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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청의 ‘네티즌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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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시청의 ‘네티즌 길들이기’?

시의회 의장 비판 글 오른 뒤 실명으로만 글 쓰게해

동두천시청이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실명으로만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글의 ‘책임성’을 명분으로한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조처가 자유로운 비판과 고발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인터넷의 익명성 문제가 또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사진: 동두천 시청 홈페이지 실명확인 화면>

***시의회 의장 비판 글 무단삭제 후 실명확인 도입**

동두천시청은 지난 1일부터 ‘실명확인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려면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입력해 실명확인을 받아야 한다.

시청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도 최근 자유게시판에 올라왔던 동두천시의회 의장 관련 글이 실명확인제 도입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글은 한나라당 출신인 박수호 동두천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27일 있었던 대통령선거 재검표장에 한나라당 참관인으로 있었던 일을 한 시민이 강력 비판한 것이었다.

'수수깡'이라는 ID의 시민은 올린 글에서 "박수호 의장님. 그렇게 할 일이 없어요? 얼마 전 재검표하는 곳에 박수호 시의회 의장이 한나라당 검표 참관인으로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한나라당에 진성당원이 없어서 시의장의 신분을 가진 사람까지 나가서 앉아 있었던 것일까? 동두천에서 그리 할 일이 없나? 어디 가서 봉사활동이나 하지"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시의회 사무과는 이 글을 삭제해 달라고 시청에 요청했고 시청은 ‘무단 삭제를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암묵적 원칙을 깨고 글을 지워 버렸다.

시청이 실명확인제를 도입한 것은 무단삭제 후 2~3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으니 두 사건이 인과관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또 새마을부녀회장 선거나 동두천시 상수도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시청과 관계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자유게시판을 이 참에 실명으로 돌리려 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 제보자와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책임성 있는 글 위해” vs "내부고발자 보호 위해”**

동두천시청 홈페이지 담당 직원은 이같은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와 관련,“책임성 있는 글을 올리고, 깨끗한 네티즌 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총무과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동두천시민연대의 김병섭 사무차장은 이에 대해 “시청이 네티즌들을 길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시민들의 참여와 자유로운 고발을 위해 익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차명아이디를 써야 할 상황이 있는데도 실명을 쓰라고 하는 것은 비판과 고발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차장은 이어 “동두천시청 자유게시판의 경우 하루에 10건 이하의 글이 올라와서 참여도가 낮다”며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익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라오는 글이 적어 시청에 곤란한 글에 대해서도 답변이나 반론 등 ‘관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진: 자유게시판 처음 화면>

***실명화 움직임, 지자체 사이에 확산**

김병섭 사무차장은 “무책임한 비방조의 글이 게시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완전히 마련되지 않고 비판 뒤에 가해질 수 있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실명확인 조치는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기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실명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실제 동두천시와 수원시를 비롯 이미 실명제를 채택한 지자체도 상당수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을 시시때때로 들어야 하는 지자체에서 실명제를 왜 그토록 서두르는지에 대해 다수의 네티즌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입찰권 건축인허가권 인사권 등을 가진 공무원이 저지른 비리와 부정부패 사실을 게시판에 익명으로 고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자유게시판이 진정으로 자유로우려면 네티즌의 성숙한 사이버 시민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네티즌 길들이기’ 혐의가 짙은 국가기관과 지자체의 막무가내 행태가 과연 어떤 식으로 받아 들여질지에 대해 관계당국은 자성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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