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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이버 성숙' 위한 시민운동 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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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이버 성숙' 위한 시민운동 펼 때

<데스크칼럼> '살생부' 파문, 불평에 그칠 일 아니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한 의원을 만났다. 대선패배 원인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중 인터넷정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익명으로 게릴라처럼 몰려다니면서 노무현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그걸 일부 신문이 그대로 베껴 진짜 민심이 그런 것처럼 부풀리고, 여기에 당했다. 우리 한나라당이 당한 게 분해서가 아니라 우리 뿐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인터넷정치 이거 정말 문제 많은 거다."

지난 대선 친(親)노무현 쪽이 압도적 다수였던 네티즌들에 대한 원망이고, 동시에 일부 언론에 대한 불만이다. 이 둘이 합작해서 '일부의 정치적 의도'를 '다수 의견'으로 둔갑시켰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의원도 있고, 인터넷 선거전에 대한 한나라당의 전략과 대응이 부족했음을 솔직히 인정하는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에 비해 했다고는 하지만, 질에 있어서나 양에 있어서나 인터넷을 통한 대응도 역부족이었다.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민주당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됐다고 보더라"라고 털어놨다.

대선 이후 한나라당 내에서 인터넷정치, 네티즌의 위력에 대해 얼마나 절감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주는 사례다. 일부는 불만을 털어 놓고, 일부는 반성하는 차이 뿐이다.

***'살생부' 파문으로 盧측 네티즌과 언론에 불만**

반대로 이번엔 노무현 당선자 측에서 일부 네티즌과 언론에 불만을 털어놓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선자 홈페이지에 떠도는 소위 '살생부' 때문이다.

인수위가 매일 발행하는 소식지인 `인수위 브리핑'은 17일 "당선자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른바 `민주당 살생부'를 여러 신문이 의원 이름까지 적시해 보도한 것은 인터넷에 유포되는 숱한 문건중 하나에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면서 "이런 의견은 노 당선자와 하등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인수위 브리핑'은 더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하루 1천 건 이상의 글이 올라오면서 다양한 의견이 폭주하고 있다. 실명 확인 절차도 없어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게재할 수 있고, 많지는 않지만 무책임하거나 출처불명의 내용, 특정인을 겨냥한 비방성 내용도 눈에 띄며 문제의 문건도 그런 글 중 하나로 추정 된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이 문건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고 일부 내용이 그럴듯하다는 이유로 실명은 물론 `역적' 등의 표현까지 전재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보도를 통해 해당 의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 은연중 노 당선자 진영이 마치 `여론정치 보복정치'를 도모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에 개입했다.

한나라당은 18일 '살생부' 파동 관련 논평을 통해 "인터넷을 통한 여론몰이가 얼마나 위험수위에 올랐는지, 인터넷 정치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인터넷 정치의 장점에만 함몰되지 말고 부작용 역시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살생부' 파동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인터넷을 중시하는 노 당선자에 대한 비판도 곁들인 것이다.

***'인터넷 여론몰이', 유리하면 수수방관, 불리하면 병폐 지적**

따지고 보면 한나라당이나 노무현 당선자 측이나 불만과 우려의 본질은 똑같다.

1단계 -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 반대되는 (혹은 과잉 충성하는?) 일부 네티즌들이 익명성의 보호막 안에 숨어 특정 정치적 목적을 지닌 주장을 편다.

2단계 - 일부 언론들이 그 주장을 '네티즌 여론'이라며 혹은 '일종의 정치행위'라며 기사로 보도한다.

3단계 - 그 기사를 근거로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민심이 왜곡(?)되거나 혹은 허위사실이 기정사실화된다.

이러한 3단계 프로세스를 거쳐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치적 상황이 조장되는 상황, 이것이 네티즌 여론형성, 인터넷정치의 맹점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때는 일언반구 그런 우려의 소리가 없다. 수수방관이다.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이야기 가운데 유리한 것은 '여론' 혹은 '민심'이라고 선전하고, 반대로 불리한 것은 '음모' '악의적 책동'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불만이나 우려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번 대선에서도 중앙선관위가 적발, 처벌한 선거법 위반 사범 가운데 오프라인 사범보다 온라인 사범이 훨씬 많다.

