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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문학관에서 열린 '새만금 살리기'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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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토지문학관에서 열린 '새만금 살리기' 마당

<새만금, 1백년을 내다보자-2> 정부의 무성의 성토

새만금 간척사업이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다시 이슈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기 위한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이 각계각층의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7일 원주 토지문화관에서 열렸다.

대화마당은 현재 새만금 간척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와 새만금 사업의 부당성을 설명하는 기조 발표 후, 향후 새만금 반대운동 방법을 공유하는 참석자들 간의 자유토론 방식을 통해 결의문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사말을 맡은 박경리 작가는 “정부관리들이 환경의식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환경문제에 오히려 국민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국민들이 희망이요 힘”이라고 말했다.

김원웅 국회의원(개혁국민정당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해 “노무현 당선자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새만금 간척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새만금 살리기 위한 세력을 규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새만금, 개발논리를 잃어**

사회를 맡은 새만금 생명학회 부회장 이시재 교수는 “새만금사업 강행 이후 쌀 시장 개방과 쌀 소비량의 감소고 국내 쌀 시장의 여건이 변화했기 때문에 사업의 목표를 상실했고, 새 정부의 출범과 지역 경제의 변화 등을 미뤄보아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다”고 말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장)은 “갯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하구 갯벌인데, 현재 금강, 아산, 삽교, 시화 모두 막은 상태에서 대부분의 갯벌 퇴적물을 공급하는 새만금까지 막으면 서해안의 갯벌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새만금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 조개들이 거의 다 사라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한 “갯벌은 조개의 생육 외에도 어류들의 산란장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며 “서해의 갯벌이 사라져 흔하게 잡히던 꽃게들이 갯벌을 찾아 황해도까지 올라가 서해교전의 비극을 낳게 한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새만금 간척지에 생길 대규모 담수호인 새만금호의 수질도 시화호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현재 만경수역의 전주와 익산에서 흘러드는 생활하수와 산업폐수와 주변의 광범위한 농경지와 축산 농가를 봤을 때 전체 하수의 처리는 불가능하다”며 “어떤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역의 특성 상 새만금호라는 거대한 인공호수의 수질을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해야"**

새만금 생명학회 대안분과위원장 조경만 교수(목포대. 문화인류학)는 지역에 대한 정밀한 정치, 경제, 사회적 분석을 통해 진정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한 개발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지역이 저발전 상태니까 개발 사업 하나 줘서 민심을 달래려는 것은 행정 편의적 정책에 불과 하다”며 새만금 해당 지역인 “김제 군산 부안 정읍 일대 지방경제 시스템을 보고 무엇이 기반이 돼야 하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 제종길 박사는 새만금호의 수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시화호의 사례를 연구했을 때, 간척 호수 오염의 큰 주범 중에 하나가, 단수로 인한 해양생물의 대량 폐사인데, 이를 막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농업기반공사 주도의 현재의 개발 구조에 대해 다시 재검토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신형록 대표도 참석했다. 신 대표는 “올 겨울에 조개가 다 사라졌다”며 “주민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방조제 공사가 70% 넘게 진행 되면서 새만금 갯벌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갯벌에 나갈 때 배를 타면 1만원, 경운기를 타면 3천원이 드는데, 요즘은 배타고 나가서 잡는 조개가 1만원 밖에 안되는데도 주민들은 엄동설한에 조개를 잡으로 나간다”며 “요즘 어떤 거대한 힘에 초라해지는 주민들의 절망으로 마을에 생기가 없다”고 전했다.

기조 발제 후에는 대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토론이 이어졌다.

***"전북도민들의 개발 요구를 고려해야"**

최근 화제가 된 김석철 교수의 해안도시안도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해안도시는 기본적으로 갯벌을 살릴 수 없을뿐더러, 또 다른 개발을 통한 환경파괴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부안에서 온 신형록씨는 “지금 있는 방조제만으로도 갯벌은 다 죽고 있다”며 “방조제를 유지하는 해안도시는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북도민들의 정서를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전주소리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임진택 연출가는 “새만금사업에 대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전북도민들의 민심에 밀려서 정치인들도 어쩔 수 없는 상태”라며 “갯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북도민들에게 생태문화적 관광 지원을 해서 민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북도민들은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피해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공사가 73%까지 진척된 상황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현실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새만금 외 간척사업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류학자 이한수 교수는 화옹호가 환경부와 경기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농업기반공사의 공사 강행으로 완공됐는데, 조사 결과 주요 철새 도래지였던 화옹호 주변 남양만 일대에 철새의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시화호가 죽음의 호수가 되고 결국 담수화 정책을 포기한 것도 개발 초기에 환경 전문가들의 충고를 듣지 않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실패한 정책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 입안자들의 무책임에 대한 성토도 줄을 이었다.

