거다.
프레시안 : 미국은 핵확산을 막는 기본정책이 강력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핵에 대해 북미간에 협상수단이 아니라 실제 핵무기를 갖고자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면 북한에 대해 일체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으로 가게 되는 것 아닌가.
한화갑 : 지금 그런 상황이다. 그러니까 대화만 하지. 내가 베이커 전 장관에게 미국은 대화한다면서 협상을 거부하는데 어떻게 문제가 해결되냐고 물었더니 바로 그 문제를 얘기하더라. 협상은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협상할 수 없다. 그건 2단계다. 완전히 핵을 포기해라. 그러면 협상할 수 있다는 거다.
프레시안 : 켈리가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화갑 : 그런 얘기한 적 없다.
프레시안 :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이 핵을 갖고자 한다는 미국의 인식에 토대해 본다면 그동안의 한국의 지원이 못마땅할 수 있다.
한화갑 : 그런 언급은 일체 없었고 우리도 그 문제를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알라바마주 세션스 상원의원은 핵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듣고 핵문제는 핵문제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어프로치도 중요하다면서 그것을 방관할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미 행정부의 해법과 우리 정부 내지는 민주당의 입장이 다른 건 없나.
한화갑 : 북한 핵을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일치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입장은 그렇다고 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교류를 중단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 차이다.
프레시안 : 금강산 관광은 북한에 직접 현금이 들어간다. 미국이 좀 못마땅해 하지 않나.
한화갑 : 그런 얘기 없었다.
프레시안 : 미국과의 입장 차이는 남북교류를 지속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인데...
한화갑 : 미국에서 남북교류를 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내가 알고 있기론 미국의 입장은 민족문제보다도 동맹이 더 중요하지 않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서의 대북정책, 여기에 한국도 동맹국이니까 같이 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입장이다. 한국정부가 동맹인데 어떻게 북한과 관계에서 중재자가 되느냐는 게 미국 측 불만이다.
프레시안 :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중재자인가 아니면 당사자인가.
한화갑 : 내가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남북문제는 북한과 남한 사이의 문제이면서도 국제적인 문제다. 국내문제이면서 국제적인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문제다.
프레시안 :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건 어떤 뜻인가?
한화갑 : 남북끼리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할 수없다. 또 미국과 됐더라도 우리가 동의안해주면 할 수 없는 거고.
프레시안 : 그럼 중재자라는 쪽인가?
한화갑 : 아니다. 우리 입장에선 북한을 잘 아니까, 적어도 북한과 교섭한 경험에 있어선 우리가 최고 아닌가. 그 다음이 미국일 것이고. 우리가 말하는 중재자는 제3자 입장이 아니라 당사자 입장에서 북한을 설득하겠다는 것인데 미국의 입장에선 제3자 입장으로 보고 불만스러워 한 것이다.
프레시안 : 어쨌든 미국의 이해에 반하는 입장을 내놓을 수는 없다.
한화갑 : 미국의 입장에선 그렇게 바란다.
프레시안 : 우리정부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화갑 : 우리 입장에선 민족의 교류 협력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 아닌가.
***"미 행정부 차원 주한미군 철수 검토 전혀 없다"**
프레시안 : 어느 정도 갈등이 있다고 보여진다.
한화갑 :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에 대해 어떤 상원의원들은 왜 한국정부가 그걸 방관하고 있냐. 반미를 못하게 막아 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 말에 대해 나는 우리나라는 인권이 보장돼 있는 민주국가다. 그 데모를 합법적으로 하는거다. 합법적으로 하는 건데 어떻게 정부가 나서서 말리냐고 말했다.
프레시안 : 미국은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가지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지금 현 정부나 한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한화갑 : 우리 생각은 북한이 자기 생존을 위해서 그런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 아니냐, 미국이나 일본, 남한을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국제적으로 자기 위상을 세우고 이렇게 함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무시 못 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다.
프레시안 : 우리가 나름대로 전략이 있다 해도 미국이 자신들 전략을 관철시키지 않겠나.
한화갑 : 미국은 자기네들의 국익에 반하면 그대로 놔두지 않는다. 특히 공화당정부는 그렇다.
프레시안 : 우리 전략이 관철되기는 어렵다는 건가.
한화갑 : 그러나 전쟁을 막는 데는 우리 영향이 관철되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 일종의 비화지만 클린턴이 북한을 공격한다고 했을 때 김영삼 대통령이 클린턴과 전화통화에서 당신이 만약 북한을 공격하면 난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군통수권자인데 우리 한국의 60만 군대는 단 한명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고 한다. 그런 의미인가.