또 속칭 '알바'들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듯 누비고 다닌다는 것 역시 기정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각 정당과 정치세력들도 훨씬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인터넷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언론들 역시 인터넷에 올라온 주장 속에서 특종을 잡아내기도 하고, 자신들의 논조를 드러내기 위해 인터넷 게시판의 의견을 인용하는 경우도 훨씬 많아졌다. 그러면서 특정 주장이 과장되거나 왜곡될 우려도 더 커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인터넷의 여론형성, 정치적 기능이 모두 그렇게 위험스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어 제치는 긍정적 측면이 훨씬 더 많다. 또 그 부정적 측면 몇 가지 때문에 날로 확대되어 가는 인터넷의 여론형성 및 정치적 영향력을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정치, 이것은 분명 막을 수 없는 대세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내놓는 불만, 노무현 당선자 측의 불만 역시 귀 기울여 들어볼 대목이 있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무조건 털어놓는 불만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만은 없다.

인터넷의 익명성에서 오는 위험, 정치적 음모와 특정 이해관계를 인터넷을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시키는 행위로 인해 사회 전체에 상당한 불편함과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험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규제'와 '자율' 논란뿐, 자율 실천 부족**

이번 대선을 '네티즌 정치혁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인터넷과 네티즌의 사회적 영향력은 커졌다. 이젠 그렇게 커진 영향력만큼 책임도 생각해야 할 때이다. '네티즌 정치혁명'을 한 단계 성숙시켜 갈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한 단계인 것이다.

그간 인터넷 공간의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논의가 있어 왔다. 인터넷 등급제 등 법과 제도를 통한 '규제' 방안이 도입됐고, 사이버 수사대도 따로 만들어져 '감시.감독'도 강화되고 있다.

반면 '규제'나 '감시.감독'이 아닌 '자율' '교육적 접근' '건강한 사이버문화 확산'의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반론도 거세게 일었다.

사실 인터넷의 특성을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법적 제재나 감시.감독이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 어떤 제재장치를 만들어도 국경을 넘어 컴퓨터를 바꿔가며 얼마든지 피해갈 방법이 있다. 새로운 단속기술을 개발해도 그 기술을 무력화시킬 기술이 금방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인터넷공간이다.

때문에 '규제'와 '감시.감독'은 최소화하면서 '자율적 교육' '건강한 사이버문화 확산'이 중심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옳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주장만 있었지 그간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사이버 세상' 시민운동, 왜 없나?**

흔히들 '사이버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이건 분명 또 하나의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 사이버 세상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사이버 시민운동도 있어야 한다. 게다가 현실세상과 달리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정부조차 없는 곳이기에 시민운동의 필요성은 더더욱 절실해진다.

이제 사이버 세상, 올바른 네티즌 문화를 만들기 위한 범국민운동,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시민운동이 벌어져야 한다.

정치권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으면 방치하고, 반대될 경우에는 '병폐'니 '폐해'니 하면서 불만만 털어 놓을 것이 아니라 사이버 정치를 성숙시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이버 시대에 걸맞지 않은 각종 법과 제도를 고치고, 각 정당과 정치인 홈페이지부터 실명제를 시도하는 등의 다각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 역시 사이버 정치현상에 대해 보다 책임 있는 보도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사이버 세상의 여론형성기능이 우리사회 전체의 중심의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질적 성숙을 이끌어야 한다.

인터넷 정치의 병폐와 폐해를 걱정하거나 혹은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 역시 걱정과 불만에만 머무를 수 없다. 특히 인터넷과 친숙하지 않은 세대에서 그런 불만이 많다. 하지만 인터넷 정치공간의 확대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는 점을 분명히 인정한다면 불평불만은 더더욱 자신을 무덤 속으로 이끌 뿐이다.

'사이버 문화 성숙을 위한 범국민운동',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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