이주향 교수(수원대, 철학)는 “시화호가 실패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는 잘못된 정책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재경 법학박사는 “18세미만 청소년 2백명이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해양 수산부와 농림부 장관을 상대로 ‘새만금 공유수면매립(물막이) 면허처분 취소 및 새만금간척사업 시행인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며 “새만금간척사업은 장래의 세대를 위해 자연을 지속적으로 보존.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법률적으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지역의 연구와 발전을 위한 대안 제시를 위한 태스크포스(Task Force)팀도 꾸려져 연구 중이라고 한다.

새만금 생명학회 대안분과위원장 조경만 교수(목포대, 문화인류학)는 “새만금 개발 중단과 지역 발전론 모색, 갯벌 환경에 대한 정밀한 평가, 농업기반공사의 새로운 구조적 모델 연구 등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 그룹을 꾸려 연구 중”이라며 “2월 말 쯤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고 했다.

문화적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세훈 국회의원은 “새만금 문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적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이슈화 된다면 국회차원에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했다.

임옥상 화백도 “갯벌을 한 번 온몸으로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갯벌이 주는 대지(大地)의 기운과 가치를 느낄 수밖에 없다”며 “갯벌체험단 등을 확대해 나가자”고 했다.

***"장기적 안목의 대중적 담론 필요"**

철학적 영역에서의 장기적 생명운동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지하 시인은 “흥분만 해서 비판만이 난무하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고 아무런 이득이 될 것이 없다”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대중적 담론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또, “붉은 악마에게 배워야 한다”며 “붉은 악마가 파시스트니 집단히스테리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자신은 사안에 따라 또다른 붉은 악마가 계속 생길 것이라고 예견했고, 지금이 그런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대화마당은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으로 자정이 돼서야 끝이 났다. 이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새만금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들을 펼쳐나가기로 다짐했다.

다음은 대화마당을 통해 제출된 결의문 전문이다.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원주 선언 2003**

12년에 걸친 새만금 간척사업.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결연한 의지를 갖고 모였습니다.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이 곧 인간 스스로에 대한 존중이 되고, 인간 삶의 발전이 되고 있는, 세계사의 커다란 흐름을 거역할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단지 어느 한 지역, 어느 하나의 개발사업을 중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과 인간성이 파괴되어 가는 위기를 막음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발전을 여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온 국민의 간절한 여망에 부응하고 세계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자연과 인간 경제와 문화가 상생하고, 새로운 틀로 탈바꿈해 가는 이 시대의 필연적 흐름에 따르는 것이고 시민 삶의 발전이라는, 생존의 필연적 요구에 따르는 일입니다.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미래를 맞이할 단 하나의 길입니다. 시민들에게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저희들의 행동에 동참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진지하게 결단을 할 것을 엄중히 촉구합니다.

그동안 새만금 간척에 대해서 수많은 저항이 있어 왔습니다. 학자들은 새만금 간척 강행을 위해 간척지의 경제성을 높여서 평가했던 부당한 평가방법에 대하여, 강행 결정의 부당한 행정 절차에 대하여 분노했습니다. 뜻있는 지역 인사들이 너무도 자명한 수질오염과 지역파괴의 위험을 장미빛 개발의 환상으로 눈가림해 온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여론 주도층에 대하여 항의했습니다. 생업 터전의 파괴와 생존권의 박탈을 앞두고 절규해 온 어민들이 있습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간척 현장을 들르고 눈물 흘렸습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농업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식량안보의 명분으로 갯벌을 볼모잡았습니다. 그것도 국토의 숨통이라 할 강 하구를 볼모잡았습니다. 이제는 그 간척의 명분과 목적까지 상실하였습니다. 정부는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하였고 경작을 축소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불합리할 뿐인 간척지의 농경을 우량농지라는 명분으로 덮어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간척지가 농지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도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큰 환경파괴의 징후가 최근 그린벨트 해제의 지역정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간척 강행 당시 정부 스스로가 내걸었던 약속조차도 이행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이제는 이 무모한 비합리성과 허구적 욕망을 끊어야 합니다. 그간 처절하게 진행되었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개혁이란 막힌 것을 뚫고 맺힌 것을 푸는 일입니다. 허구 위에 올려놓은 지역개발의 환상을 과감히 깨고, 진정한 발전의 물꼬를 트는 일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뜨거운 가슴과 지혜를 모았습니다. 그 결과 새만금 간척사업은 마땅히 중단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했습니다. 아직은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고 주민 삶을 되살릴 수 있는 희망이 충만합니다. 어려움을 겪은 지역이기에 오히려 더 깊은 혜안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생명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새만금갯벌에서 머리숙여 생명의 존엄함을 터득했던 세계 곳곳의 벗들과 함께 생명의 소리를 울리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희망의 신호가 되고 깃발이 될 것입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국토를 앞장서서 파괴하는 어리석은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국가와 사회를 구하는 길이며, 새만금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2003년 2월 7일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대화마당 참석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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