한화갑 : 그렇다.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좌우간 우리가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다.
프레시안 : 주한미군에 대해선 어떤 얘기가 오갔나.
한화갑 : 주한미군 문제는 미국 국민들 사이엔 핵문제보다 더 심각하다. 촛불시위를 전부 반미시위로 보도했고 선거도중 노무현 후보 발언을 전부 반미로 보도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노 당선자가 한미연합사를 방문하고 주한미상공회의소와 간담회를 갖고, 암참 명예회장인 제프리 존스를 각료급으로 기용할 지도 모른다는 등의 얘기가 나오니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을 만났을 때 들었는데 한국전에 참전했던 가족들이 우리 교민들 만나면 당신네 나라는 왜 그러냐, 우리가 피 흘리고 싸워줬는데 우리보고 물러나라고 하면 우리가 거기 남을 이유가 뭐 있느냐 라고 한다고 전하더라. 이러니까 우리 동포들이 불안하다. 적대시하고 이럴까 봐. 또 우리 동포들한테 듣기론 미국인 가운데 좀더 적극적인 사람들은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바에야 미군이 한국에 있을 이유가 있냐고.
프레시안 : 일련의 반미에 대한 보도와 거기에 영향 받은 여론이 고조되고 또 일부 의원들의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 있는데 미 행정부 쪽 입장은 어떤가.
한화갑 : 켈리 차관보를 만났을 때 왜곡된 언론보도를 지적하면서 행정부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한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들었다. 베이커 전 장관을 만났을 때 한국 국민이 원치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그건 원하면 철수 안한다는 얘기다. 이는 백악관측과 조율된 얘기라고 들었다. 그래서 절대 다수가 미군 철수를 원치 않는다고 말해줬다.
또 베이커 전 장관은 필리핀 얘기를 했는데, 아키노 대통령이 취임 후 전화를 해서 필리핀에 있는 미국을 철수시켜달라고 요청해서 철수했다고 한다. 그 후에 또 전화를 해서 중국이 필리핀 영토를 점령했는데 미국하고 우리가 상호방위조약이 있으니까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베이커 전 장관이 우리는 필리핀에 기지가 없어서 갈 수가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 얘기는 너희들이 철수하라고 하고 나중에 아쉬운 얘기해도 가지 않을 거라는 걸 전제한 애기다. 그런 걸로 봐서는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한 것이 철수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혹시 한반도 정세 전반의 변화 속에서 우리 정부와의 견해 차이가 심화될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철수라는 카드를 쥐고 우리를 압박할 가능성은 없는가.
한화갑 :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다. 주한미군은 우리 안전에도 필요하지만 미국 국익에도 필요하다. 뭐든지 쌍방 이득이 없으면 실행이 안 된다.
프레시안 : 주한미군에 대한 정부와 민주당의 입장은 현 수준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면 되나.
한화갑 : 주한미군이 통일 이후에도 계속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소파개정 요구는 계속해야 한다. 소파개정 문제에 대해 켈리 차관보가 개정한다는 얘기는 안하고 작년 연말에 이준 국방장관이 와서 럼스펠드와 만났을 때 운용에 대한 연구를 한다고 했는데 오는 3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가 대 국가 사이 비밀 있을 수 있고, 지켜져야 한다"**
프레시안 : 지금 정대철 당선자 특사가 미국에 가 있는데 오늘 아침 보도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을 못 만난다고 한다. 임동원 대북 특사도 김정일 위원장을 못 만나고 왔다. 소위 특사는 받아들이는 쪽에서 받아들일 때 정상을 대신해서 오는 사람이니까 정상을 만난다는 게 전제되어 있는 것 아닌가.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계속 푸대접을 당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는가.
한화갑 : 우리 입장에서 바람직한 건 아니다.
프레시안 : 미국이 왜 그런다고 보나.
한화갑 : 그걸 내가 어찌 알겠나. 다만 최근에 미국에서 여러 사람이 한국을 다녀갔다. 켈리 차관보도 작년 10월부터 두 번이나 한국을 다녀갔고 볼튼 차관도 다녀갔다. 그렇게 해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한미간에 충분히 조율이 된 것 아닌가. 난 그렇게 본다.
프레시안 : 이미 될 만큼 다 됐다?
한화갑 : 그렇다. 현직 대통령 특사도 다녀왔고.
프레시안 : 처음에 노 당선자 특사는 미국이 요청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한화갑 : 글쎄. 노 당선자하고도 조율하기를 원했기 때문 아닌가. 근데 켈리가 와서 만났다. 그러니까 대강은 알고 간 것이고. 정대철 특사는 그걸 확인시켜주기 위해 간건데... 어쨌든 부시 대통령을 못 만난다면 그건 우리 국민의 입장이나 정부의 입장에선 좀 자연스럽지 못한 것 같다.
프레시안 : 자연스럽지 못할 뿐 아니라 불쾌한 것 아닌가.
한화갑 : 글쎄... 모르겠다. 당선자 입장에서 특사 전례가 있는지.
프레시안 : 외교관례상 당선자 특사라는 전례가 없다는 얘긴가.
한화갑 : 그렇다.
프레시안 : 최근 미국이 한반도 주변의 전력을 증강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생각하나.
한화갑 : 그건 우리 정부하고 협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정부가 미국과 협의하고 뭔가 국민에 대한 반응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본다.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프레시안 : 대북송금 문제는 미국 입장에서 볼 때도 상당히 민감한 현안일수 있다.
한화갑 : 어떤 측면에서?
프레시안 : 미국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싫어하는 입장인데 이건 공식적으로 드러난 지원이 아닌 비공식적 지원도 있었다는 얘기다.
한화갑 : 지원이 미국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따져서 우리가 하고 안 하고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참고사항은 되지만 절대적인 잣대는 못 된다. 또 현대가 개성공단, 장전항 건설, 금강산 관광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전제로 한 것이라면 사업자금이다. 시기적으로 남북 정상회담하고 맞물려서 문제가 되는데 거기까지 진상은 안 밝혀졌다. 밝혀져 봐야 알겠지만. 서독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었는데 동독에 일년에 정부 차원에서 30억불씩 준 것에 대해 미국이 방해해서 못 줬다는 말은 들어 본 바 없다.
프레시안 : 현대의 사업자금이라고 보는건가.
한화갑 : 현대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나.
프레시안 : 몇 가지 의문점들이 있다.
한화갑 : 의문점들을 언론에서 보도하더라. 그건 의문점이지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왜 여태까지 발표하지 않았을까 이런 부분들은?
한화갑 :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은 좋은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국가 대 국가, 또는 국가 대 개인 이런 관계에서 비밀스러운 것이 새어 나온다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꼭 플러스 요인만 있는 게 아니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비밀스러운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인가.
한화갑 : 물론이다.
프레시안 : 또 그 비밀이 지켜져야 한다.
한화갑 : 그게 원칙이다. 무슨 협잡을 한 비밀이 아닌 이상.
프레시안 : 국민들 중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러 가지일 것이다.
한화갑 : 그렇다. 그러나 의문을 품고 진상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프레시안 : 국가대 국가 간에는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렇게 일단 불거진 이상은 그냥 덮어둘 수 없는 것 아닌가. 국민적 의혹 해소의 방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화갑 : 여러 가지 예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수사를 해라. 뭐 그런데 이 문제를 가지로 남북관계가 훼손 돼서는 안 되니까. 그 차원에서 마무리 됐으면 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야당과 대화를 해서 야당과 동의하는 차원에서 뭔가 해법을 찾겠다?
한화갑 : 야당과 맞대고 툭 터놓고 대화를 해야죠.
프레시안 : 당선자 측 일각에선 현 정부에서 좀더 책임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서 해명을 해야되는 것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화갑 : 당선자 주변에선 좀더 자유롭게 말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대북 사업을 해온 입장에서 볼 때는 앞으로 파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북한을 고려했을 때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긴가.
한화갑 : 있을 수 있다.
프레시안 : 근데 야당에서 그걸 요구한다면... 그게 충돌하는 것이다.
한화갑 : 그걸 상식선에서 국가간 기밀이라든지, 또는 사업간 기밀이라든지. 서로 흉금을 터 놓고 얘기해 봐야 할 것이다. 과거에 동구권 수교할 때 수십억 달러가 들어갔다. 지금도 러시아에선 돈 못 받고 있다. 이게 국회 동의 얻은 것 아니다
프레시안 : 야당과의 대화가 원만히 되리라고 보는가.
한화갑 : 최선을 다해야겠죠.
프레시안 : 당선자가 취임하는 2월25일 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
한화갑 : 글쎄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데.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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